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케 쇼 신작으로 문 여는 전주국제영화제…무슨 영화 볼까

17일부터 예매…43개국 232편, 월드 프리미어 82편

독립예술영화 축제인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가 다음 달 1일 개막한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선보일 작품은 43개국 232편에 달한다.

이 중 국내 영화는 102편(장편 52편, 단편 50편), 외국 영화는 130편(장편 110편, 단편 20편)이다.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월드 프리미어만 82편이다. 영화제를 앞두고 화제작을 놓치지 않으려는 영화 팬들의 예매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이번 영화제 개·폐막식 예매는 오는 17일 오후 2시부터, 일반 상영작 예매는 19일 오전 11시부터 가능하다.

영화제를 즐기려는 관객은 관람 계획을 미리 세워둘 필요가 있다. 프로그래머와 평론가 추천 등을 토대로 이번 영화제에서 공개될 주요 작품을 간추려봤다.
◇ 미야케 쇼 감독의 신작으로 문 여는 전주국제영화제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도 가장 먼저 관심을 끄는 작품은 영화제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개막작이다.

이번 영화제 개막작으로는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일본의 미야케 쇼 감독이 연출한 '새벽의 모든'이 선정됐다. 국내에선 이번에 처음으로 공개된다.

일본 작가 세오 마이코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PMS(월경 전 증후군)를 앓는 여성과 공황장애를 가진 남성의 우정과 연대를 아름답게 그려냈다.

악인이라고 할 만한 인물이 등장하지 않는데도 악이라고 하는 것을 느낄 수 있고, 무의미해 보이는 일상에서 의미를 포착한다.

지난해 국내 개봉한 미야케 감독의 전작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의 연출 스타일을 떠올리게 한다.

미야케 감독은 개막작 기자회견에도 참석해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이번 영화제의 대미를 장식할 폐막작으로는 캐나다 영화 '맷과 마라'가 상영된다.

카직 라드완스키 감독이 연출한 이 작품은 대학교수로 살아가는 기혼 여성이 과거 사랑으로 이어질 뻔했던 남성과 재회하면서 겪게 되는 미묘한 감정을 스크린에 담았다.

관객은 인생에서 지나가 버린 시간과 되돌릴 수 없는 선택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 여성·가족 서사 강한 한국 영화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한국 경쟁 부문에선 여성과 가족에 관한 서사를 담은 작품이 많다.

정해일 감독의 '언니 유정'이 대표적이다.

종합병원에서 야근하던 간호사가 고교생 동생이 영아유기 사건으로 경찰에 구속됐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예상치 못한 사건을 매개로 가족관계를 파고드는 작품이다.

장만민 감독의 '은빛살구'도 가족에 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뱀파이어 웹툰 작가인 주인공이 아파트 계약금을 받으러 강원도 동해시 묵호항으로 가면서 가족의 욕망에 휘둘리고, 그 속에서 자기 길을 찾는 이야기다.

김태양 감독의 '미망'은 독특한 형식으로 눈길을 끈다.

우연히 만난 여성과 남성이 서울 을지로와 광화문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보여주면서 관객을 기억에 관한 사색으로 끌어들이는 작품으로, 단편으로 시작한 영화를 장편으로 완성하는 과정에서 옴니버스 느낌의 구성을 띠게 됐다.

소재 면에서 주목받는 작품은 남궁선 감독의 '힘을 낼 시간'이다.

은퇴한 아이돌 그룹 출신 친구 세 명이 학창 시절 수학여행을 못 간 데 대한 미련으로 제주도로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다.

국가인권위원회 인권 영화 프로젝트로 제작된 작품으로, 아이돌의 인권을 다뤘다.

아이돌 출신이 과거를 돌아보는 이야기를 통해 아이돌의 인권침해 현실을 조명하는 것을 넘어 고통 속에 방황하는 이 시대 청춘의 이야기로 확장한다.
◇ 우크라이나 영화 2편과 다양한 해외 화제작들
세계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는 영화들이 초청되는 국제 경쟁 부문을 포함한 외국 영화들도 관심을 끈다.

국제 경쟁 부문에선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영화 '팔리시아다'와 '양심수 무스타파'가 눈에 띈다.

필립 소트니첸코 감독의 '팔리시아다'는 우크라이나가 구소련으로부터 독립한 지 5년이 지난 1996년을 배경으로 한 작품으로, 친구 사이인 형사와 정신과 의사가 살인사건을 파헤치는 이야기를 통해 국가의 야만성을 드러낸다.

이반 팀첸코 감독의 '양심수 무스타파'는 구소련 시절인 1980년 크림반도의 타타르족 인권운동가인 정치범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관객은 구소련 시절 억압받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오늘날 러시아를 떠올리게 된다.

세계 각국의 장르 영화를 소개하는 월드 시네마 섹션의 '난 엄청 창의적인 휴머니스트 뱀파이어가 될 거야'는 베네치아국제영화제 베니스데이즈 부문 최우수 감독상을 받은 화제작이다.

캐나다의 아리안 루이 세즈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는 사람을 죽이기엔 마음이 너무 약한 뱀파이어가 자살 성향을 가진 소년을 만나 예기치 않은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다.

정통 장르 영화를 넘어선 작품을 주로 선보이는 불면의 밤 섹션에선 아르헨티나의 데미안 루그나 감독이 연출한 '악이 도사리고 있을 때'가 관심을 끈다.

악령이 들린 남성에 관한 무섭고 잔인한 이야기를 통해 사회 현실을 조명하는 작품이다.

인도 시골 마을의 어린 신부 두 사람의 모험을 그린 키란 라오 감독의 '뒤바뀐 신부들'과 결혼할 때 여성의 선택을 무시하는 가부장적 사회에서 자기 결정권을 추구하는 여성의 이야기인 자얀트 소말카르 감독의 '완벽한 상대' 등 인도 영화들도 주목된다.
◇ 세월호 참사 특별전…대만 거장 차이밍량 작품 세계도 조명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선 세월호 참사 10주기 특별전도 열린다.

신경수 감독의 '목화솜 피는 날'을 포함한 6편의 세월호 관련 영화를 상영한다.

6편 중 유일한 극영화인 '목화솜 피는 날'은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가 제작에 참여한 영화로, 세월호 참사로 딸을 잃은 남성이 진상규명을 요구하다가 지쳐가는 이야기를 통해 유가족의 고통을 조명한다.

이번 영화제에선 대만의 세계적인 거장 감독 차이밍량의 '행자 연작' 10편도 상영된다.

독립예술영화 팬이라면 놓치기 아까운 기회다.

'행자 연작'은 차이밍량 감독이 더는 상업적인 방식으로 영화를 만들지 않겠다고 선언한 2013년 이후 내놓은 작품으로, 붉은색 승복을 입은 행자가 느리게 걷는 모습을 아무 사건 없이 보여줌으로써 영화 예술의 본질에 관해 질문한다. 차이밍량 감독은 행자 역을 맡은 배우 이강생과 함께 이번 영화제에 참석해 관객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