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경기 드디어 살아나나…구리 등 산업용 금속값 줄줄이 급등 [원자재 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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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아연 등 금속값 수개월 만에 최고치
中 PMI 확장에 美·유럽 경기도 강세 영향
원자재, 인플레 헤지 수단으로도 각광받아
세계 경기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구리 등 산업용 금속 가격이 줄줄이 급등세다. 중국에서 경기 확장 조짐이 감지된 가운데 공급 부족 우려가 더해지면서 주가지수보다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12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되는 산업용 금속 지수는 지난 10일(현지시간) 기준 올 초 대비 8%가량 상승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산출하는 세계지수(ACWI·23개 선진국과 24개 신흥국의 중대형 종목 추종)의 상승률 6.3%를 웃돌았다.
LME의 금속 지수는 구리, 아연, 니켈, 주석, 알루미늄, 납 등 6개 산업용 금속 가격을 추적한다. 구리 가격은 연초 대비 10% 넘게 뛰어 지난 9일 15개월 만에 최고치인 t당 9523달러까지 올랐다. 아연 가격도 작년 4월 이후 가장 높은 t당 2756달러에 거래됐고, 주석·알루미늄·납도 모두 수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16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던 철광석 가격도 소폭 반등했다.이들 산업용 금속은 중국 제조업 부문에서 수요가 회복되고 있다는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중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지난 3월 전월 대비 1.7 오른 50.8을 기록했다. PMI가 50을 상회하면 경기가 확장 국면이라는 의미다. 이 수치는 지난해 3월(51.9) 이후 1년 만에 가장 높았고, 같은 해 9월(50.2) 이후 처음 50을 넘었다. 시장 예측치(49.9~50.1)도 웃돌았다.시장에선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고금리 상황이 장기화하고 있는 중에도 중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가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란 기대감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는 3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시장 예상(48.1)보다 높은 50.3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ISM이 추적하는 PMI가 50을 넘은 건 2022년 9월 이후 17개월 만이었다.
덴마크 투자은행 삭소뱅크의 올레 한센 원자재 전략 책임자는 “미국과 유럽의 건설 부문이 최악을 지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은행 ING에서 원자재 분석을 담당하는 에와 맨세이 전략가는 “글로벌 수요 회복에 대한 희망이 산업용 금속 가격을 밀어 올리고 있다”고 진단했다.수요가 반등세로 진입한 와중 공급은 축소되는 흐름이다. 전 세계 구리 공급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는 중국의 대형 제련소들은 지난달 공동 감산에 합의했다. 파나마, 페루 등 남미 주요 생산국에서 광산이 폐쇄되면서 원료 공급이 줄어든 여파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구리 생산량이 전년 대비 0.7%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구리 외 금속들의 공급도 빡빡해지는 모양새다. 맥쿼리는 올해 정제 아연 생산량 증가율이 0.4%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수급 흐름을 볼 때 산업용 금속 가격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거란 전망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2026년 구리와 알루미늄 가격 전망치를 각각 t당 1만2000달러, t당 325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마이클 위드머 BoA 전략가는 “주요 광산의 폐쇄와 더불어 청정 기술에 대한 투자와 세계 경제의 반등이 구리 가격을 더욱 끌어올릴 것”이라고 했다. 구리는 전기차 등 청정에너지 산업의 핵심 원료다.글로벌 투자은행 바클레이즈는 유럽 광산 주식에 대한 투자 비중을 확대(overweight)할 것을 추천했다. 주가 흐름이 부진했던 유럽 광산주들은 이달 들어 눈에 띄는 상승세를 보였다. 이마누엘 카우 바클레이즈 유럽 주식 전략 책임자는 “중국 경기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지만, 현재의 가격 수준은 너무 부정적”이라며 “광산 기업들은 상승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한편 금속 등 원자재는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도 기능하고 있다. 최근 몇 달 새 원자재 투자 비중을 늘린 픽텟자산운용의 샤니엘 람지 멀티애셋 부문 공동 책임자는 “전 세계에서 인플레이션 기대가 다시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이에 대한 헤지 수단으로 원자재, 특히 산업용 금속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中 PMI 확장에 美·유럽 경기도 강세 영향
원자재, 인플레 헤지 수단으로도 각광받아
세계 경기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구리 등 산업용 금속 가격이 줄줄이 급등세다. 중국에서 경기 확장 조짐이 감지된 가운데 공급 부족 우려가 더해지면서 주가지수보다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12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되는 산업용 금속 지수는 지난 10일(현지시간) 기준 올 초 대비 8%가량 상승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산출하는 세계지수(ACWI·23개 선진국과 24개 신흥국의 중대형 종목 추종)의 상승률 6.3%를 웃돌았다.
