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대형 금융기업 유치 팔 걷었다

북항·문현동 특구 지정 추진

산업부, 6월께 지정 여부 결정
이전 기업엔 稅·규제 특례 지원

BNK·산업은행 등 물밑협상 진행
해디브자산운용, 부산에 둥지
핀테크 등 167곳 입주 계약 마쳐
금융중심지 지정 10년이 지났음에도 ‘불모지’에 가까웠던 부산의 금융산업 생태계가 전환점을 맞고 있다. 대형 금융기업을 유치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운 부산시가 북항과 문현동 일대를 기회발전특구로 지정하는 데 본격 나섰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대형 보험사와 지역 스타트업의 협업이나 자산운용사 설립 등 부산 지역에 없던 새로운 사업 모델이 등장하고 있어 주목된다. 특구 지정을 계기로 상당한 질적 성장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2010년 금융중심지로 지정된 부산 남구 문현동 국제금융센터(BIFC). /부산시 제공
17일 부산시에 따르면 시는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에 금융 기회발전특구 계획안을 제출했다. 2010년 금융중심지로 지정된 남구 문현동 국제금융센터(BIFC) 일대와 북항 재개발지역을 아우르는 25만4000㎡ 규모의 부지를 △디지털 전환 △성장 투자 △해양·파생금융 △금융 정책 중심지로 탈바꿈시키는 밑그림이다. 기회발전특구는 세제 인센티브와 재정·금융 지원, 규제 특례, 정주여건 개선 등을 통해 기업의 지방 이전을 유도하는 제도다.산업부는 정주 여건, 앵커기업 투자 유치 등의 자격 요건을 따져 오는 6월께 지정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부산시는 지정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제조업과 달리 도심 부지를 선정해 교육과 주거, 문화 등 정주 여건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디지털 전환(디지털자산거래소), 성장 투자(BNK자산운용), 해양·파생금융(코스콤), 정책(산업은행) 등 분야별 앵커 기업·기관도 이미 유치했거나 유치를 추진 중이다.

지역 금융업계는 ‘알맹이(기업)’가 빠져 있던 지역 금융중심지 사업의 새 모멘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도권에서의 경쟁에 피로감을 느낀 기업이 지방으로 눈을 돌릴 계기가 될 뿐 아니라 디지털 전환 기술을 활용해 공간의 제약도 뛰어넘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금융위원회로부터 인가를 얻은 해디브자산운용이 대표적인 사례다. 해디브자산운용은 전국 450여 개의 자산운용사 중 부산에 본사를 둔 단 세 개 업체 중 하나다. 현재 300억원 규모의 주식형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김태규 해디브자산운용 대표는 “서울에 비해 부산의 금융 인프라가 부족하지만 지방이 새로운 시장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 회사를 설립했다”며 “대학 등과 연계해 지역의 투자자와 기업, 투자 전문 인력을 발굴할 것”이라고 말했다.국내 대형 손해보험사 A사는 부산지역 스타트업 넥솔과 손잡고 오프라인에서 소상공인 풍수해보험 시장을 개척하는 데 성공했다. 넥솔은 풍수해보험 가입에 필요한 위치, 건물, 지적 정보 등을 대량으로 확보하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풍수해보험 가입과 관련한 서류를 순식간에 뽑아내는 등 ‘1분 내 보험 가입’ 기술을 실현했다. 그 결과 A사 등 4개 국내 대형 보험사는 단 5~6개월 만에 풍수해 보험 신규 가입 10만 건을 달성하는 성과를 냈다. A사 관계자는 “개인정보 보호 등 보안에 극도로 민감한 금융권에서 스타트업과 협업하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며 “현재 넥솔과 온라인 시장 개척 상품군을 확대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공사 중인 BIFC 3단계 사업에는 이미 핀테크와 블록체인 분야 등의 167개 기업이 입주 계약을 마무리했다. 다수의 금융 관련 대기업도 부산시와 입주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민건태 기자 mink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