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뉴 스페이스' 시대…한국의 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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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전희성 한국경제신문 기자
지난 2월 미국의 인튜이티브머신스가 민간 우주 기업으로는 세계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했습니다. 우주 개발이 정부가 주도하던 ‘올드 스페이스(Old Space)’에서 민간 주도의 ‘뉴 스페이스(New Space)’로 바뀌는 상징적 장면입니다. 뉴 스페이스 시도는 아니지만, 일본은 그보다 한 달 앞선 지난 1월 탐사선을 달에 안착시켜 세계 다섯 번째 달 착륙 국가가 됐습니다.

우리나라도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 한국 최초의 달탐사선 다누리호는 이미 달 궤도를 돌고 있으며, 독자 기술의 우주 발사체 누리호는 작년 실용위성을 싣고 성공적으로 날아올랐습니다. 다음 달 27일에는 숙원 과제인 우주항공청이 드디어 문을 엽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걱정이 크다고 합니다. 한국만의 전략 분야 부재에, 경남 사천 청사 주변의 인프라 미비, 상대적으로 낮은 직원 처우 등 문제 때문입니다.이런 와중에 우주 기업 스페이스X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는 “7년 안에 인류가 화성에 착륙할 수 있다”고 장담했고, “2050년에는 인구 100만 명의 화성 도시를 건설한다”는 목표도 재확인했습니다. 인류를 실어나를 초대형 우주선 ‘스타십’이 3번이나 발사에 실패했는데도 그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습니다. 이런 민간의 창의와 도전이 모여 여러분이 40대가 될 때 화성에 100만 명 도시가 건설될 것이란 생각을 해봅니다. 뉴 스페이스가 왜 등장했는지, 한국에서 뉴 스페이스 생태계의 조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등을 4·5면에서 살펴봤습니다.

여러분이 40대 될 때 화성에 100만 도시
민간의 창의와 도전 없이는 불가능하죠

화성탐사선 Getty Images Bank
화성 탐사를 소재로 한 영화 <마스(Mars)>가 2016년에 개봉했을 때 사람들은 흥미진진한 공상과학영화 정도로 여겼습니다. 그런데 2017년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재사용 로켓 개발에 성공하면서 화성 탐사가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우주선 발사 비용을 약 40분의 1로 줄였기 때문이죠. 2050년 화성에 인구 100만 명 도시를 건설하겠다는 것도 사람들은 이제 NASA가 아닌, 머스크의 약속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달라진 ‘뉴 스페이스’ 시대의 모습입니다.‘뉴 스페이스’ 대두 배경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불을 뿜던 우주개발 경쟁은 옛 소련이 해체된 1990년대부터 시들해졌습니다. 주로 군사적 목적으로 우주에 투자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진 거죠. 달에 유인우주선을 보낸 지 벌써 50년이 넘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자연히 NASA도 예전처럼 ‘돈’이 풍족하지 않아요. 올해 272억 달러(37조6000억원) 규모의 예산이 NASA에 책정되었지만, SLS(Space Launch System)라는 발사체가 한 번 쏘는 데 2조원가량 드는 점을 감안하면 그렇습니다.

이런 상황의 타개책이 바로 NASA와 민간 우주기업의 협력입니다. NASA가 로켓, 착륙선, 수송선, 우주정거장 모듈, 통신시스템 등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한 민간기업과 손잡고 개발하는 거죠. 실제로 NASA는 달 유인 착륙 프로젝트 ‘아르테미스’를 추진하면서 민간 우주기업인 블루오리진과 다이네틱스의 착륙시스템(Human Landing System)을 활용할 예정입니다. NASA는 이후 달에 우주정거장과 유인 기지를 건설한 다음, 이를 발판으로 ‘달에서 화성으로(Moon to Mars)’ 우주선을 보내는 계획도 세우고 있어요. 이 모든 것을 NASA 단독으론 못합니다. 민간기업의 창의와 도전, 이를 바탕으로 한 ‘뉴 스페이스’ 시대의 도래로 인해 가능한 겁니다.우주개발, 과연 ‘돈’이 될까?

