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텔레그램, 테러범의 도구로 변질하면 안 돼"

두로프 텔레그램 CEO "중립 플랫폼 추구"
메신저 애플리케이션 텔레그램을 개발한 러시아 출신 최고경영자(CEO)가 '중립적 플랫폼'을 추구한다고 밝힌 가운데 러시아 크렘린궁은 텔레그램이 테러 도구로 이용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17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우리는 파벨 두로프 등 텔레그램 리더들에게 텔레그램이 테러범의 도구가 되지 않도록 세심하고 필요한 조처를 해달라는 의견을 반복해서 전했다"고 말했다.

앞서 두로프 텔레그램 CEO는 미국 언론인 터커 칼슨 전 폭스뉴스 앵커와 인터뷰하면서 모든 사람에게 텔레그램에 대한 동등한 접근을 제공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대해 페스코프 대변인은 "그 말이 테러범에게 적용될 가능성은 거의 없겠지만, 우리는 모두 이 역겨운 현상과 악에 맞서 함께 싸워야 한다"면서 테러리스트들이 텔레그램을 사용할 가능성을 제한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텔레그램이 러시아에서 널리 이용되는 가운데 지난달 모스크바 인근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 테러범들이 텔레그램을 통해 모집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두로프 CEO는 이날 칼슨의 유튜브에 공개된 약 1시간 분량 인터뷰에서 "텔레그램을 다양한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는 중립적 플랫폼으로 남기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텔레그램 본사를 독일 베를린, 영국 런던 등이 아닌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로 이주한 이유에 대해서도 "두바이는 모든 사람과 친구가 되고 싶어 하고, UAE가 지정학적으로 강대국에 편승하지 않는 중립국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텔레그램이 러시아의 통제를 받는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경쟁자들이 퍼트린 거짓 소문"이라며 일축했다.

암호화 전문가인 형 니콜라이와 함께 러시아판 페이스북 브콘탁테(VK)를 먼저 개발했던 두로프 CEO는 2013년 우크라이나 유로마이단 시위자들의 데이터를 넘기라는 러시아 당국의 요구를 거부한 뒤 VK 지분을 매각하고 러시아를 떠났다면서 "누구의 명령을 받기보다는 자유로워지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적인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모인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본사를 옮기는 방안도 생각했지만, 샌프란시스코 길거리에서 강도를 만난 경험과 미연방수사국(FBI)의 과도한 관심 때문에 계획을 실행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FBI가 잠재적인 사용자를 감시하기 위해 비밀리에 엔지니어를 고용해 인증 없이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는 백도어를 구축하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두로프 CEO는 출신에 대한 질문에는 옛 소련에서 태어나 4살에 이탈리아로 이주해 학교에 다녔다며 "사실상 유럽인인 셈"이라고 답했다.

이어 소련 붕괴 후 다시 러시아로 돌아왔다고 밝혔다.

재산이 155억달러(약 21조4천600억원)로 추정되는 그는 자유를 가장 우선시하기 때문에 돈이나 비트코인 외에 부동산, 비행기, 요트 같은 자산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텔레그램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가 1년 이내에 10억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