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흑자 전환 자신"…시지트로닉스, 특화에 전력반도체까지 '진격' [인터뷰+]

심규환 시지트로닉스 대표 인터뷰
특화반도체 소자 개발·생산

"회사 발전, 계획보다 늦어졌지만 장기 성장엔 문제 없어"
"데이터센터 서버에도 GaN 전력반도체 탑재될 것"
심규환 시지트로닉스 대표./사진=시지트로닉스
"여윳돈이 있다면 자사주를 더 사고 싶은 심정입니다."

심규환 시지트로닉스 대표(사진)는 16일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주가 전망을 묻는 말에 이같이 답했다. 시지트로닉스는 지난해 8월 기술성장특례 방식으로 코스닥에 입성했다.상장 당시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 일반 투자자 청약에서 흥행에 성공하며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상장 후 주가는 공모가(2만5000원)를 단 한번도 회복하지 못했다. 현재 주가는 8000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공모가보다 60%가량 낮은 수준이다.

"센서 소자 신제품 준비중…4분기엔 흑자 전환"

주가가 부진한 배경엔 저조한 실적이 있다. 작년 연간 매출은 125억원으로 2022년 145억원에 비해 13.82% 줄었다. 반면 영업손실은 48억원에서 54억원으로, 순손실은 44억원에서 55억원으로 각각 불어났다. 회사 관계자는 "위축된 경기 때문에 고객사의 재고 자산이 많아져 납품이 지연됐고, 공장 가동률도 하락해 실적이 부진했다"고 밝혔다. 작년 말 기준 시지트로닉스의 가동률은 27.2%였다.

하지만 시지트로닉스는 4분기엔 (분기 기준으로) 흑자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심 대표는 "올해부터 국내 스마트워치 제조사에 센서 납품을 시작해 관련 매출이 늘어나고 있다"며 "하반기 준비하는 센서 신제품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며 손익분기점(BEP)에 도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생산된 웨이퍼가 자동으로 포장되고 있다./사진=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심 대표는 투자자를 향해 "신제품·신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회사 발전이 계획보다 늦어졌다"며 "지금 당장은 눈에 띄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시지트로닉스는 글로벌 톱 수준의 기술을 개발할 잠재력이 있다"고 힘 줘 말했다. 불경기로 인해 성장 시점이 늦어졌을 뿐 잠재력은 꺾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자신감의 배경엔 자체 생산 라인 'M-FAB(Multi-project FAB)'이 있다. 전북 완주군에 위치한 공장엔 100여종의 개발·생산장비가 자리잡고 있다. 시지트로닉스는 전공정, 후동정 등 모든 반도체 제조 과정을 자체 소화한다. 회사 측은 비슷한 규모의 경쟁사보다 신소자 개발을 더 빨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자가 직접 가본 시지트로닉스 완주 공장은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자동화 설비가 도입돼 사람 없이 운영되는 공정이 대부분이었다. 방진복을 입은 직원들은 현미경으로 웨이퍼 칩에 이상이 있는지 확인하고 있었다.
시지트로닉스 직원들이 웨이퍼 칩을 검사하고 있다./사진=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현재 시지트로닉스의 주요 제품은 ESD 소자다. 시지트로닉스의 ESD 소자는 기존 제품에 비해 고전압 정전기에 빠르게 반응하는 게 특징이다. 지난해 매출 125억원 중 ESD 관련 매출은 약 80억원(매출비중 63.8%)에 달했다.

ESD 소자 외에도 시지트로닉스는 리모컨, 자동문 등에 활용되는 센서 소자를 판매하고 있다. 회사 측은 센서 소자의 활용 범위가 향후 웨어러블 기기, 자율주행, 증강현실 센서로 넓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시지트로닉스는 올해부터 국내 스마트워치 제조사에 센서 소자를 납품하고 있다. 스마트워치에 탑재된 센서 소자를 통해 착용자의 심박수, 산소포화도 등을 파악한다.

심 대표는 "그간 국내 웨어러블 기기 제조사는 센서 소자를 모두 수입해왔다"며 "이를 국산으로 대체하는 과정에서 시지트로닉스의 소자가 선택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시지트로닉스의 센서 소자가 해외 제품에 비해 가격과 성능면에서 강점을 갖췄기에 가능했다는 얘기다.시지트로닉스가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제품은 '질화갈륨(GaN) 전력반도체'다. 전력반도체는 가전기기, 조명 등의 전기·전자 제품에서 전력을 변환 및 변압, 분배,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GaN 전력반도체는 기존 실리콘반도체보다 2~3배 이상 큰 전압을 견딜 수 있고 고온에서도 정상 작동해 차세대 물질로 알려져 있다.
시지트로닉스 공장에서 도금된 웨이퍼./사진=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심 대표는 인터뷰에서 GaN 전력반도체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실리콘(Si) 전력반도체의 자리를 GaN이 대체할 것이란 전망에서다. 그는 "과거 대부분의 충전기 콘센트엔 Si 전력반도체가 탑재됐다"면서도 "현재 충전기에 적용되는 전력 반도체의 95%는 GaN으로 교체됐다"고 말했다.

이어 "GaN 전력반도체는 제조 공정이 상대적으로 단순하고 단가가 실리콘카바이드(SiC)에 비해 저렴해 상용화 단계에 다가섰다"며 "SiC 전력반도체는 아직 가격이 비싸 1kV(킬로볼트)급 고전압을 견뎌야 하는 분야 외엔 사용되지 않고 있다"며 "GaN 전력반도체와 SiC는 시장이 다르다"고 짚었다.

"질화갈륨 전력반도체, 데이터센터에도 적용될 것"

향후 GaN 전력반도체가 데이터센터에도 적용될 것으로 봤다. 데이터센터 운영비를 줄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AI)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생성형 AI의 계산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하는 데이터센터 내 서버의 증설이 필수적이다.

심 대표는 "데이터센터에 탑재되는 전력반도체를 Si에서 GaN으로 대체하면 전력 소모를 많이 줄일 수 있다"며 "전력 소모가 감소하면 발열도 줄어 서버를 냉각하는 데 드는 비용을 아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회사는 최근 경기도 수원에 수도권사무소를 열었다. 연구인력을 유치하기 위해서다. 수도권 사무소에는 연구원과 함께 세일즈 마케팅 인력도 상주한다. 심 대표는 일주일 중 절반은 수원에 머무르며 경영에 매진하고 있다. 시지트로닉스는 오랫동안 협력 관계를 유지해온 한국나노기술원과 전력반도체 기술을 개발할 예정이다.

완주(전북)=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