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참패 일주일째 혼돈…"정신 못 차려" "할일 하는 중"

'비대위 구성 후 전대' 일정만 제시…좌표 설정 못한 채 표류
수도권·비주류 "당도 용산도 지리멸렬", 영남·지도부 "수습 과정"
국민의힘이 4·10 총선에서 참패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민심에 부응하는 수습책의 방향성조차 제시하지 못한 채 혼란을 겪는 모습이다. 윤재옥 원내대표가 당대표 권한대행으로서 초선 당선인과 원로 등의 의견을 두루 들으며 수습 방안을 강구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여당이 내놓은 얼개는 실무형 비대위를 구성한 뒤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선출하자는 일정 정도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사퇴 이후 구심점을 잃은 여당 전체가 좌표를 설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표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다 대통령실과 당, 정부를 아우르는 인적 쇄신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새 국무총리와 대통령 비서실장을 둘러싼 '용산발(發) 인선 혼란'까지 더해지면서 여권의 난맥상만 더 드러나는 모습이다. 당 내부에선 수도권 당선인들과 '비주류'를 중심으로 '정신을 못 차렸다', '한가해 보인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초선 당선인은 18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당도, 용산도 정말 지리멸렬하다.

정신을 못 차린 것 같은데 앞으로도 정신을 차릴 생각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쓴소리를 하는 사람들에게 내부 총질하지 말라고만 하니 답답하다"고 지적했다. 다른 수도권 당선인도 "당이 한가해 보인다.

영남에서 당선된 분들은 선거가 왜 어려운지 하나도 몰라 한가한 것"이라며 "빨리빨리 반응해야 한다.

지금 나가서 국민들에게 우리가 열심히 한다는 걸 보여줘야 하는데 그런 인식이 아예 없어 보인다"고 비판했다. 당정이 해병대 채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 진실 규명, 김건희 여사 논란에 대한 사과 등 후속 조치를 바로 진행하고 총선 패배 원인을 제대로 규명해야 한다는 의견도 잇따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힘으로 옮겨 총선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이상민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채상병 건은 실체 규명을 해야 한다.

김건희 여사 (명품)백 사건도 대통령이 사과해야 한다"며 "자꾸 질질 끄니까 이게 누적돼서 큰 화를 자초하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총선 후 입장 표명에 대해서는 "참모가 (대신 사과를) 얘기하면 더 우스운 꼴 아니냐. 국민들이 볼 때는 웃어야 할지 뭐라고 해야 할지 좀 기가 막힌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서울 서초을 신동욱 당선인은 MBC 라디오에서 "백서를 빨리 만들어야 한다.

패배도 시간이 지나면 합리화하고 현실에 안주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런 지적들에 대해 '당이 할 일을 차분히 하고 있다', '수습하는 과정이기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반론도 있다.

주로 지도부나 영남권 인사들의 의견이다.

한 지도부 인사는 "원로들 의견도 듣고 초선 오찬도 하고 오늘 상임전국위원회를 열어 국민의미래와 합당도 한다"며 "겉보기엔 답답해 보일 수 있지만 우리가 해야 할 일들, 할 수 있는 일들은 하루도 쉬지 않고 다 해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영남권 초선 당선인은 "혼란기에 리더가 떠나 과부하가 걸린 것은 맞지만, 지금은 승자의 시간이기에 패자들의 반성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며 "선거에서 진 사람들의 의견도 듣고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게 필요하다.

그런 과정 중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영남권 재선 당선인 역시 "방향은 못 잡고 있지만, 정신을 못 차린 게 아니라 광범위하게 대안을 모색하는 과정"이라며 "윤 대통령이든 한 전 비대위원장이든 자꾸 누구의 책임을 물어선 안 되고, 졌지만 지금부터 이길 방도를 연구하면 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