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김재섭, 험지 도봉갑서 '깜짝승'…"산업화·MZ세대 동시 공략이 비결"

24년 민주텃밭 차지 '반전'

인스타선 일상 쇼츠로 MZ와 소통
학교 잔디공약으로 표심 사로잡아

페북선 "3대째 구민" 토박이 강조
무연고 전략공천 野안귀령과 대비
사진=뉴스1
더불어민주당의 텃밭인 서울 도봉갑에서 김재섭 국민의힘 당선자(36·사진)가 깜짝 승리하며 22대 총선의 최대 이변을 만들었다. 김 당선자는 1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산업화 세대와 20·30대를 동시에 공략한 전략이 비결”이라고 밝혔다.

도봉갑은 18대 총선을 제외하곤 1992년 이후 한 번도 보수정당 후보가 당선된 적이 없다. 민주화운동의 상징적 인물인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과 아내 인재근 전 민주당 의원이 이곳에서 각각 3선을 했다.도봉구 창동에서 태어나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김 당선자는 지역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고령층과 청년층을 동시에 공략하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했다. 장년들이 주로 쓰는 페이스북과 MZ세대가 애용하는 인스타그램의 콘텐츠를 따로 제작해 유통한 것이다. 여권 한 관계자는 “콘텐츠 하나를 만들어 여러 SNS에 뿌리는 게 일반적인 정치인과 달리 SNS 사용자층을 정확히 나눠 다른 문법을 구사한 차별화된 행보”라고 분석했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3대째 도봉구 주민’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지역 토박이들의 정서를 자극했다. 페이스북에는 지역 경로당을 방문하거나 노년층 유권자들에게 90도로 인사하는 사진을 올렸다. 도봉구에 무연고로 전략공천된 안귀령 민주당 후보와 대비를 이뤄 호응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다.

반면 인스타그램에서는 MZ세대를 겨냥한 가벼운 콘텐츠로 승부를 봤다. 언론 인터뷰, 지역별 공약 등 페이스북에 올린 딱딱한 콘텐츠보다는 ‘떡볶이 번개’ ‘헬스장 인증’ 등 젊은 유권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미지를 내세웠다.지역구 내 학교 운동장에 잔디를 깔아주겠다는 ‘잔디 공약’은 MZ세대 겨냥에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김 당선자는 “형 국회의원 당선되면 학교에 잔디 깔아준다. 엄마 아빠 삼촌 이모 형 누나 친구 동생한테 전부 2번 김재섭 뽑자고 하자”며 입소문을 냈고, 학생들은 이를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김 당선자 인스타그램 팔로어 중 3000여 명이 초·중·고생이다.

김 당선자는 “잔디 공약은 현장에서 만난 학생들이 가장 많이 원한 ‘상향식’ 공약이었다”며 “젊은 세대를 위해 고민하다 보니 부모 세대에 소구력 있게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 지역구 활동을 시작했을 때 도봉구는 사지(死地)라 부르는 분이 많았다”며 “태어난 곳에서 무조건 승부를 본다고 생각했고, 오랜 기간 집권한 민주당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는 주민들이 호응해주신 것 같다”고 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