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패션왕' 조만호와 나이키, 그리고 초심[설리의 트렌드 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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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 덕후' 조만호 무신사 대표지난 달말 국내 1위 패션 플랫폼업체 무신사의 창업자인 조만호 대표가 3년 만에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복귀 직후 처음으로 알린 소식은 나이키의 무신사 입점. 시점이 우연히 맞아떨어졌을 수도 있지만 나이키의 무신사 입점은 의미가 남다르다. 20여년 만에 매출 1조 규모의 패션 유니콘으로 성장한 무신사의 출발선에 나이키가 있기 때문이다.
경영 복귀와 함께 나이키 입점
신진 디자이너 키워 MZ 공략
국내 최대 패션 플랫폼 키워내
불황·C커머스 공습 속
오프라인·해외 확장 과제
‘나이키 덕후’ 조만호
2001년 당시 고등학생 3학년이던 조 대표는 자신이 좋아하는 나이키 브랜드의 한정판 스니커즈를 사모으는 ‘스니커즈 덕후’였다. 그는 좋아하는 신발과 관련된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온라인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무진장 신발사진이 많은 곳’, 줄여서 ‘무신사’다. 조 대표는 이후 웹매거진 ‘무신사 매거진(2003년)’과 셀렉트 편집숍 ‘무신사 스토어(2009년)’를 잇따라 열었다.당시 서버 운영비가 부족했던 조 대표는 등록금 목적으로 모아둔 비상금을 털어넣었다. 아끼던 스니커즈도 중고거래로 팔았다. 이같은 무신사 창업 초기 스토리는 조 대표와 중고거래를 했던 당사자가 2020년 인증글을 남겨 다시 화제가 됐다. 그때 내다팔았던 스니커즈는 나이키의 한정판 제품 ‘인디포스’. 2022년 나이키가 25년만에 복각 형태로 인디포스를 재발매했을 때 무신사가 창업자와의 중고거래 당사자에게 고마움의 인사로 인디포스를 선물하기도 했다.‘패션에 진심’인 창업가 조 대표는 자신과 같은 패션 창업가, 소규모 패션 브랜드들을 발굴, 육성하는 전략으로 무신사를 키웠다. 2018년 동대문에 문을 연 무신사 스튜디오가 대표적이다. 무신사 스튜디오는 패션 스타트업, 신진 디자이너 육성의 장이다. 의류 재단·수선 작업실, 물품 보관 창고, 화보·광고 등 콘텐츠 제작, 택배 할인 등 패션 창업가들에게 필요한 서비스와 교육·컨설팅을 제공한다.
취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MZ세대는 무신사의 개성있는 소규모 브랜드들에 열광했다. 무신사 입점 브랜드 수는 2016년 2000개에서 2024년 현재 8000여개로 늘었다. 무신사는 ‘MZ의 패션 놀이터’로 불리며 국내 최대 패션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2019년 1월 쿠팡, 우아한형제들 등에 이은 국내 열 번째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사)이 됐다.20여년 전 스니커즈를 좋아해 사진을 찍고 모으던 청년이었던 조 대표는 이제 국내 패션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요 인물이다. 국내 패션시장의 중심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온라인 플랫폼으로, 백화점 유명 브랜드에서 신진 디자이너 중심으로 옮겨놓으며 패션업계의 판도를 바꿔놨다는 평가를 받는다.
3년 만의 경영 복귀
지난해 무신사의 매출은 전년 대비 40.2% 증가한 993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 1조 클럽 가입을 눈 앞에 뒀다. 소비 위축 등 불황 여파로 국내 대부분 패션업체들이 고전하는 가운데 이뤄낸 성과다.무신사를 둘러싼 경영 환경은 녹록치 않다. 무엇보다 중국 e커머스의 한국 공략이 위협적이다. 이른바 ‘알테쉬(알리·테무·쉬인)’에서 의류를 구입하는 국내 소비자는 늘고 있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중국 온라인 쇼핑 플랫폼을 이용한 소비자 중 40.1%가 의류를 구매, 생활용품(53.8%)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고 한다.최근 조 대표의 경영 복귀와 조직 개편은 이같은 경영 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오프라인 사업 본격화, 해외 진출, 사업 고도화 등 산적한 과제를 풀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20년 만에 나이키 덕후에서 나이키를 입점시키는 사업 파트너가 된 조 대표가 앞으로 20년 무신사를 어디까지 키워낼 수 있을 지 관심이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