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할 수 없던 일 벌어졌다…'전기먹는 하마'에 골머리 [김리안의 에네르기파W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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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리안의 에네르기파WAR]는 에너지 분야 소식을 국가안보적 측면과 기후위기 관점에서 다룹니다.
전기와 그리드(grid)의 세계-중첨단 기술이 현실화하고 있는 21세기에 세계 주요국과 글로벌 대기업들이 '전기 걱정'을 하고 있다. 도처에서 전력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 기반 데이터센터 열풍 때문만은 아니다.
과거엔 전기화된 공정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산업 현장의 전기화가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어서다.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모든 것의 전기화'가 현실화하면 현재의 발전량과 전력망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전력 소비가 예상된다.
싱크탱크 RMI는 "히트펌프 등을 통해 저열 산업의 전기화가 특히 가속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맥주나 식료품 생산 공정에 쓰이는 가스 보일러를 전기 히트펌프로 대체한 뉴벨지엄브루잉, 크래프트 하인즈 등이 대표적이다. 시장분석기관 RTC와 컨설팅 기업 맥킨지 등에 따르면 조만간 산업용 히트펌프의 기술력이 500도까지 도달하고, 산업 부문 열 수요의 29%를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전기를 1500도 이상의 열에너지로 저장해 쓰는 열 배터리도 산업계의 전기화를 돕고 있다.전기화 열풍은 전기가 궁극적으로 대체하고자 하는 화석연료 업계에서도 한창이다. "전기의 천적(화석연료)도 전기화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다. 미국 퍼미언(페름) 분지에서도 전기 시추 장비 교체 작업에 수십억 달러가 쓰이고 있다. 이곳의 시추업체들이 매일 소비하는 전력은 시애틀주의 하루 평균 소비량의 4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올해 미국의 전력 소비가 40억9600만㎾h로 사상 최고치를 찍고, 내년에도 41억2500만㎾h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우후죽순 생겨나는 데이터센터도 대표적인 전기 먹는 하마로 통한다. IEA는 2022년 460TWh였던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이 AI 열풍에 의해 2026년에는 1000TWh를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충분한 전력이 만들어져도 수급이 원활하지 않다. 전력계통(그리드)에 연결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미국 에너지규제위원회(Ferc)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력계통에 연결되어야 하는 발전·전력저장 및 송전 프로젝트가 2000건을 넘어섰고, 이들의 평균 대기 시간은 5년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과거엔 기업들이 사업 부지를 선정할 때 인터넷 인프라·풍부한 기술 인력·정부 보조금 유무를 우선 고려했지만, 이젠 원활한 전력 공급이 제1순위가 됐다"고 전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전기와 그리드(grid)의 세계-중첨단 기술이 현실화하고 있는 21세기에 세계 주요국과 글로벌 대기업들이 '전기 걱정'을 하고 있다. 도처에서 전력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 기반 데이터센터 열풍 때문만은 아니다.
과거엔 전기화된 공정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산업 현장의 전기화가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어서다.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모든 것의 전기화'가 현실화하면 현재의 발전량과 전력망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전력 소비가 예상된다.
"나도 전기가 될래"…굴뚝의 혁신
독일 화학기업 바스프의 마틴 브루더뮐러 최고경영자(CEO)는 2년 전 한 행사에서 "에너지 집약적인 산업의 탈탄소화는 전기화를 통해서만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만 해도 업계 전문가들은 그가 '뜬구름 잡는다'고 받아들였다. 현대 기술력이 주방과 냉·난방 설비, 심지어 자동차도 전기화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산업 부문에서의 전기화는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특히 '중후장대'한 굴뚝 산업이 그렇다. 중화학 제조 공정에 필요한 1000도 이상의 온도와 증기는 전기로 생산하기 어렵거나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인식에서다. 이 정도의 열과 증기를 공급받기 위해 화석연료를 태우는 데 익숙해진 탓에 산업 부문은 최종 에너지 소비량의 35% 정도(한국은 60% 가량)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산업 부문에서도 전기화 기술 개발이 급격하게 이뤄지고 있다.'산업의 전기화 선언'에 앞장섰던 바스프는 최근 사빅, 린데와 공동개발한 전기로(e-스팀 크래커) 시험용 설비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전기로에서 정유 부산물(나프타)를 분해해 석유화학 제품의 기초소재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광산에 전기 굴삭기·트럭을 도입하거나(포르테스큐) 세라믹용 터널식 전기 가마를 선보인(로카그룹) 기업들도 있다. 서브라임 시스템스는 규산칼슘 암석 등을 전기분해해 상온에서 시멘트를 만드는 공정을 개발했다.싱크탱크 RMI는 "히트펌프 등을 통해 저열 산업의 전기화가 특히 가속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맥주나 식료품 생산 공정에 쓰이는 가스 보일러를 전기 히트펌프로 대체한 뉴벨지엄브루잉, 크래프트 하인즈 등이 대표적이다. 시장분석기관 RTC와 컨설팅 기업 맥킨지 등에 따르면 조만간 산업용 히트펌프의 기술력이 500도까지 도달하고, 산업 부문 열 수요의 29%를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전기를 1500도 이상의 열에너지로 저장해 쓰는 열 배터리도 산업계의 전기화를 돕고 있다.전기화 열풍은 전기가 궁극적으로 대체하고자 하는 화석연료 업계에서도 한창이다. "전기의 천적(화석연료)도 전기화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다. 미국 퍼미언(페름) 분지에서도 전기 시추 장비 교체 작업에 수십억 달러가 쓰이고 있다. 이곳의 시추업체들이 매일 소비하는 전력은 시애틀주의 하루 평균 소비량의 4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상 최고 전기 수요에 전력망 정비 시급
전기화 혁신이 이뤄지고 있지만, 산업 현장에 안정적으로 전기가 공급되기까지는 요원할 것으로 보인다. 중장비 기업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한 연구원은 "이론적으로는 현재 개발된 기술로도 중공업의 50%까지 전기화할 수 있다"면서도 "실제로는 10%만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너무 많은 전력 수요가 한꺼번에 일면서 정전에 의한 조업 중단 우려도 덩달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15년 18%였던 최종 에너지 소비에서 전기 비중은 지난해 20%에 도달했다. 이는 2030년이면 30%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전기화가 빠르게 가속화되고 있는 셈이다. IEA는 "전 세계 전력 소비량은 지난해 2만7682 테라와트시(TWh·10억㎾h)로 전년 대비 2.2% 증가했다"며 "올해 이후엔 연평균 3.4%씩 불어나 2026년 3만601TWh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최근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올해 미국의 전력 소비가 40억9600만㎾h로 사상 최고치를 찍고, 내년에도 41억2500만㎾h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우후죽순 생겨나는 데이터센터도 대표적인 전기 먹는 하마로 통한다. IEA는 2022년 460TWh였던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이 AI 열풍에 의해 2026년에는 1000TWh를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충분한 전력이 만들어져도 수급이 원활하지 않다. 전력계통(그리드)에 연결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미국 에너지규제위원회(Ferc)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력계통에 연결되어야 하는 발전·전력저장 및 송전 프로젝트가 2000건을 넘어섰고, 이들의 평균 대기 시간은 5년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과거엔 기업들이 사업 부지를 선정할 때 인터넷 인프라·풍부한 기술 인력·정부 보조금 유무를 우선 고려했지만, 이젠 원활한 전력 공급이 제1순위가 됐다"고 전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