그런데 우주개발은 장기간에 걸친 투자인 데다 성공 여부도 쉽게 점치기 어렵습니다. 과연 민간기업이 할 수 있을까요? 스페이스X도 재사용 로켓 시험 발사에 세 번 연속 실패하고 네 번째에 겨우 성공을 거뒀죠. 대기권 밖으로 발사한 로켓의 1단부를 다시 대기권을 통해 지구에 안전하게 귀환시키는 일이 말처럼 쉽지 않았습니다. 사람 100명을 태워 우주에 보내겠다는 스페이스X의 초대형 우주선 스타십 발사도 지금까지 3번 실패하고, 4차 시험 발사를 앞둔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민간기업이 우주개발에 뛰어드는 것은 ‘큰돈(하이 리턴)’이 보상으로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2002년 설립한 스페이스X는 20년간 적자를 면치 못했습니다. 그런데 작년 1분기 드디어 흑자를 냈다는 보도가 나왔죠. 팰컨9으로 대표되는 로켓 발사, 스타링크라는 저궤도 위성인터넷 서비스에서 이익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도 1800억 달러(240조원)를 넘어 대표적 항공 기업 보잉(166조원)을 추월했습니다. 계속된 적자 속에 파산 위기를 겪는 미국의 민간 우주기업이 많지만, 스페이스X처럼 독보적 수준에 이르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게 확인되고 있는 겁니다.우주산업의 선도적 기술개발이 여러 산업 분야에 큰 파급효과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NASA는 로켓 발사 외에도 행성 탐사, 우주망원경 사업, 태양의 활동과 우주 날씨 연구, 지구의 생성과 기원 파악, 운성과 소행성 운행 경보 등 다양한 일을 합니다. 이 과정에서 발전한 기술이 위성전화, 내비게이션, 휴대용 의료기기, 뇌 모니터링 센서, 풍력발전 시스템, 농축 이유식, 내화성 단열재, 오염물질 청소 기술, 빙결 방지 시스템 등 신제품과 혁신을 가져왔습니다. 민간기업이 기술을 전수받을 게 아니라 직접 뛰어들어 기술을 개발하면 훨씬 큰 이윤을 얻을 수 있습니다.

달 탐사에는 희귀 광물인 헬륨-3라는 새로운 에너지원(핵융합발전의 원료)을 확보하려는 목적도 큽니다. 달 표면에 있는 헬륨-3 약 100만 톤은 지금 기준으로 지구 사람들이 1만 년간 사용할 수 있는 양입니다. 금액으로는 약 5000조 달러 가치가 있어요. 이만하면 민간기업들이 도전해볼 만하죠?

NIE포인트

1. 올드 스페이스와 뉴 스페이스의 차이점에 대해 좀 더 알아보자.

2. 스페이스X의 창업 배경과 그동안의 성장 과정을 찾아보자.

3. 우주개발을 위한 국가간 협력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공부해보자.

한국 '우주 7대 강국'으로 도약했지만
'뉴 스페이스' 생태계 조성이 미래 좌우

경남 사천시청 내에 마련된 우주항공청 홍보관. 한경DB
우주선이 발사대에서 점화한 뒤 높은 하늘의 점이 되어 날아가는 모습은 장엄하기까지 합니다. 우리나라 우주개발사가 꼭 그렇습니다. 22억원의 우주 분야 연구개발 예산을 갖고 우리별 1호를 쏘아 올린 게 1992년입니다. 그로부터 32년간 우리나라는 다목적 실용위성, 정지궤도위성, 차세대 중형 위성 등으로 위성체 기술을 고도화해왔습니다. 작년엔 누리호 3차 발사를 통해 1.5톤급 실용 인공위성을 지구궤도에 올릴 수 있는 독자적 발사 능력까지 확보했죠. 이를 두고 ‘우주 강국 G7’ ‘우주 주권 국가’ 대열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정부의 과감한 투자는 아직…

다음 달 27일엔 ‘한국판 NASA’로 불리는 우주항공청이 본격 출범합니다. 국내에 우주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사건’인데요, 우주항공청은 당장 달착륙선과 차세대 발사체 개발, 민간 로켓발사장 구축 등 중요 임무를 수행하게 됩니다. 목표도 큽니다. 2045년까지 우주항공 기업을 2000개 이상 육성하고, 양질의 일자리 50만 개를 만들겠다는 각오입니다. 또 국내 우주항공 시장을 420조원대로 키워 세계시장의 10%를 점한다는 목표도 세웠어요.

