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톺] "더 오르면 안되는데…" 환율에 발목잡힌 코스피

풀죽은 밸류업에 금융주 차익실현…화장품주 수출 호재에 '활짝'
다음주 미국 기업 실적 발표·중국 경기지표 주목
12일 국내 증시는 강달러로 인한 환율 급등에 외국인 수급이 악화되면서 하방 압력을 받았다. 다만 실적 모멘텀이 기대되는 화장품과 반도체 업종이 강세를 보이며 지수 하단을 지지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 대비 0.93% 내린 2,681.82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지수는 반도체주 강세 등에 0.28% 오른 860.47을 기록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장보다 11.3원 상승한 1,375.4원에 장을 마쳐 1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전날 9.20원 오른 데 이어 연이틀 급등세다.

이에 외국인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200 선물을 1조2천억원어치 이상 순매도했으며, 주식 현물은 전날(1조630억원)보다 순매수 규모를 대폭 줄여 170억어치를 순매수하는 데 그쳤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원/달러 환율이 지속해 상승하는 가운데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며 내렸다"며 "다만 4월 1∼10일 화장품 수출액이 대폭 상승한 상황에서 호실적이 기대되는 화장품 업종에는 자금이 유입됐고, 엔비디아 강세에 장중 반도체 업종의 강세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적 모멘텀이 추가되는 업종으로 자금이 순환하는 흐름"이라며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업종에 대한 차익실현 자금이 코스닥 반도체, 제약주로 유입됐다"고 부연했다.

종목별로 보면 야당 압승으로 끝난 총선 여파로 밸류업 정책의 추진 동력 약화 우려가 확산하며 KB금융(-2.93%), 하나금융지주(-5.17%), 메리츠금융지주(-3.10%) 등 금융주가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반면 코스맥스(4.23%), 아모레퍼시픽(5.97%), LG생활건강(4.25%) 등 화장품주는 일제히 올랐다.

유가증권시장 반도체주 중 SK하이닉스(-0.53%), 한미반도체(2.68%)가 장중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리노공업(7.44%), 이오테크닉스(6.23%) 등 반도체주의 상승 폭이 컸다.

업종별로는 보험(-3.97%), 증권(-1.46%) 등 밸류업 관련 업종의 낙폭이 두드러진 반면, 인공지능(AI) 반도체 수혜 기대감에 급등한 디아이(7.74%) 영향으로 의료정밀(2.38%)의 상승 폭이 가장 컸다.
달러 강세가 지속될 경우 외국인 자금 이탈을 가속화하면서 증시의 하방 압력을 높일 가능성이 크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높은 경제 회복력을 보이며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연초 대비 크게 후퇴한 반면, 유럽중앙은행(ECB)은 6월 첫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달러 강세가 나타나고 있다"며 "최근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이 커진 점도 달러화 상방 위험을 높일 것"이라고 짚었다.

한편 1분기 실적 시즌을 맞아 투자자들의 시선은 화장품과 반도체 등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업종으로 향하는 분위기다.

다음주부터 미국 주요 기업들도 실적 발표가 본격화돼 실적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관련된 국내 종목들의 주가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미국 금리 인하 지연 실망감이 주식시장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 중인 가운데 미국 기업의 실적이 예상치에 부합하는지에 주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다음주(16일) 예정된 중국 1분기 국내총생산(GDP), 실업률 발표도 주목된다.

중국 경기 지표가 개선될 경우 국내 화장품주 등 중국향 소비주들이 강세를 보일 수 있다. 강 연구원은 "중국 경기 개선 여부는 한국 주식시장에 중요한 지표로, 수출 견인 등 지수 반등을 위한 트리거"라며 "중국 경기 개선 여부에 따라 국내 주식시장 내 중국 관련 수출주가 반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