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韓 연주자 테크닉 경이로워…조성진과 또 연주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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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뷰 - 캐스린 맥다월“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잘 빚은 레드 와인이라면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LSO)는 화사한 맛이 일품인 화이트 와인이다.”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대표
120년 전통의 명문 악단
19년간 이끌며 혁신 주도
명지휘자 래틀도 직접 영입
차기 수석 지휘자와 10월 내한
"2년 전과 다른 호흡 선보일 것"
현존 최고의 지휘자로 꼽히는 명장 사이먼 래틀이 남긴 말이다. 굳이 래틀의 찬사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LSO가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란 걸 모르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한스 리히터, 에드워드 엘가, 클라우디오 아바도, 발레리 게르기예프 등 전설적인 지휘자들의 손을 거쳐 온 120년 역사의 유럽 명문 악단이라서다. 2022년 사이먼 래틀(전 음악감독) 지휘로 내한해 열광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킨 LSO가 오는 10월 다시 한국을 찾는다.이번 공연에는 이탈리아 산타 세칠리아 오케스트라, 영국 코벤트가든 로열 오페라하우스 음악감독 등을 지낸 LSO 차기 수석 지휘자(9월 취임 예정) 안토니오 파파노가 포디엄에 오른다. 2005년부터 19년째 LSO를 이끌고 있는 캐스린 맥다월 대표(65)가 한국경제신문과 만났다. 그는 최근 영국 런던 바비칸센터 내 사무실에서 진행한 한경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래틀과 파파노는 완전히 다른 성향의 지휘자”라며 “하루빨리 열정적인 한국 청중에게 우리의 새로운 호흡을 선보이고 그 반응을 확인해보고 싶다”고 했다.
“래틀이 창의적인 작품 해석과 넘치는 카리스마로 악단을 휘어잡는 지휘자라면, 파파노는 아주 본능적이면서도 직관적인 지휘자예요. 오페라계에서 인정받은 탁월한 스토리텔러인 만큼 청중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지, 어떤 색깔의 음향을 표현해야 할지 정확히 알고 악단을 이끕니다. 그가 LSO와 보여줄 음악은 분명 신선할 겁니다.”
그가 자신의 안목을 이토록 자신하는 데엔 다 이유가 있다. 맥다월은 스코틀랜드 에든버러대에서 음악을 전공한 이후 영국 문화 예술위원회 대표, 웨일스 밀레니엄센터 대표, 시티 오브 런던 페스티벌 감독 등을 두루 거친 예술 경영 전문가다. 유럽에선 15년간 베를린 필하모닉을 이끈 명지휘자 래틀을 LSO 음악감독으로 데려온 주역으로도 유명하다. 지난해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의 음악감독으로 자리를 옮긴 래틀은 현재 LSO 명예지휘자를 맡고 있다.유럽에서도 유서 깊은 악단으로 손꼽히는 만큼 정통 클래식을 고집할 것 같지만, LSO는 혁신에도 방점을 찍는다. 베토벤, 차이콥스키 등 고전·낭만주의 시대 음악부터 ‘해리포터’ ‘스타워즈’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등 게임·영화음악까지 전부 무대에 올린다.
새로운 작품을 발굴하고 세계 초연하는 일에도 적극적이다. 엘가의 첼로 협주곡과 ‘위풍당당 행진곡’ 3·5번, 펜데레츠키 교향곡 1번, 진은숙 바이올린 협주곡 2번 등이 전부 LSO를 통해 처음 연주된 작품이다. 맥다월 대표는 “우리의 강력한 무기 가운데 하나가 바로 도전적인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기존 형식에 얽매이는 순간 새로운 청중과 소통할 기회는 사라진다고 생각해요. 조금이라도 더 발전적이고 흥미로운 프로그램이라야 우리의 연주를 들어볼 테니까요. 아무리 난해한 현대음악이라도 설득력 있는 연주를 들려준다면 청중은 어떤 방향으로든 반응할 겁니다. 우린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완벽하게 소화해낼 자신이 있어요. 이렇게 쌓인 신뢰감은 그 어떤 악단도 따라올 수 없지요. 그게 우리가 모험을 즐기는 이유입니다.”40년간 유럽 클래식 음악계에 몸담아 온 맥다월은 한국 음악가들의 활약상에 대해서도 생각을 밝혔다. 그는 “한국 음악가들의 성장 속도는 믿기 어려울 만큼 빠르다”며 “그들의 테크닉은 경이로울 정도로 탁월하고, 음악성은 나이를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깊다”고 감탄했다.
기억에 남는 연주자로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을 꼽았다. “2022년 내한 때 조성진과 협연할 수 있었던 건 우리에게 큰 기쁨이었습니다. 그만큼 조성진은 연주 실력이 너무나 뛰어난 피아니스트예요. 앞으로도 그와 더 많은 음악 작업을 함께하고 싶습니다.”
악단에 대한 그의 깊은 자부심은 인터뷰 내내 묻어났다. “전 LSO가 과거 명장들의 정신을 이어가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영감을 빚어내는 ‘살아있는 유산’이라고 생각해요. 이들의 음악을 가능한 한 많은 사람에게 전하는 것, 제게 그것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은 없을 겁니다.”
런던=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