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부동산 PF 구조조정 가속…"뉴머니보다 재구조화 우선"

은행·보험·증권·저축은행 등 전금융권 면담후 인센티브 검토
전체 부동산 PF 대출 규모 확대 불가…재구조화에 방점

금융당국이 3천여개에 달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구조조정에 한층 드라이브를 걸며 속도를 높이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달 말 옥석 가리기의 기준이 될 사업성 평가기준 개편안 발표를 앞두고 시중은행과 보험, 증권사, 저축은행 등 금융권별 개별 면담 또는 간담회 이후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기 위한 추가 인센티브안 검토에 돌입했다.

금융당국은 다만, 금융권의 전체 부동산 PF 대출 규모를 늘릴 수는 없다며 신규 자금 투입보다는 재구조화가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금융당국 "뉴머니 투입보다 재구조화 우선"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14일 "사업성이 있는 사업장에 뉴머니(신규자금)를 투입하기 전에 재구조화가 선행돼야 한다"면서 "가격을 조정해 그에 맞춰 가격책정을 다시 해서 투자를 요청해야지 돈이 돌 수 있다"고 말했다.

옥석 가리기를 통해 사업성이 있는 사업장에 돈이 돌게 하고, 사업성이 없는 데를 정리하되, 정리가 먼저라는 지적이다.

그는 "지금 시장 분위기에서 금융권 PF 대출 규모를 늘려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면서 "신규자금 지원을 위해서는 고인 물 쪽을 정리해 새로 지원할 여력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작년 말 기준 금융권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135조6천억으로 전년 말보다 5조3천억원 늘었다.

금융업권별 부동산 PF 대출잔액을 보면, 은행이 46조1천억원, 보험이 42조원, 여신전문금융회사(카드·캐피탈사)가 25조8천억원, 저축은행이 9조6천억원, 증권이 7조8천억원, 상호금융이 4조4천억원 순이었다.
금융당국은 부동산 PF 사업장 옥석 가리기의 기준이 될 '사업성 평가 기준' 개편을 추진 중이다. 현행 사업성 평가는 '양호(자산건전성 분류상 정상)-보통(요주의)-악화우려(고정이하)' 등 3단계로 나뉘는데 이를 '양호-보통-악화우려-회수의문' 등 4단계로 세분화하는 방식이 검토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르면 이달 말 개편된 기준을 발표하고, 사업장을 재분류해 하반기 중에는 악화 우려나 회수의문 사업장에 대해서는 경·공매 등 부실 정리 또는 사업 재구조화 계획을 제출받아 이행 상황을 점검할 예정이다.

◇ 금융권 "사업성이 최우선…그레이존 투자 건전성 분류·제재" 관심
금융당국이 지난주부터 순차적으로 실시한 5대 시중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과 보험업권, 증권업권, 저축은행업권 등 금융권별 개별 면담 또는 간담회에서 은행이나 보험업권은 뉴머니 투입을 위해서는 사업성이 최우선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업성이 있지만, 손실이 날 수도 있는 '그레이존'에 신규 자금을 투입하는 경우 건전성 분류와 이후 사업이 잘못됐을 경우 책임 문제도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들은 이미 사업성이 좋은 데는 지금도 들어가고 있다"면서 "일단 사업성이 가장 중요하고, 평가를 해봐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업성이 좋지 않은 데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정책금융기관의 보증 등이 들어와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면서 "그레이존에 신규 자금을 투입했는데 손실이 났을 경우 제재를 하지 않는 등의 인센티브의 필요성도 제기됐다"고 말했다.

신규 자금 투입에 대한 건전성 분류 상향조정이나 검사 완화, 유예 등도 가능한 인센티브로 거론됐다.

재구조화나 경·공매에 주도적으로 나서야 하는 증권사나 저축은행들은 경·공매 활성화를 위한 지원과 은행이나 보험사에서 신규 자금 투입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중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금융당국은 향후 2∼3주간 금융권에서 거론된 인센티브를 검토해 시행 가능성을 따져볼 계획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다만, 재구조화나 경·공매를 통해 돈이 돌아야 추가적으로 인센티브를 도입한다는 것이지, 인센티브만 갖고 부동산 PF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인센티브만 갖고 신규 투자를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면서 "가격 재조정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 "2금융권 부동산 PF 예상 손실 최대 13조8천억원"
신용평가업계에서는 증권사와 캐피털사,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부동산 PF 예상 손실 규모가 최대 13조8천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미 적립한 대손충당금 5조원을 제외하면 최대 8조7천억원의 추가 충당금 적립이 필요하다고 분석한다.

나이스신용평가(나신평)는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서 자사 신용평가 대상인 국내 25개 증권사의 지난해 말 기준 부동산 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 26조3천억원 중 부동산 경기하강 시나리오별 분석 결과 최소 3조1천억원, 최대 4조원의 손실 발생이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미 적립한 대손충당금·준비금 규모 2억원을 감안하면 부동산 경기 하강 시나리오에 따라 최소 1조1천억원, 최대 1조9천억원의 추가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나신평은 증권사가 보유한 국내 PF 익스포저 중 엑시트 분양률을 달성한 본PF 사업장을 제외하고 토지와 건물 경매를 통해 투자자금을 회수하는 상황을 가정했다.

작년보다 경락가율(경매 물건의 감정평가액 대비 낙찰가율)이 저하될 가능성을 반영, 경락가율이 작년 평균치의 하위 40%를 유지하는 안을 시나리오 1안, 하위 30% 유지를 2안, 하위 25% 유지를 3안으로 가정한 결과다.

나신평은 자사 신용평가 대상인 국내 26개 캐피탈사의 부동산 PF 익스포저(브릿지론성 토지담보대출 포함) 27조원 중 같은 시나리오에 따라 2조4천억∼5조원의 손실 발생이 가능하다고 추정했다.

세부적으로는 브릿지론 9조6천억원 중 17∼35%인 1조6천억∼3조4천억원, 본PF 17조4천억원 중 4∼9%인 7천억∼1조6천억원의 손실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결론이다.

나신평은 자사 신용평가 대상인 국내 16개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익스포저 7조7천억원 중 11.4∼20.8%에 달하는 9천억∼1조6천억원의 부실화가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저축은행업권 전체의 부동산 PF 익스포저 예상 손실 규모는 2조6천억∼4조8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