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폭락론은 왜 귀에 쏙쏙 들어올까? [심형석의 부동산정석]

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부정성 편향으로 '폭락론'에 더 눈길
합리적 분석하는 전문가는 지루…'50% 폭락' 주장은 흥미
"부정성 편향 극복해야만 내 집 마련 가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4·10 총선이 끝났습니다. 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듣기 부담스러운 말들이 난무했습니다. 내가 좋고 능력 있으니 뽑아달라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더 나쁘니 나를 뽑아달라는 선거운동입니다. ‘차선(次善)’이 아니라 ‘차악(次惡)’을 선택하는 것이 민주주의 국가의 선거라고는 하지만 갈수록 심각해지는 막말에 짜증부터 납니다. 이를 확대해서 재생산하는 방송이나 유튜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인지심리학자들은 이런 심리적 특성을 부정성 편향(Negativity Bias)에서 그 원인을 찾습니다. 부정성 편향 또는 부정성 효과(negativity Effect)는 어떤 대상이나 상황에 대해 긍정적인 측면보다 부정적인 측면에 더 주목하고 평가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 현상은 인간의 인지적 특성으로 생존을 위해 위험을 회피하려는 본능적인 반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부정적인 정보는 위험한 상황에 대한 경고로 작용해 우리가 위험을 인식하고 대처할 수 있게 합니다. 이러한 반응은 인간의 진화과정에서 자신의 생존을 위해 중요했던 것으로 추측됩니다.예를 들면 미디어에서는 부정적인 정보가 더 많이 보도되고, 광고나 마케팅에서도 부정적인 정보가 더 효과를 발휘하는 겁니다.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장점과 단점이 동일한 비중으로 제시돼도 사람들은 단점에 더 큰 영향을 받습니다. 안타까운 점은 이러한 인간의 본능적인 반응을 악용하는 겁니다. 선거운동이 대표적입니다.

비단 선거운동만이 아닙니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폭락만을 주장하는 전문가들과 자칭(?) 전문가들이 넘쳐납니다. 현재 주택시장을 예측하는 다양한 지표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아직 부정적인 숫자들도 있습니다만 시장엔 지표들이 혼재된 경우들이 다반사입니다. 그러니 제대로된 전문가라면 이 흐름을 짚는 게 중요합니다. 어느정도 경고의 목소리도 필요하지만, 달라진 점 또한 분명히 얘기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객관적인 지표들의 변화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주택시장의 대표적인 예측 지표로는 ▲수급 ▲금리 ▲경기를 들 수 있습니다. 수급상황은 올해에도 개선되기 어렵지만 2025년과 2026년으로 갈수록 공급절벽 상황을 겪게 됩니다. 서울의 경우 몇 천 세대만 입주하는 해가 곧 다가옵니다. 언제 금리인하가 단행될지는 모르지만 앞으로 금리는 하락할 일만 남았으니 이 또한 긍정적인 지표입니다. 경기의 선행 통계인 수출증가율은 작년 7월 이미 바닥을 찍었으며 10월부터는 플러스로 전환했습니다. 현재는 더 강한 상승세입니다. 블랙 스완(Black Swan)과 같이 예측하지 못하는 돌발변수가 아니고는 주택시장에 부정적인 요인을 찾아보기 쉽지 않습니다.더 황당한 점은 폭락을 외치는 유사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집값의 하락폭입니다. 적게는 30% 많게는 50%까지도 떨어진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IMF 외환위기가 발생했던 그 다음 해인 1998년 KB국민은행에 의하면 한해동안 전국적으로 주택시장의 하락폭은 12.37% 수준이었습니다. 물론 IMF 외환위기의 영향으로 하락한 주택가격의 전체 폭은 20%를 훌쩍 넘지만 연간 기준으로는 10%가 조금 넘을 따름입니다.

현재를 IMF 외환위기 상황보다 더 심각하다는 말을 내뱉는 전문가들이 많지만, 이들 중 당시의 경제상황과 부동산 상황을 겪어본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겪어보지 못하고 언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보니 신뢰수준이 떨어집니다. 당시 30위권의 대기업 중 분할된 그룹을 포함하더라도 순위내에 들어있던 경우는 12개에 불과합니다. 기업의 설비투자는 1998년 2분기 연간 47.3%나 급감했습니다. 지금처럼 한가롭게 주택시장의 폭락을 걱정할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이들의 목소리가 힘을 받는 이유는 '부정성 편향' 때문으로 보입니다. 다양한 지표를 통해 합리적으로 분석하는 전문가들은 지루한 듯 느껴집니다. 반대로 '50% 폭락'이라는 단어는 귀에 쏙쏙 들어옵니다. 그 정보가 사실인지 아닌지는 전문가나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사람 모두 크게 관심이 없습니다. 단지 부정적인 단어와 수치에만 주목합니다.여기에 기름을 붙는 미디어가 등장했습니다. 바로 유튜브입니다. 폭락을 주장하는 유사 전문가들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 수는, 지루하지만 사실을 이야기하는 진짜 전문가들을 압도합니다. 대부분의 정보를 유튜브에서 얻고 있는 지금, 유사 전문가들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이들이 운영하는 유튜브의 구독자들은 채널에 대한 충성도가 상당히 높습니다. 거의 매일이다시피 방문해서 유사 전문가들이 올려놓은 영상을 시청합니다.

주택시장의 대세 상승기에 내 집을 마련하지 못한 분들이 많아 상대적 박탈감이 클 것으로 생각됩니다. 채널에 올려놓은 영상이 사실인지 거짓인지는 이미 관심 밖입니다. 최근 만난 지인은 "처음에는 정보를 얻고자 보기 시작했지만, 이제는 폭락한다는 영상을 시청해야만 편안히 잠을 잘 수가 있다"고 털어놨습니다. 특히 유튜브의 댓글을 보면서 자신과 비슷한 처지이거나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고 끊을 수가 없더랍니다. 내 집 마련에 실패함으로써 발생한 트라우마를 영상 시청을 통해 심리적 위안을 얻는다는 겁니다.

과거에는 부정성 편향이 인간의 생존에 필수적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현대사회에 접어들면서 이런 부정성 편향은 오히려 인간을 건설적인 방향으로 인도한다는 증거가 많습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외상을 겪은 사람들 중에 80%는 스트레스 증후군을 겪지 않았으며 오히려 이 경험이 궁극적으로 자신을 더 강하고, 지혜롭고, 성숙하며, 관대하게 만들었다고 느끼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합니다. 결과적으로 나쁜 것은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폭락론이라는 부정성 편향을 극복해야만 다가오는 주택시장 상승기에 잘 대처할 수 있을 겁니다. 또다시 벼락 거지로 전락하는 대열에서 하루빨리 탈피하고 내 집 마련에 성공하기를 바랍니다.<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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