"MZ는 역시 다르네"…기발한 '투표인증샷'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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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대 총선일인 10일 유권자들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한 뒤 각자의 방법으로 투표를 인증하며 다른 시민의 투표 참여를 독려했다.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는 투표를 마친 시민들의 ‘인증샷’이 잇따라 올라왔다. 10일 오후 4시 기준, 인스타그램에 ‘#투표인증’을 검색하면 관련 게시물이 32만 건이 넘는다.MZ세대에게 투표 인증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국내 사용률 1위 SNS인 인스타그램에 ‘투표 인증’을 검색하면 관련 게시글만 59만 개 이상 검색된다.
유권자가 기표도장을 손등에 찍어 투표 참여를 인증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부산광역시 남구 대연동 투표소를 방문한 배윤아(27) 씨는 “솔직히 평소에 정치에 별 관심을 가지지 않지만 선거에는 참여하려고 한다”고 했다. 배 씨는 “투표를 통해 내가 이 나라 국민이라는 인식을 갖게 되고, 민주주의 시민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행사하는 자신이 뿌듯해서 인증샷을 찍는다”고 말했다.투표 인증이 SNS를 통해 퍼지며 인증 문화 또한 빠르게 변화 중이다. 야구 구단 우승 인증 용지, 캐릭터 인증 용지, 연예인 투표 인증 용지 등 다양한 투표 인증 용지가 SNS에 올라왔다. 이번 선거가 생애 첫 선거라고 한 영락의료과학고등학교 3학년 최가영씨(19)는 “지난 사전 투표 때 주변 친구들이 인증 게시글을 많이 올렸다”며 “누굴 찍어야 할지 몰라 본 투표 때 투표를 안 하려고 했지만 친구들이 올린 캐릭터 투표 인증 사진을 나도 올리고 싶어 나왔다”고 말했다.인스타그램 채널을 운영하는 김모 씨는 캐릭터를 직접 그려 인증용지를 꾸몄다. 김 씨는 “자음 ‘이응(ㅇ)’이 들어갈 자리에 나머지 자·모음을 적고, 기표도장으로 이응을 표시하도록 만들었다”며 “어렸을 때 할 일을 다 하고 나면 담임선생님께 ‘잘했어요’ 도장을 받는데, 할 일을 완수하고 난 뒤 보상을 스스로에게 제공하는 경험을 통해 더 많은 시민이 투표에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했다.지난주부터 투표 인증 용지를 배포한 ‘망그러진곰’ 인스타그램 계정에서는 이날 오전 9시경 투표 인증을 한 팬들의 게시물을 공유하며 ‘부지런 부앙이(팬 애칭)야’나 ‘엄청 대단해’ 등과 같은 말로 투표를 독려했다.
경기 안산시에 거주하는 박유민씨(29)는 “원래 투표 잘 안 하는데 이번엔 인증 용지가 너무 귀여워서 더 참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특히 정치가 아닌 아이돌, 스포츠팀 팬덤으로 뭉치다 보니 자칫 정치법 위반에 걸릴 부작용도 적다. 경기 용인시에 거주하는 전모씨(23)는 “이전에는 투표 인증샷을 찍어도 손가락이나 옷 색깔 등등 제한이 많았다”며 “반면에 캐릭터 용지는 특정 정당이 아닌 참정권이라는 보편적인 가치를 지지한다는 측면에서 더 부드럽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투표 인증 문화가 정치 혐오를 자극하는 것이 아닌 딱딱하게 느껴지는 투표 과정을 유쾌하게 만들고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점에서 효과가 있다는 의미다.
프로야구 팬들 사이에선 응원하는 구단의 승리를 기원하는 투표인증 용지가 인기다. 강남구에 위치한 휘문고등학교를 방문해 선거를 마친 이상협(26) 씨는 본인이 응원하는 프로야구 구단 ‘삼성 라이온즈’의 우승을 기원하는 인증용지를 내밀었다. 이 씨는 “이왕이면 다른 시민들의 투표 참여 독려가 가능해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며 “자신이 가입한 삼성라이온즈 팬 단체 채팅방에 해당 시안을 공유해 투표 인증도 서로 공유할 예정이다”고 했다. 유권자가 투표인증을 하는 데 다양한 이유가 있다. 관악구의회에서 표 행사를 마친 이정훈(30) 씨는 “SNS에 올리기 위해 인증샷을 찍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이 씨는 “부모님에게 선거 참여는 시민의 필수 덕목으로 배웠다”며 “시민이 선거라는 기본적인 권리 행사도 하지 않으면서 정치인을 욕하는 건 어불성설”이라 덧붙였다.
다른 시민의 선거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투표인증을 하는 경우도 있다. 한 방송인은 “국민이라면 당연히 선거에 참여해야 한다”며 “누군가 선거일을 잊어도 SNS에 올라온 투표인증을 보면서 ‘지금이라도 투표하러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계도 있다. 서울 성동구에 거주하는 정은경씨(29)는 “인증 문화가 팬 활동에서 파생된 성격이 크기 때문에 그쪽으로 큰 흥미가 없는 친구들은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말하며 “이 문화가 과대대표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투표인증 용지는 수많은 요인 중 하나로 이것 때문에 새로 투표 할 집단은 많지 않다”고 지적하며 “MZ세대가 투표를 넘어 정치에 관심을 키우려면 젊은 국회의원이 나오고 청년이 관심 가질 정책을 개발하는 정공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성호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젊은이들이 투표율의 높고 낮음을 떠나 선거를 민주주의의 축제로 여기고 참여하고 즐기는 것은 바람직하다”며 “정치권이 평소에 청년들이 희망을 전할 수 있는 정치를 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지연/라현진/박동현/노수빈/허유정 인턴기자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는 투표를 마친 시민들의 ‘인증샷’이 잇따라 올라왔다. 10일 오후 4시 기준, 인스타그램에 ‘#투표인증’을 검색하면 관련 게시물이 32만 건이 넘는다.MZ세대에게 투표 인증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국내 사용률 1위 SNS인 인스타그램에 ‘투표 인증’을 검색하면 관련 게시글만 59만 개 이상 검색된다.
