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PF사업장 10여곳 청산한다

산은, 워크아웃 계획 공개
대주주 7300억 출자전환
사진=연합뉴스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을 진행 중인 태영건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60곳 중 10여 곳을 청산한다. 태영건설 대주주(7300억원)와 채권단은 출자전환을 포함해 1조원 규모의 자본 확충도 추진하기로 했다. 자본잠식을 해소하고 상장폐지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태영건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16일 주요 채권금융회사 18곳을 대상으로 이 같은 내용의 워크아웃 계획 초안을 설명했다. 관심을 끈 PF 사업장 처리 방향도 이날 공개했다.브리지론 단계의 PF 사업장 20곳 가운데 한 곳만 사업을 유지하고 나머지 19곳은 보유 토지 경·공매(청산) 또는 시공사 교체에 나선다. 브리지론 단계는 고금리 대출로 땅만 사놓은 상태다. 건설 경기 침체로 시공사 교체가 어렵기 때문에 브리지론 단계의 PF 사업장 중 절반가량은 청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허가를 받고 공사를 시작한 본PF 40곳 중 일부 사업장도 시공사 교체 또는 청산을 결정했다. 전체적으로 10곳 이상이 청산될 전망이다.

'100 대 1' 무상감자에도…윤 회장 일가, 태영건설 지분율 41→60%로 높아져

산업은행이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 중인 태영건설의 자본잠식 상태를 해소하는 방안으로 16일 차등감자와 1조원대 출자 전환에 따른 자본 확충을 제시했다.

태영건설은 지난해 말 기준 6356억원의 완전자본잠식이 발생했다. 완전자본잠식은 유가증권시장 상장폐지 사유다. 태영건설은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산업은행은 향후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청산 등의 과정에서 태영건설의 우발채무(보증)가 3000억원 이상 실제 채무로 전환할 것으로 보고 1조원 이상의 신규 자본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모기업인 티와이홀딩스는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에서 빌려 태영건설에 대여한 4000억원을 100% 출자전환한다. 워크아웃 개시 이후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등을 통해 태영건설에 넣은 약 3300억원도 주식으로 바꾼다. 여기에 채권단이 무담보채권 중 50%인 약 3000억원을 출자전환하는 방안이 제시됐다.출자전환에 앞서 태영건설 대주주는 100주를 1주로, 일반주주는 2주를 1주로 줄이는 차등 무상감자를 실시한다. 대주주 측은 감자를 통해 주식 수가 줄지만, 대규모 자본 확충에 참여하기 때문에 태영건설 대주주 지위를 유지할 전망이다.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대주주 측이 경영권 포기, 의결권 위임, 감자 및 주식 처분 동의 등을 이미 약속한 만큼 워크아웃 기간에 경영권 행사는 불가능하다. 태영건설은 지난 2월 채권단에 운영자금 4000억원을 빌리면서 윤석민 회장 일가의 티와이홀딩스 지분과 티와이홀딩스 보유 SBS 지분까지 담보로 걸었다. 채권단은 워크아웃이 실패하면 담보를 처분해 채권을 회수하고, 성공하면 담보와 경영권을 돌려주게 된다.

기존 대주주 지분은 41.8%(티와이홀딩스 27.8%, 윤석민 회장 10.0%, 윤세영 창업회장 1.0%, 윤석민 회장 부인 3.0% 등)에서 60% 안팎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채권단은 30%가량을 갖게 되며 일반주주 지분율은 10% 아래로 떨어지게 된다. 채권단이 자본 확충을 위해 추가로 출자전환하면 대주주 지분율은 내려갈 수 있다.태영건설이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는 것은 이전 구조조정 사례에서 채권단이 최대주주로 올라섰던 것과 대비된다. 앞서 금호산업 금호타이어 STX 동부제철 HMM 등 사례에선 구조조정이 개시된 이후 대주주가 소유권을 잃었다.

금융권에선 태영건설은 최대주주 측이 태영인더스트리, 에코비트, SBS 등 주요 계열사 지분을 동원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설명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재까지 털었는데 워크아웃 기업 소유권마저 잃는다면 차라리 법정관리로 갈 수 있다”며 “빠른 정상화라는 워크아웃 제도의 본질을 살리려면 자구 노력을 기울인 대주주의 소유권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은행은 18일 600곳가량의 채권금융사 등이 모이는 전체 채권단 설명회를 연 뒤 워크아웃 계획을 이달 2차 금융채권자협의회에 부의할 계획이다. 2차 협의회에서 계획을 의결하면 한 달 뒤 채권단과 태영건설이 약정을 맺고 신규 자금을 투입하게 된다.

강현우/최한종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