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참패로 극심한 후유증을 겪는 국민의힘 일각에서 '한동훈 책임론'이 나오지만,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보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책임이 크다며 선을 긋는 기류가 우세하다.
'한동훈 책임론'을 전면에 제기한 건 홍준표 대구시장이다.
홍 시장은 최근 며칠 새 페이스북에 올린 여러 건의 글에서 "깜도 안 되는 한동훈이 들어와 대권놀이 하면서 정치 아이돌로 착각하고 셀카만 찍다가 말아 먹었다"고 비난했다.
홍 시장의 이런 발언은 친한(친한동훈)계 인사들의 반발을 불렀다.
김경율 전 비대위원은 SBS 라디오에서 "홍 시장의 일련의 증상들에 대해서 내가 굳이 얘기할 필요가 있을까.
강형욱 씨가 답변하는 게 맞을 것 같다"고 했다.
강형욱 씨가 유명한 개 훈련사인 만큼, 홍 시장을 '개'에 비유한 셈이다.
'한동훈 비대위' 일원이었던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한지아 당선인도 KBS 라디오에서 "요 며칠 어떤 분은 한 위원장을 굉장히 맹공하더라. 구태의연함이 있다"며 홍 시장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다른 인사들도 한 전 위원장의 '분투'로 여당이 야권에 개헌선을 넘겨주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당내에선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이종섭·황상무 논란, 대파 논란, 의정 갈등 등 용산발 악재를 총선 참패의 근본적 원인으로 지목하는 시각이 많다.
선거일을 한달가량 앞두고 용산발 악재가 잇따랐지만, 선거전 막판 국민의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으로부터 '두 자릿수 의석 가능성'을 보고 받은 한 전 위원장이 '개헌 저지선 수호'를 호소하면서 그나마 4년 전의 103석(비례 포함)보다 늘어난 의석을 확보했다는 주장이다.
특히 범야권 200석 저지의 핵심 역할을 한 부산 선거의 경우, 한 전 위원장이 '막말 논란'을 빚은 장예찬 전 최고위원을 빠르게 정리한 것이 승기를 잡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도 나왔다.
서울 도봉갑 김재섭 당선인은 CBS 라디오에서 "한 전 위원장은 물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본인의 모든 역량을 다 발휘하려고 한 것"이라며 "거의 모든 이슈에 대해 한 전 위원장이 그래도 국민 눈높이에 맞게 대통령실에 요구했다"고 말했다.
한 수도권 의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선거 패배는 99%가 윤 대통령 때문이다.
2년간 업보를 쌓았고 선거 과정에서도 중요한 순간마다 악영향을 줬다"며 "한 전 위원장도 정치 경험이 없어 부족한 점이 있었지만, 부산은 지켜냈다"고 분석했다.
한 전 위원장의 정치 복귀 여부를 두고선 관측이 분분한 가운데 그래도 '언젠간 돌아올 것'으로 보는 게 당내 일반적 견해다.
다만 다가오는 전당대회에서 당권에 도전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재섭 당선인은 "일회성 선거 패배로 한 전 위원장이 정치생명이 끝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어떤 식으로 기반을 다지고 외연을 확장하는지 등 여러 변수가 잘 고려되면 이후에 역할이 주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전대 출마에 대해선 "그건 좀 이르다.
당장 선거가 끝난 이후, 비대위원장에서 사퇴한 이후에 바로 차기 지도부가 되는 건 좋은 모습은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경율 전 비대위원도 "한 전 위원장이 현실적으로 여의도식 정치의 권역을 벗어나기는 이젠 힘들 것"이라며 "본인도 '국민에게 봉사하는 영역'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정치에 남아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