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마저 문 닫으면 갈 곳이 없네요"…폐업 소식에 '한숨' [이슈+]
입력
수정
요즘 동네서 보기 힘든 '세탁소·사우나·문방구'
사라지는 골목 터줏대감 가게들
생활기반시설 폐업 속출
"업종 변경해 인건비 최대한 줄여"
"지방 소멸 가속화 원인"

지난달 17일 지역 기반 온라인 플랫폼 당근에 올라온 글 중 일부다. 게시물을 본 사람들은 "코로나19 때 못 버티신 듯해요", "○○사우나 그립네요" 등의 답글을 달며 공감했다.

주 1회씩 사우나를 즐기던 경기 성남시 거주자 60대 유모 씨는 "목욕탕이 점점 멀어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집 앞 상가에서 20년 넘게 자리를 지키던 목욕탕이 코로나19를 겪으며 폐업했고, 최근까지 다니던 도보 10분 거리 지하철역 근처 찜질방도 얼마 전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유씨는 "지금은 마을버스로 15분 거리에 있는 찜질방에 간다"면서 "여기마저 없어지면 이젠 정말 갈 곳이 없다"고 털어놨다.
행정안전부의 전국 목욕장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찜질방 등을 포함한 목욕탕 영업장 수는 정점을 찍었던 2004년 3월 8795곳에서 지난해 1월 4350곳으로 50.5% 감소했다. 목욕탕뿐이 아니다. 세탁소, 문방구 등 생활기반시설들도 동네에서 사라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의 세탁소는 2017년 2만7000개에서 지난해 약 2만개로 줄었다. 폐업률(개점 대비 폐업 비중)이 433%로 가장 높았던 2022년에는 1년 새 2000여개의 세탁소가 문을 닫기도 했다.
경기 용인시에 거주하는 60대 이모 씨는 "수십 년 경력의 세탁소 사장님이 공장식 세탁소보다 깔끔하게 옷감을 관리해주셔서 자주 갔는데, 결국 일감이 줄어 폐업하셨다"며 "간단한 수선도 해주셨는데 동네에서 오랫동안 영업하던 사장님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떠나는 것을 보니 마음이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오랫동안 같은 자리를 지키던 '터줏대감' 가게들이 사라지는 배경엔 복합적인 요인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인건비와 금리는 물론 수도와 전기와 같은 공공 에너지 요금 인상 등이 겹치면서 생활시설 영업장의 폐업이 가속화됐다는 것.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목욕장업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해 폐업이 폭증한 반면 개업을 하기엔 초기 자본금과 유지비가 많이 드는 데다 수요도 감소했다"며 "아직 목욕탕을 운영하시는 업주 중에서도 폐업을 고민하는 이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어 "같은 맥락으로 세탁소를 오랫동안 하시던 사장님들도 인건비를 줄여보고자 같은 자리에 코인 세탁소를 여는 식"이라며 "인건비를 최대한 줄이는 방향으로 세부 업종을 바꾸는 분들이 있고, 오랫동안 하나의 일만 하셨던 분들은 자영업 자체를 관두려는 분이 많다"고 귀띔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지방 소도시의 경우 이러한 생활기반시설의 폐업이 큰 타격을 부를 수 있다"며 "일상생활과 밀접한 시설의 폐업이 지역 소멸을 앞당기는 요인으로 작용하며 인구 유입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