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D-100] ⑦ "비앙브뉘 아 파리"…손님맞이 준비 한창

파리 랜드마크에 경기장 하나둘 모습 드러내
센강 개막식 안전 확보 최대 과제…50개국서 인력 지원
교통 통제에 파리지앵들 불편 예고…한쪽선 관광 특수 기대
프랑스 파리는 도시 전체가 거대한 경기장으로 탈바꿈하는 중이다. 파리의 대표 관광지들에서 주요 경기를 치르기로 하면서 문화와 예술의 도시에 스포츠의 색이 덧입혀지고 있다.

100년 만에 하계 올림픽을 열게 된 파리는 전세계를 향해 "비앙브뉘 아 파리"(Bienvenue a Paris·파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고 외치는 듯하다.

손님맞이 준비에 여념없는 프랑스 정부는 안전과 보안에도 주안점을 두고 있다.
◇ 파리는 공사중…랜드마크에 임시 경기장
올림픽까지 103일 남은 12일 파리의 상징 에펠탑 앞 샹드마르스엔 비치발리볼 경기장 설치가 한창이었다.

1만3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임시 경기장이 2단 높이로 3면에 걸쳐 세워지는 중이다.

작업자들은 관람석에 의자를 설치하는 마무리 작업에 바쁜 모습이었다. 샹드마르스 건너편, 트로카데로 광장 아래 대형 분수대가 있던 자리는 메달을 딴 선수들이 퍼레이드를 펼칠 '챔피언스 파크'로 바뀌고 있다.

파리에서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인 만큼 조직위는 공사 현장 사방에 철제 펜스를 둘러쳐 일반인의 접근을 통제했다.

파리 시내 동서·남북을 잇는 중요 교통 지점인 콩코르드 광장도 올림픽을 위한 변신을 시작했다. 이곳에선 이번 대회에 처음 도입된 브레이킹을 비롯해 스케이트보드, 3대3 농구, BMX 프리스타일이 열린다.
태권도와 펜싱 경기가 치러질 그랑팔레는 보수 공사가 상당히 진척돼 마무리 단계다.

오랜 공사가 걸린 대형 경기장은 올해 들어 하나둘 개장했다.

올해 2월 파리 18구 포르트드샤펠에 있는 아디다스 아레나는 올림픽을 위해 파리 시내에 새로 건설된 유일한 기반 시설이다.

이곳에서는 배드민턴과 리듬체조, 장애인 배드민턴, 장애인 역도 경기가 펼쳐진다.

이달 초엔 파리 외곽 생드니의 수상 센터가 문을 열었다.

아티스틱 수영, 다이빙, 수구 경기가 이곳에서 열린다.

지난 2월 말엔 파리 외곽에 지어진 올림픽 선수촌이 개관하기도 했다.

아직 준비가 미비한 지점도 있다.

파리올림픽조직위는 센강에서 올림픽·패럴림픽의 철인 3종 수영 종목과 '수영 마라톤'으로 불리는 오픈 워터 스위밍을 치른다는 계획이지만 경기 구간의 수질이 기준치에 못 미친다는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파리시에서 올림픽을 담당하는 피에르 라바당 부시장은 최근 "플랜B는 없다"며 "수영 기준에 맞는 수질을 만들 것이라고 강하게 확신한다"고 말했다.
◇ 첫째도, 둘째도 안보…센강 개막식 안전이 성패 관건
프랑스 정부가 올림픽을 100일 앞둔 현시점에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바로 '안전보장'이다.

지난해 10월7일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국내 테러 우려가 커진 데 이어 모스크바 테러까지 벌어지자 보안 태세를 최고 수위로 끌어올리며 경계하고 있다.

특히 사상 처음 경기장이 아닌 야외에서 진행되는 센강 수상 개막식이 테러의 표적이 되지 않도록 전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프랑스 정부는 잠재적 테러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개막식 관중 규모를 애초 60만명에서 32만명으로 줄였다.

선수단이 행진하는 센강 6㎞ 구간 주변과 시내에는 총 4만5천명의 경찰과 헌병대를 배치한다.

