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시험 더 잘 보는 세상, 아이에겐 끈기, 몰입, 창의가 필요 [서평]

신간
'하드 스킬'보다 '소프트 스킬' 갖춰야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에게 미국 대학입시 자격시험(SAT)을 치르게 하자, 최상위 10% 점수를 받는 결과가 나왔다. 주어진 문제를 풀고 정답을 찾는 능력은 인간보다 AI가 우월해질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공부만 잘하는 아이는 AI로 대체됩니다>는 미국 명문대 입시와 명문 기숙 학교, 한국과 중국의 교육 시장 등 다양한 교육 현장을 거친 저자가 그동안 교육자로서 쌓아온 내공과 경험담을 바탕으로 AI 시대에 아이들에게 진짜 필요한 공부가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자녀교육서다. 저자에 따르면 최근 하버드대 등 미국 명문대 입시의 경향이 바뀌고 있다. 뛰어난 교과 성적이나 높은 SAT 점수, 각종 교내외 활동과 수상 경력 등 아무리 좋은 스펙을 가진 학생이라고 할지라도 합격 통지서를 받기가 어려워졌다.

대신 이들 학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은 바로 '개인적 특성'이다. 개인적 자질과 인격, 인성 등으로 번역이 가능한 이 항목은 적극성, 인내력, 협력할 줄 아는 능력, 의사소통 능력 등 정량적으로 측정이 가능한 '하드 스킬'과 대조되는 역량인 '소프트 스킬'을 가리킨다. 즉 오늘날 미국 명문대 등 글로벌 교육 트렌드를 선도하는 학교들은 학생이 가진 스펙보다 끈기, 창의성, 몰입 등 남다른 개인적 자질을 지닌 사람을 발탁한다는 설명이다.
저자는 미래가 원하는 인재는 '체인지 메이커'라고 강조한다. 소프트 스킬을 바탕으로 판을 바꾸는 사람, 새로운 시대의 흐름을 가져오는 사람을 일컫는다. 세태에 이끌려가는 사람이 아니라, 그 자신이 변화의 주체가 되어 사회의 판도를 뒤바꾸는 인물이다. 단순히 학업 성적이 높다고 해서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예컨대 영어 실력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인재가 되는 데 영어 능력은 필요조건인 것은 맞다. 다만 이때 '영어를 잘한다'는 의미는 높은 영어 시험 점수나 유창한 발음이 아니다. 유창하지 않아도 자기만의 생각이 분명하고 매력적이면 세계가 주목한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부끄러워서 혹은 문법이 틀릴까봐 입을 꾹 다물고 대화하지 않는 학생보단, 영어 실력이 조금 모자라도 어떻게든 생각을 표현하고 대화에 참여하려는 적극적인 아이가 미래형 인재에 가깝다는 것이다.

이 책은 자녀를 체인지 메이커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을 크게 다섯 가지로 설명한다. 테이블 세팅을 달리해 막힘 없이 자기 생각을 펼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고, 팀 프로젝트를 통해 협력할 줄 아는 능력을 키워준다. 그밖에 디자인 씽킹을 통해 작은 아이디어도 크고 단단하게 만들어가는 능력을 키우고, 게임 시스템을 활용해 아이 내면에 강력한 동기부여를 해줄 것, 실패에도 굴하지 않고 끈기 있기 도전하는 힘을 길러주는 것 등이다.

저자는 다년간 교육 컨설턴트로 일하면서 만난 실제 아이들의 사례, 세 아이를 키우는 아버지이자 교육 디렉터로서 가정과 학교에서 적용한 방식 등을 토대로 현실적이고 유용한 조언을 내놓는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