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코벨 메뉴 하나에도 2000개 넘는 아이디어가 필요했다 [서평]

미 스탠퍼트대 디스쿨 교수들이 쓴
신간
"아이디어의 질보다 양이 중요"
패스트푸드 업계에서 혁신의 화신으로 인정받는 타코벨은 매년 300~500개의 신메뉴 아이디어를 검토한다. 이중 실제로 출시되는 건 10분의 1도 않된다. 이 체인점의 초대형 히트 메뉴 중 하나인 '도리토스 로코스 타코'는 개발되기까지 총 2000개가 넘는 버전의 아이디어가 시험을 거쳤다.

실리콘밸리 혁신의 산실로 불리는 미국 스탠퍼드대 디스쿨의 교수이자 글로벌 기업의 경영 멘토 제러미 어틀리·페리 클레이반이 쓴 <아이디어 물량공세>는 아이디어의 질보다 양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두 교수는 기업의 탁월한 솔루션은 신중하게 던져진 소수정예의 아이디어가 아니라, 어마어마하게 많이 던져진 아이디어 중에서 등장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들은 '아이디어플로(ideaflow)'란 지표를 제시한다. 주어진 시간 동안 주어진 문제에 대해 개인이나 집단이 생성할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의 수를 가리킨다. 이들에 따르면 시장을 지배하는 조직이나 기업은 늘 높은 아이디어플로를 보인다. 아이디어가 더 많을수록 더 창의적인 결과물이 나온다는 설명이다. 책은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행위는 쓸모없는 것들을 먼저 쏟아내 훌륭한 아이디어가 나올 통로를 만드는 과정"이며, "시장에 충분히 통할 아이디어가 내면의 검열로 입 안에서 삼켜지는 것을 막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두 교수들이 지금껏 수많은 기업의 사례를 연구한 바에 따르면, 하나의 훌륭한 아이디어 뒤에는 최소 대략 2000개의 아이디어가 숨어있다. 다이슨을 청소기 시장의 승자로 자리매김하게 만든 먼지 봉투 없는 청소기는 5127개의 시제품을 만든 끝에 탄생했다. 일본의 제약회사 에자이는 하나의 약을 출시하기까지 약 2만 가지 후보 물질을 테스트한다. "그물을 넓게 칠수록 대어를 낚을 확률이 더욱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물론 단순히 아이디어를 쏟아내기만 한다고 끝이 아니다. 쏟아낸 아이디어를 테스트하는 데도 양이 중요하다. 마블 스튜디오는 촬영에 앞서 장면 전체를 디지털 애니메이션으로 만든다. 모든 카메라 움직임과 스턴트, 특수 효과의 다양한 경우의 수를 테스트해 최고의 장면을 만들기 위해서다. 나이키의 공동 창업자이자 육상팀 감독이었던 빌 바워만은 기록 단축용 육상화를 개발하기 위해 직접 신발을 수선한 뒤 선수들의 피드백을 반영하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했다. 테스트를 하며 좋은 아이디어가 곧바로 가려지기도 하지만, 수많은 아이디어를 테스트하는 과정에서 각각의 아이디어가 충돌하고 공명하며 더 나은 아이디어로 발전하기도 한다. 책은 조직 구성원들로부터 아이디어를 끌어낼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도 소개한다. 아이디어를 자극할 수 있는 질문을 만드는 법부터 '타인의 의견에 오염되지 않은 최초 의견을 수집할 것', '회의 주제와 유사하지만 가벼운 주제로 워밍업 회의를 진행할 것', '자신의 의견을 검열하지 못하도록 빠른 답변을 받을 것' 등 조직적 차원의 창의성 훈련법을 함께 담았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