혹시 모를 드론 공격 등에 대비하기 위해 개막식 시작 전인 오후 7시부터 모든 행사가 끝나는 자정까지 파리 공항은 물론, 시 중심에서 반경 150㎞까지 상공을 폐쇄한다.

당국은 7월 1일부터는 개막식 준비를 위해 센강을 가로지르는 일부 다리의 교통을 본격 통제한다.

개막식 당일 오전엔 구간 내 5개 다리만 통행이 가능하되 다리 위 정차가 금지된다.

오후 1시부터는 이마저도 전면 폐쇄된다.

당국이 개막식 구간을 따라 설정한 '테러 방지 구역'을 지나는 약 15개의 지하철역은 무정차 통과한다.

프랑스 정부는 개막식뿐 아니라 5월8일 남부 도시 마르세유를 시작으로 프랑스 본토 내에서 이어지는 성화 봉송의 보안도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

성화 봉송 주자 주변에만 100명의 경찰을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올림픽 기간 내 보안 강화를 위해 미국, 영국, 독일, 폴란드 등 약 50개국에서 2천500명의 경찰과 군인, 탐지견 등도 지원받는다.

프랑스 정부는 '위험인물'을 걸러내는 작업도 하고 있다.

성화 봉송 주자나 경기장 보안 요원, 자원봉사자 지원자 등 총 100만명의 프로필을 조사할 예정으로, 현재까지 약 50만명을 조회해 감시 대상 목록(S 리스트)에 오른 161명을 걸러냈다.

여기엔 급진 이슬람 성향을 가진 이들 외에 극우·극좌 인물도 포함됐다.

극좌 성향으로 걸러진 이들은 주로 과격 환경단체 회원으로, 이들은 올림픽이 환경을 파괴하고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정부가 올림픽을 앞두고 파리 시내 거리의 노숙자나 불법 이민자를 막무가내로 쫓아내는 '사회적 청소'에 나섰다고 비난하는 여론도 나온다.
◇ 올림픽 때 재택근무 권고…특수 기대도
올림픽은 파리지앵의 일상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올 예정이다.

당장 올림픽 주요 경기가 치러지는 경기장 주변 주민은 큰 불편을 겪어야 한다.

교통 통제 탓에 외출할 때 구청에 사전 등록하고 QR 코드를 다운로드받아 경찰관에게 제시해야 한다.

재택근무도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는 올해 들어 파리 시내 지하철역과 기차역 곳곳에 '중요한 것은 재택근무'라는 캠페인 포스터를 붙였다.

시내 곳곳에 교통 통제가 이뤄지는 데다 관광객이 급격히 늘어 대중교통 이용이 불편할 수 있으니 최대한 이동을 자제하라는 취지다.

파리 서쪽 외곽에서 시내 동쪽으로 출근하는 미카엘(30)씨는 "아직 회사에서 지침이 내려온 건 없지만 아마도 재택근무를 하라고 할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도 파리 시내 교통이 엉망인데 올림픽 때는 더 최악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림픽과 패럴림픽 기간 총 1천500만명 이상의 방문객이 찾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관광 업종은 올림픽 특수를 기대한다.

에펠탑 인근 파리 15구의 대형 약국에 근무하는 한국인 유모씨는 "원래 7∼8월엔 손님이 없어서 그동안은 웬만하면 8월 안에 휴가를 가는데 이번엔 올림픽 기간 가급적 휴가를 가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얘기가 전달됐다"고 말했다.

파리에서는 임대 기간이 끝난 세입자를 내보내고 숙소를 에어비앤비에 등록하는 집주인이 늘고 있다.

에어비앤비 등록 조건이 부담스러운 이들은 지인을 통해 알음알음 관광객을 수소문하는 경우도 있다. 에펠탑이 보이는 원룸에 사는 A씨는 "주변 경기장이 가깝고 에펠탑도 잘 보이는 곳이라 올림픽 기간 집을 단기로 내놓고 지인 집에서 거주할까 생각 중"이라며 "어디에 광고를 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