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W 이제는 스타트업] 전쟁 위협 속에서 꽃 피운 이스라엘 스타트업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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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우 서울경제진흥원 대표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한 혁신 생태계가 잘 발달한 나라를 말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곳 중 하나가 이스라엘이다. 물론 미국, 중국, 한국도 창업 생태계가 잘 발전했다. 하지만 전쟁 위협이 끊이지 않는 이스라엘은 그 척박한 배경이 남다른 만큼 한국이 배울 점이 적지 않다.
이스라엘 창업 생태계 조성한 BIRD
1980년대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벤처캐피털 등에 이스라엘은 투자하기 적당한 곳이 아니었다. 팔레스타인 소요와 이스라엘 배척 운동에 따른 엄청난 갈등과 혼란이 우선 떠오르는 나라였기 때문이다. 당시 이스라엘의 창업 생태계에는 벤처캐피털 자금뿐만 아니라 멘토링, 네트워킹, 잠재 고객, 협력 파트너 등 많은 부분이 부족했다.이때 이스라엘 정부는 ‘버드(BIRD)’라는 프로그램을 실행했다. 지금으로 치면 오픈이노베이션 같은 프로그램이다. 미국의 ‘잘나가는’ 기업들과 이스라엘의 스타트업 혹은 연구소들을 연결하고, 미국 기업에는 자금을 지원했다. 선남선녀 간 데이트를 주선하고 그 데이트 비용을 대주는 것과 같은 역할을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스타트업 네이션>이라는 책에서는 이렇게 표현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는 성실하고 창의적인 이스라엘의 스타트업과 연구원들을 연결해줄 것입니다. 그런데 여러분(미국 기업들)은 그들을 고용하거나 데려오기 위해 돈을 낼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는 필요한 자금의 절반도 대줄 것입니다.”버드 프로그램은 이스라엘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에 엄청난 기여를 했다. 급격히 성장하던 이스라엘 스타트업은 주요 시장인 미국에서 어떻게 사업해야 하고 고객을 대해야 하는지, 협력 파트너들과의 관계는 어떻게 만들어 나가야 하는지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1992년 무렵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된 이스라엘 기업의 60%, 나스닥시장에 상장된 기업의 75%가 버드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았다고 한다.
물론 우리도 이스라엘 못지않은 여러 가지 창의적인 프로그램을 시행해 왔다. 그 결과 현재의 스타트업 생태계가 구축됐고, 정보기술(IT) 강국이라는 위치에 올라설 수 있었다. 세계의 많은 나라가 한국의 지원 프로그램을 부러워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축소와 관련해 여러 의견이 나왔다. 내년부터는 다시 관련 예산이 대폭 늘어난다고 하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이제는 프로그램 내용을 획기적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시대가 달라서 버드 프로그램처럼 할 필요는 없지만, 자금 외의 지원을 할 수 있어야 하고 공공부문이 인프라 구축에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특히 바이오 부문에서 더욱 그렇다.
바이오에 지원 절실
현재 한국의 바이오 스타트업들은 IT 분야보다 좀 더 힘든 환경에 놓여 있다. 바이오 분야 투자 열풍이 급랭하고 투자 이후 실적이 검증되기까지 긴 시간이 걸려 힘든 상황이다. IT 분야처럼 자금이 선순환 구조로 돌아서 후배 기업들을 지원할 수 있는 환경도 아니다. 게다가 국내 시장만을 대상으로 하기에는 투자자본수익률(ROI)이 안 나오기 때문에 돈뿐만 아니라 네트워크도 매우 중요한 비즈니스 분야다. 만약 셀트리온이 미국 기업이었다면 초기에 시장에서 덜 고생했을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그런데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서울은 바이오 분야의 핵심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7년 연속 세계 1위 임상 도시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의과대학이 8개 있고 최고의 인재가 모여 있다. 세계 2위의 라이선스 아웃 수출 건수를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시장 규모에서 한국이 바이오산업의 주요 시장이 아니기 때문에 바이오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버드 프로그램 같은 내용의 지원이 더 필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전 세계 바이오산업의 메카는 미국 보스턴이다. 정부의 R&D 지원 프로그램 내용이 자금 지원을 넘어서 보스턴에서 활동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업과 연구진, 그리고 그들이 구축한 인프라를 한국의 바이오 스타트업들이 향유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내용으로 업그레이드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