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타코벨 음식 하나에도 2000개의 아이디어가 필요

아이디어 물량공세

제러미 어틀리·페리 클레이반 지음
이지연 옮김 / 리더스북
476쪽|2만3000원
실리콘밸리 혁신의 산실로 불리는 미국 스탠퍼드대 디스쿨의 교수이자 글로벌 기업의 경영 멘토 제러미 어틀리·페리 클레이반이 쓴 <아이디어 물량공세>는 아이디어의 질보다 양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두 교수는 기업의 탁월한 솔루션은 신중하게 던져진 소수정예의 아이디어가 아니라 어마어마하게 많이 던져진 아이디어 중에서 등장한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패스트푸드 타코벨의 히트 메뉴 ‘도리토스 로코스 타코’는 개발되기까지 2000개가 넘는 버전의 아이디어가 실험대에 올랐다.

저자들은 ‘아이디어플로(ideaflow)’란 지표를 제시한다. 주어진 시간 동안 주어진 문제에 대해 개인 및 집단이 생성할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 수를 가리킨다. 이들에 따르면 시장을 지배하는 조직이나 기업은 늘 높은 아이디어플로를 보인다. 아이디어가 더 많을수록 더 창의적인 결과물이 나온다는 설명이다. 책은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행위는 쓸모없는 것들을 먼저 쏟아내 훌륭한 아이디어가 나올 통로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강조한다.두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하나의 훌륭한 아이디어 뒤에는 최소 대략 2000개의 아이디어가 숨어 있다. 다이슨을 청소기 시장의 승자로 자리매김하게 한 먼지 봉투 없는 청소기는 5127개의 시제품을 제작한 끝에 탄생했다. 일본의 제약회사 에자이는 하나의 약을 출시하기까지 약 2만 가지 후보물질을 테스트한다. “그물을 넓게 칠수록 대어를 낚을 확률이 더욱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물론 단순히 아이디어를 쏟아내기만 한다고 끝이 아니다. 쏟아낸 아이디어를 테스트하는 데도 양이 중요하다. 마블스튜디오는 촬영에 앞서 장면 전체를 디지털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다. 모든 카메라 움직임과 스턴트, 특수효과의 다양한 경우의 수를 테스트해 최고의 장면을 만들기 위해서다.

책은 조직 구성원으로부터 아이디어를 끌어낼 구체적인 방법도 소개한다. 아이디어를 자극할 수 있는 질문을 만드는 법부터 ‘타인의 의견에 오염되지 않은 최초 의견을 수집할 것’ ‘회의 주제와 유사하지만 가벼운 주제로 워밍업 회의를 진행할 것’ ‘자신의 의견을 검열하지 못하도록 빠른 답변을 받을 것’ 등 조직적 차원의 창의성 훈련법을 함께 담았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