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굴의 투지로 안보·산업 위기 극복하는 핀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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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TRA가 본 해외시장 트렌드한국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는 북극권에 속한 국가인 핀란드는 산타와 오로라의 나라로 최근 몇 년 동안 방송을 통해 한국에 많이 알려진 것 같다.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유엔 산하 SDSN 발표, 7년 연속 1위), 사우나(핀란드어에서 유래)의 나라, 백야의 나라, 숲과 호수의 나라로도 알려져 있다. 더 들여다보면 한 때 세계 휴대폰 시장의 50%를 차지했던 노키아의 나라, 복지국가, 혁신국가 등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러시아와의 모든 국경 폐쇄
원전 신설 등 에너지 자립 추진
줄파산에도 강력한 구조조정
평화롭고 아름답고 살기좋은 이러한 핀란드에도 위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위기는 계속 반복되고 있는 것 같다. 20세기 초 오랜 식민 지배 끝에 독립했지만, 그 후에 이어진 내전과 전쟁 등으로 당시만 해도 핀란드는 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였다.냉전시대를 지나오면서 핀란드의 산업은 고도화됐고, 1999년 모토로라를 제치고 세계1위 휴대폰 제조기업이 된 핀란드 국민기업 노키아는 핀란드 경제에 막대한 부를 가져다주었다. 당시 노키아는 핀란드 GDP 성장률의 25%, 국가 법인세의 23%를 담당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2008년 이후 갑작스런 노키아의 몰락으로 인해 핀란드는 엄청난 경제적 위기를 맞이하게 된다. 위기를 핀란드인들은 버텨냈다. 그 중심에는 젊은 스타트업들이 있었다. 역설적이게도 이 시기에 SLUSH(세계 최대 스타트업 축제 중 하나)는 그 규모와 범위가 급속히 성장했고, 앵그리버드의 로비오(Rovio), 클래시오브클랜의 슈퍼셀(supercell), 배달앱 볼트(Wolt) 등 세계적인 핀란드 스타트업들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2022년 러-우 사태 이후 핀란드는 또 한번의 위기를 맞이하게 된다. 핀란드는 러시아와 1300km 이상의 국경을 맞대고 있다. 핀란드는 러시아로부터 에너지 의존도를 탈피하게 위해 신규 원전 및 풍력발전 등을 통해 에너지 자립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국방예산도 GDP 대비 2.3% (NATO의 국방비 지출 권고 목표는 GDP 대비 2.0%)를 집행할 예정이다. 현재 핀란드는 러시아와의 모든 국경을 폐쇄한 상태다.산업부분도 심상치 않다. 작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핀란드에서는 약 3300여개사가 파산을 하며, 8000명 이상의 직원이 해고됐다. 핀란드 기업들은 일부 산업의 국제 경쟁력 저하, 고정비용 인상 등으로 핵심사업 부문의 이익을 높이기 위해 조직개편을 시행했다. 올해 1월 실업급여 수급자가 전년 동월 대비 64%나 증가했다. 또, 금년들어 벌써 4차례나 파업이 발생했다. 특히, 정부가 추진 중인 노동법 개혁 및 사회복지 예산 감축에 반대하며 협상을 요구하는 정치적 파업은 한달내내 이어지고 있다.
핀란드인을 설명할 수 있는 단어로 ‘시수(SISU)’가 있다. 타언어로 완벽한 번역이 어려운 핀란드만의 고유한 표현이자 정신가치다. ‘모든 희망이 사라졌을 때(실패했을 때) 나타나는 무서운 용기와 상상할 수 없는 투지’ 정도로 말할 수 있겠다. 여러차례의 위기를 불굴의 의지와 투지로 헤쳐온 핀란드이기에 오늘날의 이러한 안보의 위기, 산업의 위기, 사회의 위기도 버텨낼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나라가 지나왔던 과거를 생각해보면 핀란드의 국민기질은 우리와 상당히 유사한 것처럼 느껴진다.
한국과 핀란드는 지난해 수교50주년을 기념했다. 양국 간 교역규모는 크지 않으나 방산, 에너지, 첨단기술 등의 새로운 분야로 협력 다변화를 진행 중이다. 앞으로 향후 50년은 서로가 의존하며 같이 성장하면서 위기극복의 파트너가 되기를 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