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보다 달콤"…대한제당, 골프장 잘나가네

작년 순이익 29%가 골프장 사업
주력인 식품 부문의 절반 웃돌아
마진율 높아 '캐시카우' 역할 톡톡
CJ제일제당, 삼양사와 국내 설탕 시장 90% 이상을 과점하고 있는 대한제당이 골프장 운영 사업으로 쏠쏠한 이익을 얻고 있다. 전체 순이익에서 골프장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육박한다. 국제 원당 가격에 따라 이익이 널뛰기하는 제당 사업과 달리 골프장 사업은 실적 변동성이 낮고 마진율이 높다. 골프장 사업이 본업인 제당 사업의 실적 하락을 방어하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대한제당은 지난해 매출 1조3323억원, 순이익 325억원을 냈다. 전년 대비 매출은 3% 줄었지만 순이익은 27% 늘었다. 늘어난 순이익의 상당 부분이 골프장에서 나왔다.

1956년 설립된 대한제당은 설탕 제조·판매에 주력하다가 골프장, 배합사료, 축산물 유통 등으로 잇달아 사업 영역을 넓혔다. 계열사 TS개발과 공주개발을 통해 경기 양주 송추CC와 충남 공주 프린세스GC를 운영 중이다.

작년 기준 사업 부문별 매출 비중은 설탕을 만드는 식품 부문이 55.3%로 가장 높았고 축산물 유통 부문이 27%, 사료 부문이 20.7%로 뒤를 이었다. 골프장 매출은 전체의 2.5%에 불과했지만 순이익은 전체의 28.8%에 달했다. 전년(19.3%)보다 비중이 10%포인트 가까이 높아졌다.작년 TS개발과 공주개발의 순이익 합계는 81억원이었다. 식품 부문 순이익(143억원)의 절반을 넘고 축산물 유통 부문 순이익(77억원)보다 많다. 사료 부문은 수년째 적자를 내고 있다. 식품 부문 순이익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3%대로 낮아졌다.

설탕은 소재 식품 특성상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낮고 장기 기업 간 거래(B2B) 방식으로 납품해 안정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다. 하지만 제조원가에서 원재료값이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높아 국제 원당 가격과 환율에 따라 이익이 큰 폭으로 오르락내리락한다. 대한제당의 매출 원가율(작년 별도 기준)은 92.2%에 달한다. 반면 코스 관리비가 매출원가의 대부분인 TS개발과 공주개발 원가율은 40~50%에 그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전후해 2021~2022년 국제 원자재 가격이 뛰어 식품 사업 이익 비중이 급격히 줄어든 것”이라고 했다.

대한제당은 설탕 시장 점유율이 경쟁사(CJ제일제당 50%·삼양사 30%)보다 낮은 수준에 장기간 머물러 있어 식품 부문 수익성을 높이는 것이 쉽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