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LG 마레이가 보여준 '공격리바운드의 미학'

4강 PO 1차전서 공격리바운드만 11개 잡아…kt 속공 억제
이재도 "손에 스치면 잡힌다…'거미손' 마레이와 뛸 수 있어 감사"
프로농구 창원 LG의 아셈 마레이는 16일 수원 kt와 치른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PO) 1차전에서 펄펄 날았다. 17점 21리바운드 5스틸을 기록했고, 특히 공격리바운드만 무려 11개를 잡았다.

기록적인 수치다.

프로농구 원년인 1997년부터 PO 경기에서 마레이보다 많은 공격리바운드를 잡은 선수는 3명뿐이었다. 클리프 리드(1998년 18개·1997년 13개), 무스타파 호프(2001년·13개), 로드 벤슨(2018년·12개)이다.

마레이가 열심히 공격리바운드를 따내면서 kt의 계획도 꼬였다.

kt의 송영진 감독은 경기 전 주포 패리스 배스와 허훈을 앞세운 빠른 농구로 LG를 상대하겠다고 했다. 배스는 KBL에서 리바운드 후 공을 몰고 상대 코트로 넘어가는 속도가 가장 빠른 선수다.

높이가 좋고 드리블 기술까지 뛰어나 리바운드 직후 수비수들을 해치고 단숨에 반대편 림으로 전진한다.

LG와 경기에서는 이런 장면이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빠른 농구의 전제 조건은 안정적인 리바운드다.

그러나 공격의 시작인 리바운드 상황부터 마레이가 족족 공을 가져가면서 kt는 속공을 시작할 수 없었다.
송영진 감독은 'LG 수비가 정비되기 전 공략하겠다'고 밝혔으나 마레이 한 명 때문에 계획이 꼬인 셈이다.

마레이가 공격리바운드를 따지 못한 경우에도 상대의 안정적인 리바운드를 방해하면서 kt는 공격 속도를 낼 수 없었다.

그 덕에 LG는 거의 매회 수비마다 전열을 정비한 상태로 kt를 맞았고, 상대 득점을 70점으로 묶었다.

kt는 정규리그에서 86.6점씩 올릴 정도로 화력이 강점인 팀이지만 이날 경기 막판 LG 선수들의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았다면 60점대에 그칠 뻔했다.

LG는 4강 PO에 오른 나머지 세 팀과는 색깔이 확연히 다르다.

원주 DB(89.9점), 부산 KCC(88.6점), kt는 정규리그 최다 득점 1∼3위 팀이다.

셋 다 리바운드 직후 빠른 공격으로 화력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LG는 수비가 돋보인다.

정규리그 최소 실점팀(76.9점)인데, 중심에는 마레이가 있다.

마레이를 통한 상대 속공 억제가 주요 전략이다.

공식 석상에서 늘 수비를 외치는 조상현 LG 감독도 공수 전환 상황에서 수비 완성도를 높이는 데 심혈을 기울이는 지도자다.

조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리바운드 싸움에서 이기면 상대 트랜지션(공수 전환)을 잡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상대가 리바운드를 따낸 순간 선수들의 수비 위치도 다 잡아준다.

배스가 치고 들어오는 상황도 위치를 조정해뒀다"고 말했다.

속공이 묶인 배스는 이날 실책 7개를 저질렀다.

이재도도 3년째 LG에서 한솥밥을 먹는 마레이의 공격리바운드가 신기하다.

이재도는 "손에 뭐가 있는 것 같다.

공이 조금이라도 (마레이) 손에 스치면 잡힌다"며 "어떻게든 잡는 능력이 말도 안 되게 좋다.

거미손 같다"고 감탄했다.

그러면서 "리바운드에 대한 자세가 훌륭하다.

누가 슛을 쏘든 항상 리바운드에 참여하는데, 선수로서 정말 힘든 일"이라며 "궂은일을 항상 해주는 마레이와 함께 뛸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마레이는 기록적인 공격리바운드의 비결이 판단력과 의지라고 했다.

마레이는 "적절한 상황에서 슛을 던져야 공격리바운드를 잡기 쉽다"며 "미스매치 상황에서 이재도가 내게 공을 투입하기 어렵다면 그냥 던지면 된다고 말해줬다.

그런 경우에는 작은 선수가 나를 막고 있으니 리바운드를 쉽게 잡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지가 참 중요하다.

꼭 공격리바운드를 잡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 시즌째 KBL에서 뛰는 마레이는 정규리그 147경기에서 776개 공격리바운드를 잡았다. 평균 5.3개로 50경기 이상 뛴 선수 중 이 부문에서는 역대 1위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