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년에 잘 나갔던' 사기꾼 가족이 아들에게 집착하는 이유…연극 '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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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욘' 리뷰
'현대극의 아버지' 헨리크 입센의 만년작
인간의 욕망과 집착에 대한 고찰 담겨
4월2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현대극의 아버지' 입센의 만년작인 이 작품은 한 가정의 아들을 두고 벌어지는 싸움을 그린다. 젊은 시절 성공한 사업가였지만 모든 명예과 돈을 잃은 욘은 다락방에 박혀살며 홀로 자신의 결백을 주장한다. 그의 아내 귀닐은 아들 엘하르트가 무너져내린 가문을 다시 일으키길 바란다. 귀닐의 언니이자 욘의 과거 애인인 엘라는 엘하르트를 자기 아들처럼 키워 자신의 성씨를 물려받길 원한다.
이들이 벌이는 싸움을 듣고 있으면 이질감이 든다. 대화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상대가 하는 말에 대답하긴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응이나 반박에 가깝다. 각자의 주장과 생각을 계속 얘기할 뿐, 남의 말을 이해하려 하거나 고민하지 않는다.
이런 집단적 독백이 터무니없어 웃음을 유발하기도 한다. 가족이 오열하고 기절해 쓰러져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주절대는 모습이 슬프면서도 우스꽝스럽다. 모두가 자신만의 세상에 눈이 멀어 말이 통하지 않는 순간들이 희극이면서 비극인 이 작품의 특징이다.자신의 어깨에 강제로 올려진 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나머지 엘하르트는 떠난다. 그러면서 9살 많은 이혼 여성과의 사랑을 선언하면서 온 가족을 충격에 빠트린다. 엘하르트는 가족들이 자신에게 의탁한 욕망을 거부한다. 그는 미래를 위해 사는 삶을 떠나 현재를 행복하게 살겠다고 고 외친다.
마지막까지 욘, 귀닐과 엘라는 고독하다. 타협하지 않는 행복이 한데 모였을 때 그 누구도 행복할 수 없다.
인간의 욕망과 고독에 대한 고찰이 담긴 작품. 등장인물이 품은 집착 속에서 관객은 자신들이 사는 세상의 단면을 찾아볼 수 있다. 공연은 4월2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관련 인물] 현대극의 아버지, 헨리크 입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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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교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