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파'로 돌변한 파월…전문가들 "美 연내 금리인하 힘들 수도"
입력
수정
지면A3
파월 "금리인하 오래 걸릴 것"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16일(현지시간) “2% 인플레이션 확신에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발언하자 시장이 동요하고 있다. 올 들어 전망치를 웃돌고 있는 미국 물가 상승률과 견조한 소비·고용 등에 사그라든 조기 피벗(통화정책 전환) 기대감의 불씨까지 꺼지는 모습이다. 일각에선 올해 금리 인하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전망도 나온다.
인플레 불씨 다시 살아나나
"3월 PCE 상승폭 예상보다 높아
물가 진전 보일 때까지 긴축"
○한 달 만에 말 바꾼 파월
파월 의장은 이날 “인플레이션이 완고한 것으로 판명되면 ‘필요한 한’ 금리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후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한 발언을 뒤집은 것으로 해석된다. 크리슈나 구하 에버코어ISI 애널리스트는 “파월의 발언은 Fed가 금리 인하 시기를 6월 후로 내다보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분석했다. Fed는 지난해 7월 기준금리를 23년 만에 최고 수준인 연 5.25~5.5%로 올린 뒤 동결해왔다.파월 의장의 발언 직후 2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장중 한때 연 5%를 넘어섰다가 전날 대비 0.02%포인트 오른 연 4.964%로 거래를 마쳤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날보다 0.03%포인트 오른 연 4.657%에 마감했다. 증시는 약보합세를 나타냈다. S&P500지수는 0.21% 내린 5051.41, 나스닥지수는 0.12% 내린 15,865.25에 거래를 마쳤다. 다우존스지수는 0.17% 오른 37,798.97을 기록했다.
○끈적한 인플레이션
파월 의장의 입장 변화는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더 ‘끈적하다’는 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달까지는 1~2월 물가상승률이 시장 예상치보다 높았음에도 “목표까지 가는 길의 울퉁불퉁한 장애물이며 물가상승률이 2%를 향해 진전하고 있다는 스토리는 변함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지난달 3.5%를 기록하는 등 3개월 연속으로 예상치보다 높았고, 같은 달 미국 소매판매도 전월 대비 0.7% 증가해 시장 전망치(0.4% 증가)를 크게 웃돌자 입장을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다른 Fed 인사들도 연이어 긴축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필립 제퍼슨 Fed 부의장은 이날 “Fed 내부 예측으로는 3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상승폭이 2.7%에 달해 월가 전망치(2.5%)보다 높다”며 “인플레이션이 예상대로 둔화하지 않으면 지금의 긴축적인 정책 기조를 더 오래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PCE 가격지수는 Fed가 금리를 조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참고하는 물가지수로 꼽힌다.○‘올해 금리 인하 없다’ 전망도
인플레이션이 확실히 잡히지 않으면 연내 금리 인하가 물 건너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Fed가 오는 7월 금리를 인하할 확률은 한 달 전 77%에서 현재 43%로 낮아졌다.대형 금융회사들도 고금리가 더 오래 지속된다는 방향으로 속속 전망을 바꾸고 있다. Fed가 올해 기준금리를 세 차례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던 골드만삭스는 인하 횟수가 두 차례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을 바꿨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도이체방크는 Fed가 연내 금리를 한 번만 내릴 것이라고 예상을 수정했다. 뱅가드 자산운용은 Fed가 연내 금리를 내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리 선물시장에선 Fed가 다음달 FOMC에서 금리를 인상한다는 데 베팅하는 투자자가 나타나면서 전날까지 0%였던 5월 금리 인상 확률이 1.6%를 기록했다. 6월 금리 인상 확률도 1.3%로 나타났다.다만 파월 의장은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선 “제약적 정책이 효과를 발휘할 시간을 더 두는 것이 적절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현일/김인엽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