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움츠렸다 뛰면…멀리 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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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석 부산시립미술관장포스트 디지털 시대,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하는 환경에서 살고 있다. 사회학자 레베카 코스타는 “날로 가속하는 사회 변화 속도에 인간이 따라가지 못해 그 한계에 봉착하면 인류는 멸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술계를 한번 들여다보자. 한 작가가 데뷔해 인지도를 얻기까지 얼마나 걸릴까. 20세기 초에는 무명 작가로 시작해 유명 작가가 되기까지 약 20~30년 걸렸다. 빈센트 반 고흐는 죽은 다음에 유명해졌다. 1980년대 영국 YBA운동의 대표 작가인 데이미언 허스트는 학생 시절 기획한 ‘프리즈 전’ 이후 작품이 고가에 팔리기까지 10~15년 걸렸다. 중국 전위회화운동 작가들은 1999년 베네치아비엔날레에 처음 소개된 뒤 약 5년 만에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미술계의 생산, 유통, 소비 순환 주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21세기도 4분의 1이 지났다. 사회 변화 속도가 과거보다 더 빨라지고 있다. 이는 경제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한 경제학자는 한국형 경제학을 세 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정확성을 수반한 속도성, 성실성을 수반한 목적 지향성, 모방성을 수반한 창조성이었다. 과거 우리 사회는 속도성, 목적 지향성, 모방성만을 가지고 있었지만 새로운 디지털 시대의 생존적 요구에 발맞춰 누구보다도 빠르게 정확성 성실성 창조성을 흡수했다.
세계를 선도하는 삼성의 21세기 기업전략은 ‘생각나면 먼저 일을 벌이고 보자. 그리고 미흡하면 재빠르게 보완한다’라고 한다. 이제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즉시 실천해야 하는 시대다. 과거에는 어느 정도 고민하고 준비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지만 지금은 바로 실행하지 않으면 누군가가 똑같은 아이디어를 2~3개월 안에 실현한다. 나만의 선도적 비전이 아니라 모두가 공유하는 일반적 비전이 되는 것이다.
예술은 실험적인 시각 이미지와 이에 따른 담론을 끊임없이 질문하고 제시하며 발전한다. 그러므로 예술은 다른 어떤 학문보다도 항상 선도적이어야 한다.
필자는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조금은 과장된 강의를 하곤 한다. “나는 이제 ‘한 방’론을 믿는다! 우리는 단기적이지만 한 방에 뜰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옛말에 ‘한 번 움츠렸다가 뛰는 개구리가 더 멀리 뛸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오늘날 이런 교훈은 의미가 없을 것 같다. 잠깐의 휴식, 잠깐의 움츠림은 너희의 도태로 이어질지도 모르니까. 기회가 오면 바로 뛸 수 있게 항상 준비해두자.” 좋아하는 ‘누가복음’ 12장의 한 문장이 떠오른다. “의식하며 항상 깨어 있어라! 주님이 언제 오실지 모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