LME의 금속 지수는 구리, 아연, 니켈, 주석, 알루미늄, 납 등 6개 산업용 금속 가격을 추적한다. 구리 가격은 연초 대비 10% 넘게 뛰어 지난 9일 15개월 만에 최고치인 t당 9523달러까지 올랐다. 아연 가격도 작년 4월 이후 가장 높은 t당 2756달러에 거래됐고, 주석·알루미늄·납도 모두 수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16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던 철광석 가격도 소폭 반등했다.이들 산업용 금속은 중국 제조업 부문에서 수요가 회복되고 있다는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중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지난 3월 전월 대비 1.7 오른 50.8을 기록했다. PMI가 50을 상회하면 경기가 확장 국면이라는 의미다. 이 수치는 지난해 3월(51.9) 이후 1년 만에 가장 높았고, 같은 해 9월(50.2) 이후 처음 50을 넘었다. 시장 예측치(49.9~50.1)도 웃돌았다.시장에선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고금리 상황이 장기화하고 있는 중에도 중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가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란 기대감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는 3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시장 예상(48.1)보다 높은 50.3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ISM이 추적하는 PMI가 50을 넘은 건 2022년 9월 이후 17개월 만이었다.
덴마크 투자은행 삭소뱅크의 올레 한센 원자재 전략 책임자는 “미국과 유럽의 건설 부문이 최악을 지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은행 ING에서 원자재 분석을 담당하는 에와 맨세이 전략가는 “글로벌 수요 회복에 대한 희망이 산업용 금속 가격을 밀어 올리고 있다”고 진단했다.수요가 반등세로 진입한 와중 공급은 축소되는 흐름이다. 전 세계 구리 공급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는 중국의 대형 제련소들은 지난달 공동 감산에 합의했다. 파나마, 페루 등 남미 주요 생산국에서 광산이 폐쇄되면서 원료 공급이 줄어든 여파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구리 생산량이 전년 대비 0.7%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구리 외 금속들의 공급도 빡빡해지는 모양새다. 맥쿼리는 올해 정제 아연 생산량 증가율이 0.4%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수급 흐름을 볼 때 산업용 금속 가격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거란 전망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2026년 구리와 알루미늄 가격 전망치를 각각 t당 1만2000달러, t당 325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마이클 위드머 BoA 전략가는 “주요 광산의 폐쇄와 더불어 청정 기술에 대한 투자와 세계 경제의 반등이 구리 가격을 더욱 끌어올릴 것”이라고 했다. 구리는 전기차 등 청정에너지 산업의 핵심 원료다.글로벌 투자은행 바클레이즈는 유럽 광산 주식에 대한 투자 비중을 확대(overweight)할 것을 추천했다. 주가 흐름이 부진했던 유럽 광산주들은 이달 들어 눈에 띄는 상승세를 보였다. 이마누엘 카우 바클레이즈 유럽 주식 전략 책임자는 “중국 경기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지만, 현재의 가격 수준은 너무 부정적”이라며 “광산 기업들은 상승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한편 금속 등 원자재는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도 기능하고 있다. 최근 몇 달 새 원자재 투자 비중을 늘린 픽텟자산운용의 샤니엘 람지 멀티애셋 부문 공동 책임자는 “전 세계에서 인플레이션 기대가 다시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이에 대한 헤지 수단으로 원자재, 특히 산업용 금속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