유권자가 기표도장을 손등에 찍어 투표 참여를 인증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부산광역시 남구 대연동 투표소를 방문한 배윤아(27) 씨는 “솔직히 평소에 정치에 별 관심을 가지지 않지만 선거에는 참여하려고 한다”고 했다. 배 씨는 “투표를 통해 내가 이 나라 국민이라는 인식을 갖게 되고, 민주주의 시민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행사하는 자신이 뿌듯해서 인증샷을 찍는다”고 말했다.투표 인증이 SNS를 통해 퍼지며 인증 문화 또한 빠르게 변화 중이다. 야구 구단 우승 인증 용지, 캐릭터 인증 용지, 연예인 투표 인증 용지 등 다양한 투표 인증 용지가 SNS에 올라왔다. 이번 선거가 생애 첫 선거라고 한 영락의료과학고등학교 3학년 최가영씨(19)는 “지난 사전 투표 때 주변 친구들이 인증 게시글을 많이 올렸다”며 “누굴 찍어야 할지 몰라 본 투표 때 투표를 안 하려고 했지만 친구들이 올린 캐릭터 투표 인증 사진을 나도 올리고 싶어 나왔다”고 말했다.인스타그램 채널을 운영하는 김모 씨는 캐릭터를 직접 그려 인증용지를 꾸몄다. 김 씨는 “자음 ‘이응(ㅇ)’이 들어갈 자리에 나머지 자·모음을 적고, 기표도장으로 이응을 표시하도록 만들었다”며 “어렸을 때 할 일을 다 하고 나면 담임선생님께 ‘잘했어요’ 도장을 받는데, 할 일을 완수하고 난 뒤 보상을 스스로에게 제공하는 경험을 통해 더 많은 시민이 투표에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했다.지난주부터 투표 인증 용지를 배포한 ‘망그러진곰’ 인스타그램 계정에서는 이날 오전 9시경 투표 인증을 한 팬들의 게시물을 공유하며 ‘부지런 부앙이(팬 애칭)야’나 ‘엄청 대단해’ 등과 같은 말로 투표를 독려했다.
경기 안산시에 거주하는 박유민씨(29)는 “원래 투표 잘 안 하는데 이번엔 인증 용지가 너무 귀여워서 더 참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특히 정치가 아닌 아이돌, 스포츠팀 팬덤으로 뭉치다 보니 자칫 정치법 위반에 걸릴 부작용도 적다. 경기 용인시에 거주하는 전모씨(23)는 “이전에는 투표 인증샷을 찍어도 손가락이나 옷 색깔 등등 제한이 많았다”며 “반면에 캐릭터 용지는 특정 정당이 아닌 참정권이라는 보편적인 가치를 지지한다는 측면에서 더 부드럽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투표 인증 문화가 정치 혐오를 자극하는 것이 아닌 딱딱하게 느껴지는 투표 과정을 유쾌하게 만들고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점에서 효과가 있다는 의미다.
프로야구 팬들 사이에선 응원하는 구단의 승리를 기원하는 투표인증 용지가 인기다. 강남구에 위치한 휘문고등학교를 방문해 선거를 마친 이상협(26) 씨는 본인이 응원하는 프로야구 구단 ‘삼성 라이온즈’의 우승을 기원하는 인증용지를 내밀었다. 이 씨는 “이왕이면 다른 시민들의 투표 참여 독려가 가능해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며 “자신이 가입한 삼성라이온즈 팬 단체 채팅방에 해당 시안을 공유해 투표 인증도 서로 공유할 예정이다”고 했다. 유권자가 투표인증을 하는 데 다양한 이유가 있다. 관악구의회에서 표 행사를 마친 이정훈(30) 씨는 “SNS에 올리기 위해 인증샷을 찍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이 씨는 “부모님에게 선거 참여는 시민의 필수 덕목으로 배웠다”며 “시민이 선거라는 기본적인 권리 행사도 하지 않으면서 정치인을 욕하는 건 어불성설”이라 덧붙였다.
다른 시민의 선거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투표인증을 하는 경우도 있다. 한 방송인은 “국민이라면 당연히 선거에 참여해야 한다”며 “누군가 선거일을 잊어도 SNS에 올라온 투표인증을 보면서 ‘지금이라도 투표하러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계도 있다. 서울 성동구에 거주하는 정은경씨(29)는 “인증 문화가 팬 활동에서 파생된 성격이 크기 때문에 그쪽으로 큰 흥미가 없는 친구들은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말하며 “이 문화가 과대대표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투표인증 용지는 수많은 요인 중 하나로 이것 때문에 새로 투표 할 집단은 많지 않다”고 지적하며 “MZ세대가 투표를 넘어 정치에 관심을 키우려면 젊은 국회의원이 나오고 청년이 관심 가질 정책을 개발하는 정공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성호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젊은이들이 투표율의 높고 낮음을 떠나 선거를 민주주의의 축제로 여기고 참여하고 즐기는 것은 바람직하다”며 “정치권이 평소에 청년들이 희망을 전할 수 있는 정치를 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지연/라현진/박동현/노수빈/허유정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