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라고/-라며' 구별해서 쓰기

디테일의 힘 (1)

'-라고'는 인용격 조사로서 앞의 인용문을 뒤의 서술어로 직접 이어준다. 하나의 동작으로 이해하면 편하다. '~라며'는 연결어미 '-라고 하면서'의 준말로 두 개의 동작을 나타낸다. 앞의 동작을 연결해 주면서 뒤에 어쨌다는 또 다른 동작의 말이 온다.
뉴스1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현장 이탈로 의료 공백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다. 의정 간 만남을 통한 대화만이 사태를 풀 돌파구이지만 의사들은 여전히 정부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① 시민사회는 정부와 의료계가 ‘무책임하다’라며 비판했다. … ② 비대위원장은 윤 대통령과의 만남 이후 자신의 SNS에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는 없다’라고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 ③ 전공의들 사이에서는 비대위원장이 대통령과 만난 것 자체를 두고 ‘밀실 결정이었다’라며 반발도 나왔다.” 대통령과 전공의 대표의 만남을 전한 한 신문의 기사문이다.

‘-라고’는 인용격조사 … 하나의 동작

세 개의 문장에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인용문이라는 것이다. 인용문은 통상 ‘-라고/-라며+서술어’로 연결되는 형식이다. 이 ‘-라고/-라며’의 쓰임새를 모르는 이가 의외로 많다. 가령 “~라고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라고 해야 할 것을 “~라며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식으로 잘못 쓰는 경우가 흔하다. 예문에서도 “①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라고 해야 맞는다. ②와 ③은 ‘-라고’ ‘-라며’가 바르게 쓰였다. 이 차이는 어떻게 구별해야 할까?기본형은 “~라고 말했다”이다. 모국어 화자는 이를 절대 “~라며 말했다” 식으로 쓰지 않는다. 그런데 이를 응용해 형태를 바꾸면 헷갈리는 것 같다. 우선 두 말의 정체를 알아야 한다.

‘~라고’는 앞말이 직접 인용되는 말임을 나타내는 격조사다. 원래 말한 그대로 인용하는 게 원칙이다. “그는 ‘내가 홍길동이다’라고 말했다” 같은 게 그 쓰임새다. 인용격이라 이어지는 서술어와의 결합이 단단하다. 가령 ‘~라고 말하다/설명하다/밝히다/덧붙이다’ 식으로 인용문을 직접 받는 말이 서술어로 온다. 이들을 인용서술어라고 한다.

이에 비해 ‘~라며’는 조사가 아니라 ‘-라면서’가 준 말이다. 이 ‘-라면서’는 다시 ‘-라고 하면서’가 준 것이다. 여기서 ‘-라고’는 앞서 살핀 격조사이고, ‘-면서’의 정체만 알면 그 쓰임새도 드러날 것이다. ‘-면서(또는 준말 ‘-며’)’는 연결어미인데, 두 가지 이상의 움직임이나 사태 따위가 동시에 겸하여 있음을 나타낸다. “밥을 먹으면서 신문을 본다”, “길을 걸어가며 건물들을 구경한다” 같은 게 전형적인 쓰임새다. 핵심은 이 ‘-며(면서)’의 용법은 앞뒤로 서로 다른 ‘두 개의 동작’이 온다는 점이다.

‘-라며’는 앞뒤에 오는 동작이 달라

정리해보자. 첫째, ‘-라고’는 인용격조사로서 앞의 인용문을 뒤의 서술어로 직접 이어준다. 하나의 동작으로 이해하면 편하다. ‘~라고 말했다/밝혔다/설명했다/전했다/비판했다/덧붙였다’ 같은 형식으로 나타난다. 둘째, ‘~라며’는 연결어미 ‘-라고 하면서’의 준말로 두 개의 동작을 나타낸다. 앞의 동작을 연결해주면서 뒤에 어쨌다는 또 다른 동작의 말이 온다.

이제 앞으로 돌아가면 처음 예문의 옳고 그름을 따져볼 수 있다. ① A는 B가 ‘무책임하다’라며 ‘비판했다’에서 ‘무책임하다’와 ‘비판하다’는 두 개의 행동이 아니다. 하나의 행동, 즉 A는 B가 ‘무책임하다고 비판한’ 것이다. 그러니 ‘-라며’가 아니라 ‘-라고’로 연결해야 할 곳이다. 이런 관점에서 ②를 보면, “비대위원장이 SNS에 무엇무엇이라고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에서 ‘-라고’는 올바른 쓰임새다. ‘무엇무엇’에 해당하는 게 ‘밝혔다’와 같은 것이다. ③의 ‘-라며’도 적절하다. 전공의들 사이에서 ‘밀실 결정이었다’라는 언급이 있었고 그러면서 ‘반발도 나왔다’는 뜻이다. 두 개의 동작임을 알 수 있다.

홍성호 이투데이 기사심사위원·前 한국경제신문 기사심사부장
흔히 ‘-라고’를 써야 할 자리에 무심코 ‘-라며’를 쓰는 오류가 많다. 이는 인용문과 서술어 사이에 목적어가 들어가면서 자칫 두 개의 동작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경제정책이 제대로 가고 있는지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고 싶다’라며 회의 소집 배경을 설명했다.” 여기 쓰인 ‘-라며’가 그런 사례다. 하지만 이는 인용문 내용 ‘…대화하고 싶다’가 곧 ‘설명했다’에 해당하는 것이므로 두 개의 동작이 아니라 하나의 동작이다. ‘-라고’로 연결해야 할 문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