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D-100] ⑥장재근 선수촌장 "원팀 코리아로 엘리트스포츠 흔적 남겨야죠"

"5월부터 금메달 집중 관리 대상 12명으로 압축해 본격적인 파리 준비 체제 전환"
지난해 취임 후 국가대표 단결력 제고에 앞장…선수들 멘털 관리 체계 구축 예정
국가대표 선수들의 요람인 충북 진천선수촌의 총책임자인 장재근(62) 선수촌장은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이어 올해 파리 올림픽도 "선수촌의 존폐를 묻는 대회가 될 것"이라며 엘리트 체육(전문 체육)계 전체의 분발을 촉구했다. 장 촌장은 파리 올림픽 개막 100일(17일)을 앞두고 지난 9일 선수촌에서 연합뉴스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번 대회가 국가대표를 위시한 엘리트 체육인들에게 갖는 의미를 강조하며 "진천 선수촌이라는 특수한 시설에서 훈련한 선수들인 만큼 국제 대회에서 엘리트 스포츠의 흔적을 남기고, 국민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드릴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우리나라 체육의 양대 축은 종목별 국가대표를 중심으로 한 전문 체육과 동호인 위주의 생활 체육이다.

장수 시대의 근간인 건강을 스포츠를 통해 유지하려는 생활 체육인들이 크게 늘어가는 데 반해 국가를 대표해 뛸 엘리트 체육인들은 감소하고 있다. 장 촌장은 파리 올림픽에 48년 만에 최소 선수를 파견하고 금메달 수도 크게 줄 것을 우려하면서도 "같은 운동을 하더라도 생활 체육만으로는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순 없다"고 단언하며 "국가대표 선수들과 지도자들이 과거의 향수에서 벗어나 새롭게 각오를 다지고 올림픽에서 우리나라를 빛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힘줘 말했다.
파리 올림픽이 석 달 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대한체육회와 진천선수촌 훈련본부는 국가대표 지원을 강화한다.

장 촌장은 종목 지도자 등을 이끌고 이달 하순 파리 올림픽 베이스캠프로 계약한 프랑스 파리 인근 퐁텐블로의 캄프 귀네메르(Camp Guynemer)를 방문해 한국에서 보내야 하는 훈련 시설 등을 최종 점검한다. 캄프 귀네메르는 국가방위스포츠센터가 관할하는 프랑스 군사 스포츠 시설로, 체육회는 한국 선수단의 순조로운 현지 적응을 돕고자 2012년 런던 올림픽 이래 12년 만에 훈련 전초 기지를 차린다.

장 촌장은 "배드민턴 등 몇몇 종목은 한국에서 사용하던 매트를 까는 게 훈련에 도움이 된다고 해 현지에서 조달할 수 있는지, 아니면 한국에서 부쳐야 하는지를 따져볼 참"이라며 "배로 짐을 부치려면 이달 말까지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방문 목적을 설명했다.

우리나라가 금메달을 기대하는 대표 종목인 양궁과 펜싱은 파리 올림픽 훈련 캠프를 자체로 마련했다고 한다. 장 촌장은 또 "현재 금메달 후보 선수 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스페셜 케어'(집중 지원)를 5월부터는 12명으로 압축해 더욱 확실하게 지원할 예정이며 6월부터 7월 말까지 두 달 동안은 올림픽 출전 종목 선수만 진천 선수촌에 머물도록 조처해 올림픽 준비 체제로 전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수들의 멘털 관리에도 선수촌이 나서 도울 참이다.

장 촌장은 "정신과 전문의 2명과 이들을 지원하는 의사 2명을 합쳐 4명의 전문 의료인과 선수들이 파리에서도 온라인으로 심리 상담을 언제든 받을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덧붙였다.

아시아를 호령한 스프린터이자 방송인으로 친근감도 얻은 장 촌장은 대한육상연맹 전무이사, 서울시청 감독 등 육상 지도자와 행정가로 활동하다가 지난해 3월 선수촌장으로 취임했다.
장 촌장은 다시 돌아온 선수촌에서 선수들이 종목을 막론하고 대한민국 국가대표라는 자부심으로 하나가 될 수 있도록 만나면 서로 큰 소리로 인사하기, 입촌한 전 선수 새벽 산책과 같은 운용 지침을 내려 현재 시행 중이다.

장 촌장은 "새벽에 전 선수들이 하루를 시작하기 전에 모여 어떤 종목 선수들은 뛰고, 어떤 종목 선수들은 그냥 걷는다.

지금은 월요일, 화요일, 목요일, 금요일 일주일에 4번 의무적으로 한다"고 소개했다.

이어 "요즘 새벽 운동을 하는 시대도 아니라는 비판과 비과학적인 행위들이 경기력 향상과 큰 관련 없다는 것도 잘 알지만, 선수촌에서 한솥밥을 먹는 선수들이 종목의 벽을 허물고 국가대표로서 다 함께 최선을 다하자는 취지에서 새벽 산보를 한다.

국가대표에게 정신적인 측면은 무척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간 국가대표를 '팀 코리아'라고 불렀는데 이번에는 '원팀(One team) 코리아'라고 바꿔 파리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다"며 선수들의 투지와 사기를 높이고 단합심을 키우려는 목적이라고 덧붙였다.

각 종목 단체의 보고를 체육회가 취합해 정리한 파리 올림픽 메달 예상을 보면, 우리나라는 양궁과 펜싱에서 금메달 5∼6개를 기대한다.

또 태권도, 사격 남녀 공기소총, 수영(남자 자유형 400m 김우민·남자 자유형 200m 황선우·남자 계영 800m) 등에서도 금맥이 터지길 바란다.

장 촌장은 "배드민턴은 여자 단식, 남녀 복식, 혼합복식 4개 종목 모두 상승세를 타고 있어 1개 이상 금메달을 수확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상황은 녹록지 않지만, 장 촌장은 자신감은 잃지 않았다.

"우리 선수들이 파리 올림픽에서 좋은 성과를 내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할 겁니다.

경기 중 피로를 빨리 해소할 수 있는 제품을 구매하고 올림픽 기간 한식 도시락도 좋지만, 묽은 고기죽과 같은 형태로 가볍게 허기를 해결하면서 포만감을 주는 제품 등도 진천선수촌에서 테스트할 생각이에요.

이렇게 작은 나라에서 그간 우리가 올림픽에서 올린 성과를 보면, 다른 나라 사람들이 깜짝 놀라요.

우리 선수들 저력을 끝까지 믿습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을 올림픽 전까지 물심양면으로 뒷받침하겠습니다.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