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심판' 성적표 받은 尹…내각·대통령실 인적쇄신 돌입

국정기조 전환 불가피

용산 참모 대대적 개편 전망 속
"한번에 바뀌면 국정 차질" 우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실을 대대적으로 개편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총선 출마를 원하는 수석들을 한꺼번에 교체한 것을 제외하면 현 정부의 첫 대통령실 인적 쇄신이다. 윤 대통령은 4·10 국회의원 총선거 참패를 계기로 국정을 쇄신하고, 야당과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여권에 따르면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은 11일 회의를 소집해 실장 및 수석급 참모진 전원(국가안보실 제외)이 사의를 표명하자고 의견을 모으고 윤 대통령에게 뜻을 전달했다. 이 실장 외에 성태윤 정책실장, 한오섭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 박춘섭 경제수석, 장상윤 사회수석, 박상욱 과학기술수석 등이다. 이 실장은 지난 10일 총선 개표 상황을 지켜보면서 참모진 전원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늦지 않게 대통령실 인적 쇄신 방안을 결정할 것”이라며 “부분적인 조직 개편도 함께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대부분의 실장·수석급 참모를 교체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 대통령실 진용이 꾸려진 지 약 4개월밖에 안 됐고, 한꺼번에 고위 참모진이 대대적으로 바뀌면 국정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에 윤 대통령이 이를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와 별개로 한덕수 국무총리도 윤 대통령에게 구두로 사의를 밝혔다. 한 총리 외 다른 국무위원들은 사퇴하겠다고 발표하지 않았지만, 윤 대통령이 일부 부처의 개각을 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국정 운영 방식도 바뀔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총선에서 나타난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국정을 쇄신하고 경제와 민생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메시지를 냈다. 정치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국정철학을 당장 바꾸지는 않겠지만, 각종 사안에 접근하는 방식은 과거와 비교해 크게 변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관련, 윤 대통령은 조만간 대국민 담화를 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총선 결과와 원인에 대해 되돌아보는 시간이 곧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부터 주말까지 공개 일정을 최소화하고 국정 쇄신 및 인적 개편 방안을 고민할 것으로 전해졌다.

야당과의 소통도 강화할 전망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를 야당과 긴밀한 협조, 소통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렇게 해석해도 좋다”고 답했다. 여당 인사들도 이번 총선 패배의 최대 원인을 ‘윤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라고 꼽는 상황인 데다 정부가 추진하려는 국정과제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려면 거대 야당의 협조를 구할 수밖에 없다.윤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간 회담이 성사될 가능성도 있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이 대표와 한 번도 따로 만나지 않았고, 야당은 이를 두고 ‘불통’이라고 공격해왔다. 여당과의 관계 또한 ‘수직적 관계’에서 ‘수평적 관계’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여권 관계자는 “총선 참패에도 대통령이 변하지 않는다면 민심은 더 빠르게 식어갈 것”이라며 “이 경우 윤 대통령은 남은 3년의 임기 동안 사실상 ‘식물 대통령’으로 지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도병욱/양길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