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은 아무리 말려도 왜 운전대를 놓지 않을까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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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자 씨, 지금 무슨 생각하세요?자라나는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한 책은 많다. 노인들의 마음을 다룬 책은 거의 없다. <고령자 씨, 지금 무슨 생각하세요?>는 그래서 눈에 띄는 책이다.
사토 신이치 지음
우윤식 옮김/한겨레출판
256쪽|1만8000원
노년행동학 전문가인 사토 신이치 오사카대 명예교수가 쓴 이 책은 왜 노인들은 주변에서 말려도 운전대를 놓지 않는지, 왜 화를 잘 내고 쉽게 버럭하는지 등을 심리학 관점에서 설명한다. 사람은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자신이 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신체 능력은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 여기서 괴리가 발생한다. 자존심이 상하고 자기도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걸 계속 증명하려 한다.
자동차 운전도 그런 행위다. 고령이 되면 체력이 떨어지고 외출도 힘이 든다. 자동차를 이용하면 자기가 원하는 대로 운전할 수 있고 어디든 갈 수 있다. 일본 경시청이 75세 이상 운전자 1949명에서 물었더니 67.3%가 면허증을 자진 반납할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저자는 “자기 효능감을 버리는 것이 고령자 씨에게 얼마나 저항감이 높은지 알 수 있다”고 했다.
아이를 타이르듯 노인들도 잘 타일러야 한다. 능력 저하를 인정하라는 듯 비난조로 말하기보다 ‘운전은 이제 하지 않아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식으로 설득해야 한다. 운전 대신 취미와 자치회 활동, 봉사 활동 등 흥미를 끌 수 있는 다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노인이 사기를 잘 당하는 까닭도 자기 능력을 증명하고 싶은 마음에 있다. 그런 노인에게 보이스 피싱 전화가 걸려 와 도와 달라고 한다. 그러면 노인은 ‘힘들어하는 우리 아이에게 내가 도움이 될 수 있구나’라고 생각하며 선뜻 나선다. ‘이득을 본다’라는 말에 약한 것도 노인의 특징이라고 한다. 연금에 의지하는 이들은 일을 해서 돈을 벌기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돈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들으면 솔깃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우리는 아이들에겐 너그럽다. 노인에겐 그렇지 못하다. 다 큰 성인인데 왜 어른답게 행동하지 못하느냐고 못마땅해한다. 이 책은 노인들은 왜 자주 그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다. 노인의 심리와 행동을 연구하고 이해하는 일은 고령화 시대에 필요한 작업이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