그러나 현실은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일단 정부 투자가 우주 강국들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합니다. 2021년 기준으로 전 세계 정부의 우주개발 예산은 총 925억달러에 이릅니다. 미국이 546억달러, 중국 103억달러, 일본 42억달러, 프랑스는 39억달러의 예산을 쓰고 있어요. 한국은 6억8000만달러로, 미국의 80분의 1, 일본의 6분의 1에 불과합니다. 국내총생산(GDP)과 비교한 우주개발 예산 규모도 미국(0.23%), 프랑스(0.15%), 일본(0.08%), 중국(0.07%)에 비해 현저하게 적은 0.04%에 그칩니다. 아직 우주개발에 자신있게 국가적 자원을 몰아주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죠.

이는 세계 수준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은 우주항공청 직원들의 봉급과도 연결되는 문제입니다. 우주항공청 7급 연구원 연봉은 6000만~9000만원으로, 경제 규모와 직급을 감안하더라도 NASA 연구원의 연봉 1억~4억원에 훨씬 못 미칩니다. 최근 마감한 우주항공청 간부급 모집에서 외국인이 당초 기대보다 10명(지원자의 4.7%)에 그친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일 겁니다. 전체 간부급 모집 경쟁률은 11.7 대 1로 높게 나왔지만, 잠깐 몇 년간 근무해 스펙을 쌓으려는 사람들이 몰린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옵니다.

수요독점 개선, 유연한 접근 필요

그런데 생각을 거꾸로 해봅시다. 이런 사정들 때문에 세계 어느 나라보다 한국에서 뉴 스페이스를 위한 산업생태계 조성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정부 혼자 뛰는 경기가 아니라, 민간기업이 함께 해 위험을 나누고 투자 규모를 불린다면 목표가 허황되지만은 않을 겁니다.

뉴 스페이스는 경제이론적으로는 우주산업의 수요처가 오로지 정부로 일원화돼 있는 ‘수요독점’ 상황을 경쟁시장으로 개선하는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수요독점 상황에서는 특정 제품의 생산량이 사회적 최적 공급량을 밑돌고, 공급가격도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시장이 커지고, 연구개발 투자가 늘어나는 선순환을 기대할 수 없죠.

예를 들어, 우주 관련 프로젝트를 정부가 중심이 돼 추진하되, 발사체나 위성체 제작, 통신시스템 공급, 우주탐사, 지구 관측 등을 민간기업이 담당하고 수요처로 기능하게 되면 생산량이 훨씬 커지고 우주 시장이 급속히 확대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파괴적 혁신’을 위한 기업가정신이 절실합니다. 그 전범이 바로 스페이스X입니다. 발사체를 지구로 귀환시켜 다시 사용하겠다는 발상의 전환, 사람 100명을 태워 우주에 보낸다는 스타십과 같은 도전이 한국 기업가에게도 필요합니다. 스페이스X의 발사체 개발 방식은 빨리 결정하고, 빨리 시험·수정하는 ‘애자일(agile)’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비록 세 번 실패했지만, 이런 접근을 통해 2차에선 1·2단 로켓 분리, 3차에선 궤도에 도달하는 등 조금씩 전진하고 있죠. NASA의 ‘달에서 화성으로’ 비전을 현실로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NIE포인트

1. 한국의 우주개발 역사를 정리해보자.

2. 한국과 선진 각국의 우주개발 예산은 어떠한지 알아보자.3. 수요독점의 개념과 해결책에 대해 공부해보자.

장규호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