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장 잔류' 박은진 "돈보다 중요한 분위기…이젠 우승 도전"

더 좋은 조건 제시한 구단 있었지만, 정관장과 FA 잔류, 계약
생애 처음으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미들 블로커 박은진(24)은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구단'으로의 이적이 아닌, 프로배구 여자부 정관장과 재계약을 택했다. 인도네시아 청소년 체육부 산하 '스포츠 기금 및 경영관리기관'(LPDUK) 초청으로 동료들과 함께 인도네시아에 도착한 박은진은 17일(현지시간) 공동취재단과의 인터뷰에서 "더 좋은 조건을 약속한 구단도 있었지만, 고희진 감독님과 코칭스태프, 동료와의 신뢰 등이 잔류 결정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밝혔다.

3년 계약을 한 박은진은 2024-2025시즌에 최대 3억5천만원(연봉 3억원·옵션 5천만원)을 받는다.

2025-2026, 2026-2027시즌 수령액도 비슷하다. 박은진은 "돈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고 부모님께 배웠다.

돈을 많이 받으면 좋지만, 즐겁게 배구를 하는 데 부담이 되지 않는 선에서 계약하는 게 좋다고 말씀하셨다"며 "나도 공감을 많이 했고, 올해만큼 배구가 재밌다고 느껴본 적이 없을 정도로 이 팀의 분위기와 코치진, 선수들이 좋아 재계약을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지난 시즌 박은진은 데뷔 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메가왓티 퍼티위(등록명 메가)와 지오바나 밀라나(등록명 지아)의 외국인 쌍포와 함께 박은진, 정호영의 '트윈 타워'가 맹활약한 덕에 정관장은 2016-17시즌 이후 7년 만에 봄 배구를 치렀다.

박은진은 리그 속공 3위(성공률 50.61%), 이동공격 3위(43.68%), 블로킹 7위(세트당 0.530개)로 활약하며 팀의 중앙을 지켰다.
개인 성적에 팀 성적까지 좋으니 배구가 재미있을 수밖에 없었다. 박은진은 "(미들 블로커 출신) 고희진 감독님께 블로킹 등 세세한 부분을 많이 배웠다.

세터 (염)혜선 언니와도 의사소통을 잘하면서 합을 맞추는 재미도 알았다"며 "동료들과 운동을 하는 것 자체가 즐거웠던 시즌이었다"라고 돌아봤다.

선명여고 출신 동기 박혜민과 후배 정호영도 박은진에게 편안함을 안겼다.

박은진은 "고등학교 때부터 봤던 사이라 서로를 잘 안다.

의지할 수 있는 사람들이 옆에 있다는 게 너무 행복한 일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며 "두 선수 덕분에 한 시즌을 즐겁게 보냈고, 이 팀에 남아야겠다는 생각을 확실하게 하게 된 큰 계기가 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고희진 감독에게도 감사 인사를 했다.

박은진은 "올스타 휴식기 때, 감독님께서 선수들에게 아침에 좋은 영상이나 명언을 들으면서 하루를 시작하는 걸 추천해 주셨다.

그 습관을 들이면서부터 마음이 차분해지고 팀원들과도 단단해진 것 같다"며 "그때부터 팀도 상승세를 탔다"라고 돌아봤다.

이어 "한 럭비 선수 이야기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코치가 선수에게 '필드 끝에서 끝까지 기어서 가보라'고 주문했는데 절반밖에 못 갔다고 하더라. 그러자 코치가 '눈을 가리고 가보라'고 다시 주문하니까 결국 끝까지 갔다는 이야기였다"며 "'한계를 정해 놓지 않으면 더 할 수 있다'라는 명언이었는데, 감명받았다"고 소개했다.
이제 박은진은 더 큰 꿈을 꾼다.

이번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패해 끝내 오르지 못한 챔피언결정전을 바라본다.

박은진은 "지난 시즌 초반에 흔들리고 후반에 잘해서 봄 배구에 진출했는데, 새 시즌엔 이런 기복을 줄이고 꾸준히 잘한다면 우승도 노려볼 수 있을 것 같다"며 "플레이오프에서 패했지만 (부상 등) 안 좋은 상황에서 흥국생명을 한 차례 이기기도 했고, 봄 배구 경험을 했다는 것 자체가 좋은 자양분이 될 것이다. 다음 시즌엔 꼭 챔피언 결정전까지 가서 우승하고 싶다"라고 다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