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미오와 줄리엣은 화해와 평화를 남기고 별나라로 떠났겠지
입력
수정
[arte] 지중배의 삶의 마리아주-맛있는 음악
로미오와 줄리엣
![](https://img.hankyung.com/photo/202404/01.36469634.1.jpg)
먼 옛날 어느 별에서 온 나. 세상에 백만송이 장미를 피워야 하는 사명이 있는데 그 장미는 진실한 사랑 할 때만 피어난다. 그 진실한 사랑으로 백만송이 장미를 피어나게 하면 드디어 다시 나의 별나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이 노래는 나에게 항상 가슴을 몽글몽글하게 하고 애절하게 하며 내가 음악을 할 때 다양한 영감을 준다. 사람과 우리 주변의 모든 것을 사랑해야 하고 사랑받아야 한다는 것은 신이 우리에게 준 가장 큰 축복일 것이다. 또한 '사랑'은 우리에게 준 숙제이고 사명일 것이다. 아름다운 모습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애증, 빗나간 사랑, 질투 등 어두운 모습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살아있는 존재이다.지난 수천년간 인간이 예술이라는 행위를 할 때 가장 많은 역할을 한 사랑은 젊은 남녀 간의 사랑 그중에도 수많은 장애물에 더욱더 격정적이지만 그 끝은 가슴을 메이게 하는 비극적 사랑이지 않을까. 나는 로맨스, 멜로 그리고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좋아한다. 그래서 수많은 장애물이 있지만 결론은 그들의 행복으로 끝나는, 그 이후를 상상할 수 있게 하는 사랑 이야기를 좋아한다. 그들이 후에 지지고 볶고 싸우든 말든... 그래도 비록 그 끝은 비극이지만 러브 스토리의 고전은 로미오와 줄리엣일 것이다.
![랑코 제페렐리 감독의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 (1978) 포스터와 스틸컷 ©다음영화](https://img.hankyung.com/photo/202404/01.36469761.1.jpg)
▶▶▶(관련 기사) 유니버설발레단 40주년…ABT 서희와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
20여년 전 베로나 근처 트렌토(Trento)에서 콩쿨을 마치고 처음 이탈리아의 도시를 여행했던 곳이 베로나였다. 옛 모습을 간직하고 실존하지는 않았으나 로미오와 줄리엣이 사랑을 나눴고 가상의 줄리엣의 집이 있는 그 도시에서 지내는 며칠은 나에게 이탈리아 음식문화에 눈을 뜨게 해준 도시였다. 베로나에서 두 사람은 슬픔을 간직한 채 떠났지만 현대의 베로나에서 그 두 사람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그 슬픔으로 인해 새로운 사랑이 싹트게 하는 도시였다.
베로나의 어느 광장에 앉아서 슈퍼에서 산 별로 시원하지 않은 맥주를 마시는 20년 전의 내 모습을 가만히 떠올려 봤다. 지금보다 젊었던(어렸던) 그때의 나는 그곳에서 무엇을 바라보고 있었을까? 분주하게 다니는 시민들? 아름답게 키스를 하고 있는 연인들? 그 젊은 연인들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는 손 잡고 있는 노부부? 그 노부부들은 자신들의 젊음을 떠올리며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일까?
영화 속 캐플릿가의 무도회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이 처음 만날 때 음유시인은 노래한다. ‘젊음이란 무엇인가?... 장미가 피고 지듯 젊음도 시드는 것’ 노래가 복선이 되어 그들의 장미는 피었고 지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로미오와 줄리엣은 불같은 진실한 사랑으로 백만송이 장미를 피워 작품 속 베로나 사람들에게 화해와 평화를 주고, 현실과 현대의 베로나 사람들에게는 사랑의 설렘과 희망을 주고 그들의 별나라로 떠나지 않았을까?/지휘자 지중배
[심수봉-백만송이 장미]
▶▶▶(과거 공연 리뷰) 죽음조차 아름다워… 거부할 수 없는 사랑이 객석까지 지배했다 [로미오와 줄리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