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홀 노보기' 박지영, 퍼펙트 놓쳤지만 '8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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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야구에는 ‘퍼펙트게임’이라는 기록이 있다. 투수가 27명의 타자를 상대하면서 단 한 명도 1루를 밟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100년이 넘는 미국 메이저리그(MLB) 역사에서도 24차례만 나왔고, 1982년 닻을 올린 한국프로야구 KBO 리그에서는 어떤 투수도 달성하지 못했다.
22언더 266타로 올 시즌 첫승
16번 홀서 티샷 실수로 보기
대기록 멈췄지만 마지막홀 버디
美 LPGA역사서도 단 두 차례
한국선 1990년 조철상 유일
골프에도 퍼펙트게임이 있다면 바로 ‘72홀 노보기 우승’이다. 나흘 동안 18홀씩 소화하며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이 모든 홀에서 파 이상의 성적으로 홀 아웃한다는 것은 프로 골퍼라고 하더라도 넘보기 어려운 기록이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역사상 단 세 차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는 단 두 차례밖에 나오지 않았다. 한국프로골프(KPGA)투어에서는 조철상(66)이 유일한 노보기 챔피언으로 남아 있다. 1990년 팬텀오픈에서 버디만 11개를 잡았다.46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는 이승현(2018년), 지한솔(2017년), 박성현(2016년), 배선우(2016년), 신지애(2008년) 등 5명이 사흘간 54홀 경기의 ‘노보기 우승’을 했지만 72홀 ‘노보기 우승’은 아직 없다.
14일 KLPGA투어도 마침내 ‘퍼펙트게임’ 기록을 갖게 될 기회를 잡았다. 69번째 홀까지는 그랬다. 기록 도전의 주인공은 박지영(28). 박지영은 그러나 이날 인천 영종도 클럽72 하늘코스(파72)에서 끝난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 70번째 홀에서 대회 첫 보기를 범했다. 최종 4라운드 후반 16번 홀(파3)에서 티샷이 그린 뒤쪽 러프로 향했다. 어프로치 샷으로 공을 핀과 약 4m 거리에 붙였지만 파 퍼트는 야속하게도 홀을 지나쳤다. 노보기 행진이 69홀에서 끝난 순간이다. 갤러리에서는 아쉬움의 탄성이 흘러나왔다.
대기록은 달성하지 못했지만 이날 버디 6개와 보기 1개를 묶어 5언더파 67타를 친 박지영은 최종 합계 22언더파 266타로 우승했다. 16언더파 단독 2위 정윤지(24)를 6타 차로 따돌린 박지영은 2년 만의 이 대회 정상 탈환에 성공하며 우승 상금 1억8000만원을 챙겼다. 올 시즌 첫 승이자 지난해 9월 KB금융 스타챔피언십 우승 이후 7개월 만의 통산 8승째다.2타 차 단독 선두로 최종 4라운드에 나선 박지영은 대기록 달성을 향해 질주했다. 5번 홀(파4)에서 이날 첫 버디를 잡은 박지영은 7번 홀(파4)에서 약 6.5m 버디 퍼트를 떨어뜨렸다. 후반 10번 홀(파5)에서도 6.5m 버디를 넣은 박지영은 우승을 직감한 듯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후 13번 홀(파4)과 14번 홀(파4)에서도 연속 버디로 신바람 행진을 이어갔다.
하지만 한 번의 실수가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16번 홀에서 티샷 실수로 첫 보기를 범해 대기록 도전을 멈췄다. 마지막 18번 홀(파5)에서 약 13m 버디를 떨어뜨려 유종의 미를 거둔 박지영은 “우승이 간절했다”며 “기록은 달성하지 못했지만 다음 대회에서 다시 한번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