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홀 연속 버디를 두 번씩…고군택 '버디쇼'

파운더스컵 with 한맥CC 1R

개막전 퍼터 바꿔 24위 '쓴맛'
작년 3승 했던 퍼터 다시 잡아
고군택 "갖다 대면 다 들어가"

버디 기회 12번에 11개 성공
공동 2위 그룹과 6타 차 선두
고군택이 18일 경북 예천의 한맥CC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파운더스컵 1라운드 12번홀에서 티샷을 하고 있다. /KPGA 제공
골프는 예민한 스포츠다. 장비가 미치는 영향도 크다. 장인은 연장 탓을 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골프는 다르다. 골프채 하나만 바꿔도 스코어에서 차이가 난다.

지난해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다승왕(3승)에 올랐던 고군택(25)도 그랬다. 이번 시즌 개막전에서 새로운 퍼터를 들고나왔다가 쓴맛을 봤다. 결국 지난해 3승을 쓸어 담았던 퍼터를 다시 꺼내 들었다. 퍼터 교체 작전은 성공적이었다. 그는 ‘파운더스컵 with 한맥CC’(총상금 7억원) 첫날 보기 없이 11개의 버디를 잡아냈다. 4연속 버디를 두 번이나 했다.고군택은 18일 경북 예천의 한맥CC(파72)에서 열린 대회 1라운드에서 버디 11개로 데일리베스트인 11언더파 61타를 쳤다. 개인 최소타 신기록을 작성한 고군택은 김태호(29)와 박성준(45) 등 공동 2위 그룹(6언더파)을 5타 차로 따돌리고 단독 질주했다.

○개막전 아쉬움에 퍼터 교체

고군택은 지난해 KPGA투어가 배출한 대표 스타다. 2020년 정규투어에 데뷔한 그는 지난 시즌 개막전인 DB손해보험 프로미오픈에서 데뷔 4년 차 만에 생애 첫 승을 신고하며 무명 탈출을 알렸다. 기세를 몰아 7월 아너스K·솔라고CC 한장상 인비테이셔널, 9월 신한 동해오픈까지 휩쓴 그는 3승을 쌓아 다승왕을 차지했다.

고군택은 지난해 12월 예정됐던 입대를 미룰 만큼 새 시즌에 대한 의욕이 넘쳤다. 그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올해 한국, 일본, 아시안투어에서 모두 우승을 따내는 것이 목표”라며 “4승 이상을 올리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그러나 고군택의 시즌 출발은 아쉬움이 가득했다. 그는 지난 14일 끝난 시즌 개막전인 DB손해보험 프로미오픈에서 공동 24위에 그쳤다. 새 퍼터를 들고 나간 게 화근이었다.

결국 이번 대회에는 지난해 3승을 안겼던 퍼터를 다시 꺼냈다. 그 결과 퍼팅이 되살아났다. “갖다 대면 다 들어갔다”는 고군택의 말처럼 이날 12번의 버디 기회에서 11개의 버디를 잡아냈다. 불과 21번의 퍼팅으로 18홀을 끝냈다. 고군택은 자신의 퍼터에 대해 “똑같은 제조사 제품이지만 느낌이 다른 퍼터”라며 “부드러운 터치감인데 오늘은 잘 맞아떨어졌다”고 설명했다.

○4개 홀 연속 버디만 ‘두 번’

10번홀에서 출발한 고군택은 12번홀(파5)부터 15번홀(파4)까지 4개 홀 연속 버디를 잡는 불꽃타를 휘둘렀다. 고군택의 폭풍 버디 쇼는 후반에도 계속됐다. 18번홀(파5)부터 후반 3번홀(파3)까지 다시 한번 4개 홀 연속 버디를 쓸어 담으며 한때 단독 선두를 달리던 김태호를 멀찌감치 떼어놨다. 5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은 그는 마지막 2개 홀에서도 연속 버디를 추가한 뒤 경기를 마쳤다.고군택이 이날 적어낸 61타는 KPGA투어 18홀 최소타 2위 기록이다. 역대 18홀 최소타는 60타로 이승택(29)과 이형준(32), 박준섭(32)이 기록했다. 시즌 첫 승이자 통산 4승에 도전할 발판을 만든 고군택은 “스코어를 꾸준하게 줄여야 하는 코스”라며 “2라운드부터 최종 라운드까지 스코어를 줄여 나가야 우승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스코어에 안심할 수 없다”며 “남은 기간 20언더파 정도를 기록하면 우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