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힘내라" 화환 쇄도…지지자들 "책임론 어이없어"

'한동훈 책임론'에 발끈한 지지자들
국회에 한동훈 응원 화환 발송 러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총선 결과에 따른 위원장직 사퇴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사진=한경DB
4·10 총선에서 패배한 국민의힘 안팎에서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책임론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전면으로 나서 이번 선거의 참패는 정치가 미숙한 한 전 위원장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지지자들은 국회에 화환을 잇달아 보내며 한 전 위원장을 방어하는 모습이다.

15~16일 이틀간 국회 헌정회관 앞에선 한 전 위원장을 응원하는 화환이 줄을 짓고 있다. 지난 15일 쌓인 화환들을 정리하기 무섭게 16일 오전 화환을 배달하는 트럭이 도착해 국회 직원 간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었다. 헌정회관 앞에서 만난 한 국회 관계자는 "이런 화환도 집회로 보기 때문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어제 계고장을 붙이고 개인용달을 불러서 다 치웠는데도 오늘 또 왔다"고 했다.
16일 국회 헌정회관 앞에 놓인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응원 화환. 지난 15일 줄을 지었던 화환들을 모두 치웠지만, 이날 또 배달됐다. / 사진=홍민성 기자
최근 당 안팎에서 한 전 위원장을 향한 비난이 나오자, 지지자들이 대응 및 보호 차원에서 이런 '화환 러시'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양일간 포착된 화환에 적힌 문구는 "한동훈 위원장님 사랑합니다", "한동훈 위원장님 돌아오세요", "선진국의 정치인 한동훈", "한동훈 위원장님 힘내세요" 등이다. 한 전 위원장 지지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책임론 어이 없다", "한동훈 책임론이 왜 나오나", "한동훈 말고 책임진 사람이 누가 있나" 등의 반응이 나왔다.

'한동훈 책임론'을 앞장서서 외치고 있는 건 홍 시장이다. 홍 시장은 총선 직후 한 전 위원장을 향한 원색적인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2~13일 홍 시장은 "메시지도 없는 오로지 철부지 정치 초년생 하나가 셀카나 찍으면서 나 홀로 대권 놀이나 한 것", "깜냥도 안 되는 한동훈이 들어와 정치 아이돌로 착각해 탄핵의 강을 건너 살아난 이 당을 말아먹었다" 등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홍 시장이 연일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는 이번 총선의 패인으로 윤석열 대통령 등 정부를 지목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는 당이 치렀는데 왜 대통령 탓을 하냐'는 게 홍 시장의 입장이다. 당선인들 사이에서는 "국정운영이 국민들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한 선거"(안철수 경기 성남분당갑 당선인), "대통령실이나 총리실에서 국민 마음을 잘 못 읽은 부분이 있지 않나"(나경원 서울 동작을 당선인), "국정 기조와 당정관계가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됐는지 국민 눈높이에서 냉정하게 살펴야 한다"(김기현 울산 남구을 당선인) 등의 반발이 새어 나왔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달 29일 오후 대구 북구 대구시청 산격청사 대강당에서 열린 '지방시대 종합계획 및 2024년 시행계획' 설명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다만 홍 시장이 주창하고 있는 '한동훈 책임론'은 그다지 당내에서 크게 호응을 얻지 못하는 모양새다. 한 전 위원장 체제 비대위원이었던 한지아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당선인은 지난 15일 KBS 라디오에서 "요 며칠 어떤 한 분은 한 전 위원장을 맹공하시던데, 구태의연함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홍 시장을 에둘러 비판했다. 김재섭 서울 도봉갑 당선인도 지난 15일 CBS 라디오에서 "한 전 위원장은 물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본인이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다 발휘하려고 했다"며 "거의 모든 이슈에 대해 한 전 위원장이 그래도 국민 눈높이에 맞게 대통령실에 요구했다"고 감쌌다.

국민의힘이 총선 이후 당을 수습하기 위한 '실무형 비대위'를 꾸리기로 의견을 모은 가운데, 정치권의 눈은 한 전 위원장의 향후 복귀 시점에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차기 당권 도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파악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금은 당선인들을 중심으로 새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했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차기 전당대회에 출마할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본다"며 "이미지도 소모되기 때문에 조용히 있다가 2026년 지방선거 때 등장해 곧 치러지는 대선 때 등판해야 한다"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