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동훈이 보여준 가능성과 한계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총선 사령탑에 오른 지 4개월 만이다. 그는 참패 원인을 “오롯이 제 책임”이라고 했지만 ‘정권 심판론’이 들끓는 상황에서 한동훈이 없었다면 개헌 저지선마저 무너졌을지 모른다는 관측이 많다. 그가 구심점 역할을 한 덕분에 국민의힘은 지리멸렬한 상황에서 벗어났고 지지자들을 어느 정도 결집할 수 있었다. 한강 벨트, 낙동강 벨트 등 승부처에선 여당 후보들이 막판까지 치열한 접전을 펼쳤다. 정치인으로서 한동훈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들이다.

하지만 한동훈은 중도 확장에 한계를 보였다. 대통령 인기가 낮은데도 보수 여당이 총선에서 승리한 대표적 사례가 2012년과 1996년이다. 각각 이명박 정부 때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 김영삼 정부 때 이회창 당시 신한국당 선대위 의장처럼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하며 ‘여당 내 야당’ 역할을 하는 정치인이 여당을 이끌었을 때다. 하지만 한동훈은 ‘윤석열의 아바타’ 이미지를 완전히 깨지 못했다. 김건희 여사 명품백 문제나, 호주 대사 문제 등 중도층 표심을 갉아먹은 문제에서 선명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무난했지만 감동도 적었던 공천, 선거 막판으로 갈수록 거칠어진 언사, ‘여의도 문법’처럼 보인 선심성 공약들도 그다지 득이 되지 않았다. 그보다 우리가 처한 국내외 현실을 진솔하게 국민에게 알리고 경제 체질 개선과 외교안보 전략을 제시하는 데 더 힘을 쏟았다면 좋았을 것이다.

비대위원장에서 물러났지만 ‘정치인 한동훈’의 역할은 끝나지 않을 것 같다. 여전히 차기 대권주자 중 한 명이다. 그도 비대위원장에서 사퇴하며 “어떻게 해야 국민의 사랑을 되찾을 수 있는지 고민하겠다”고 했다. 한 전 위원장의 다음 행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