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회초리 비유한 윤 대통령 "국민 체감할 변화 부족했다"

총선 패배 이후 첫 메시지

"총선에서 매서운 평가 받아
국민 위한 정치 다시 생각"

국정 기조·원칙 유지하되
소통 스타일에 변화 가능성

3대 개혁·의료개혁 추진 의지
"합리적 의견엔 귀 기울일 것"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국정 기조는 유지하되 국정 운영 방식을 대폭 바꾸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민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이고, 국민이 원하는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취지다. 집권여당의 참패로 끝난 4·10 총선에 대해서는 “대통령인 저부터 잘못했다”고 사과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공개발언을 통해 “올바른 국정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국민이 체감할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는 모자랐다”며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 해도 세심한 영역에서 부족했음을 통감한다”고 밝혔다.그러면서 “물가 관리에 총력을 다했지만 어려운 서민들의 형편을 개선하는 데는 미처 힘이 닿지 못했고, 미래세대를 위해 건전재정을 지키다 보니 세심히 살피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고 했다. 부동산 정책, 증시 밸류업 정책, 거시경제 정책, 탈원전 정책 폐기 등도 비슷한 논리로 설명했다. 방향은 맞지만, 국민이 변화를 체감하고 서민의 삶이 개선되기에는 미흡하고 부족했다는 얘기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국정의 방향은 옳지만, 운영하는 스타일이나 소통 방식 등은 문제가 많다는 평가가 다수 의견”이라며 “국정 기조와 원칙은 그대로 가져가되, 운영하는 스타일과 소통 문제 등은 바꿔가도록 노력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미래세대를 위한 구조개혁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윤 대통령은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 의견은 더 챙기고 귀를 기울이겠다”고 했다. 소통에 더 힘을 쏟겠다는 뜻이다. 윤 대통령은 장관들과 대통령실 참모들에게도 “대통령인 저부터 소통을 더 많이, 더 잘해 나가겠다”며 “공직자들도 국민과의 소통을 더 강화해달라”고 주문했다.윤 대통령은 정책의 ‘디테일’을 더 민생 친화적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어려운 국민을 돕고 민생을 챙기는 것이 정부의 존재 이유”라며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 하더라도 세심한 영역에서 부족했다고 생각하고, 무엇보다 어려운 서민의 삶을 훨씬 더 세밀하게 챙겼어야 했다”고 말했다.

특히 “무분별한 현금 지원과 포퓰리즘 정책은 나라의 미래를 망치는 마약과도 같은 것”이라고 경계하면서도 “국민의 어려움을 더 세심하게 살피는 것이 정부의 임무”라고 강조했다. 한국 경제가 회복기에 접어들었지만 그 온기를 모든 국민이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정부의 노력이 부족했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서민과 취약계층을 위한 정책을 더 많이 내놓겠다는 의미라는 해석이 나왔다.

윤 대통령은 언론과의 직접 소통을 확대할 방침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자회견이나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 재개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이를 포함해 다양한 소통 방법을 고민했고, 지금까지는 여건이 맞지 않아 미뤄온 측면이 있지만 앞으로는 다양한 소통이 이뤄지리라 기대한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기자회견을 한 번 했고, 도어스테핑은 1년 넘게 중단한 상태다.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비서실장 및 총리 인선과 관련해선 “지금 인사가 왜 이뤄지고, 이 시점에서 어떤 부분이 필요한지 등을 인사 준비 조직이 감안하고 있을 것”이라며 화합형 및 쇄신형 인사를 우선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인사를 발표하기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윤 대통령은 총선 결과에 대해 “대통령부터 국민의 뜻을 잘 살피지 못하고, 잘 받들지 못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에게 회초리를 맞은 것이라고 비유하면서 “국민을 위한 정치를 얼마나, 어떻게 잘할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참모들에게 당부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직접 총선 패배 관련 사과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총선 다음날인 지난 11일 대통령실을 통해 “총선에 나타난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국정을 쇄신하고 경제와 민생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