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따라잡을 보조금 만든다는데…"늦었다" 유럽 탈출 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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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저가 공세에 시달리던 유럽 청정 기술 기업들이 사업장 이전을 서두르고 있다. 유럽연합(EU) 당국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따라잡을 보조금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나섰지만, 실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15일(현지시간) "EU 정상들이 뒤늦게 보조금 입법 논의를 계획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희망이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유럽 정상들은 오는 17~18일 특별정상회의에서 산업 보조금 방안을 논의한다. 초안에는 범유럽 계획·투자에 대한 재원 조달을 위해 각 회원국의 기여를 요구하는 '국가보조금 기여 메커니즘' 등이 담겼다.하지만 로이터에 따르면 스위스 태양광 기업 마이어버거는 지난달 중순 독일 공장을 폐업했다. 이로 인해 직원 500여명은 일자리를 잃었다. 마이어버거는 대신 미국 애리조나주와 콜로라도주에 태양광 전지와 패널 공장 설립을 서두른다는 계획이다. 군터 에르푸르트 마이어버거 최고경영자(CEO)는 "유럽에서 산업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전무한 상황에서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르웨이 배터리 회사 프레이어는 올해 2월 법인 등록지를 룩셈부르크에서 미국으로 옮겼다. 프레이어는 1년여전 미국 IRA가 발표된 직후 노르웨이에 이미 반쯤 지어진 공장 작업을 중단했었다. 현재는 조지아주 공장을 완공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버거 스틴 CEO는 "우리는 (유럽을 떠나는 게) 되돌릴 수 없는 실수인 건 아닌지 조심스러웠지만, IRA 정도의 정책은 (유럽에서)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미국행을 강행하는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EU 집행위와 회원국이 서명한 '유럽 태양광 헌장'도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당초 유럽 태양광 부품 제조사들이 요청했던 저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무역 안전장치 등에 관한 내용이 빠졌기 때문이다. EU 당국자들은 최근 중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불공정 보조금 조사에 돌입했지만, 막상 중국산 제품 수입에 제한을 걸었다가 태양광 등 친환경 발전 보급이 더뎌질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