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총선 이후 검찰개혁의 과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앞다퉈
'검찰개혁' 공약으로 내세워

文정권, 공수처 설립 부산했지만
검찰 무력화로 '범죄자 천국' 돼

이념 휩쓸리지 않고 균형 맞추는 게
검찰 관련 정책 본질에 부합

김종민 S&L파트너스 변호사
집권 여당의 참패로 끝난 제22대 총선 이후 많은 변화가 예상되지만, 검찰개혁 문제가 단연 최대 쟁점으로 재등장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찰독재정권 종식’을 공언하며 수사·기소권 분리, 검사의 기소·불기소 재량에 대한 사법 통제 강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조국혁신당은 더 나아가 검찰청 폐지 후 기소청 신설, 검사 직접수사 개시권 완전 폐지, 검사장 직선제 도입, 기소배심제 도입을 공약했다. 어떤 형태로든 검찰 권한 축소 법안의 추진은 불가피하게 됐다. 검찰개혁을 둘러싼 여야의 대치도 강경일변도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개혁은 문재인 정권의 최우선 정책이었고, 집권 5년은 검찰로 시작해 검찰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신설했고, 수사권 조정의 이름으로 경찰에 독자적 수사권과 1차 수사종결권을 부여했다. 검사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면서 6대 범죄로 검사의 직접수사권을 제한했다. 그런데 개혁의 성과는 어떤가. 지난 1월 임기를 마친 김진욱 공수처는 3년간 600억원의 예산과 25명의 공수처 검사, 수사관 40명을 투입했지만 직접 기소한 사건은 3건에 불과했다. 출범 직후부터 공수처장의 리더십 부재, 정치적 편향성과 부실한 수사력 논란이 이어졌다. 무엇을 위한 공수처인지 의구심이 끊이지 않았다. 민주당이 다음달 2일 공수처가 수사 중인 해병대 채상병 사건에 대한 특검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고 했는데 검찰개혁의 상징인 공수처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태도를 이해하기 어렵다.수사권 조정 이후의 상황은 모성준 대전고법 판사의 신간 <빨대사회>에 적나라하게 나타나 있다. 2017년 23만1489건이던 사기범죄는 2020년 34만7675건으로 늘었고 재산 피해도 2018년 32조9600억원에서 2020년 40조3139억원으로 급증했다. 암호화폐를 매개로 한 투자 사기가 크게 늘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피해액은 4조7000억원에 달했다. 국무총리실 사행산업 통합감독위원회 추산 2019년 기준 불법 스포츠토토 등 불법 도박 규모는 81조5000억원이었다. 첨단산업기술 유출 범죄도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사기 범죄 조직의 연간 범죄 수익은 20조원이 넘고 불법 도박으로 인한 범죄 수익도 2조50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의 기능이 무력화되고 경찰도 제대로 수사하지 못하는 사이에 범죄자 천국이 돼버린 것이다.

좋은 형사사법제도는 무엇보다 효과적이어야 한다. 그 시대를 반영해야 하고 목적 달성을 위해 적절한 수단을 갖고 있어야 한다. 수사와 재판 절차는 신속해야 하고 피해자를 배려할 수 있도록 설계되지 않으면 안 된다. 민생과 직결된 조직적인 대형 경제 범죄와 부패 범죄 등을 효과적으로 수사하고 처벌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검찰개혁의 핵심적 방안으로 거론되는 수사·기소권 분리론은 수사권의 본질을 오해한 데서 비롯됐다. 법이론적으로 근거가 없고 해외 입법례도 없다.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을 폐지하더라도 대륙법계 표준인 프랑스, 독일과 같이 경찰 수사를 검찰이 효과적으로 지휘·통제하는 체제가 바람직하다.

최선의 정책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정책의 본질을 파악해야 한다. 정치적 이념보다 정부가 해야 할 다양한 역할에 균형을 맞추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가장 두려워한 것은 ‘권리 보장 없는 민주주의’, 즉 다수의 폭정이었다. 지나친 민주적 선택을 제한할 수 있도록 복잡한 견제와 균형 제도를 설계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헌법 제66조 제2항은 대통령의 헌법수호 의무에 대해 규정한다. 법률안이 헌법에 위반되거나 공공의 이익에 현저히 반한다고 판단될 때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검찰개혁 법안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제국의 패망이 가까워질수록 법은 더욱더 괴이한 모습을 띠기 마련”이라는 키케로의 지적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논어>에서 공자는 정치를 맡기면 무엇부터 하겠느냐는 질문에 “이름을 바로잡겠다(正名)”고 했다. 말이 바르지 않으면 일이 이뤄지지 않는다. ‘개혁’이 ‘개혁’다울 수 있도록 범죄자가 아니라 국민을 위한 검찰개혁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