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셀카만 찍다 말아먹어" 與 책임론…野는 '개딸' 득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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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끝나도 계속되는 극한의 정치…與野 모두 날 '바짝'대한민국의 분열을 눈으로 확인한 22대 총선이 끝나고, 여야 갈등이 점점 더 극에 달하는 모습이다. 정치권에서 소위 '전쟁'으로 불리는 총선이 끝났지만, 22대 국회가 개원도 하기 전부터 갈등에 불이 붙는 모습이다.
'전쟁' 끝났지만, 정치권 어디를 봐도 '갈등'
법사위원장 두고 원 구성부터 난항 겪을 듯
당내 분위기도 갈등 일색…방향 못 잡는 與
野는 개딸 목소리 커지며 '살벌한 경계'
여기에 '반윤' 조국혁신당·개혁신당까지
이번 총선 대승에서 대승을 거둬 '협치의 열쇠'를 쥐게 된 더불어민주당이 21대 국회 하반기에 국민의힘에 내줬던 법사위원장직 독식을 준비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독식해 원하는 법안을 제때 본회의에 올리고, 마음대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도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 "현재와 같은 상임위 구조라면 법사위원장을 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맡는 게 맞고 그게 이번 총선의 민심"이라며 "운영위도 역시 국회 운영은 다수당이 책임지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며 법사위를 제2당에 맡기는 관행을 지킬 생각이 없음을 명확히 했다.
민주당에서는 법사위 위원장직을 맡을 구체적인 인물까지 거론되고 있다. 22대 국회 입성한 법조인 출신 민주당 당선자 43명 중 3선 이상 중진은 12명이다. 이 가운데 3선이 되는 전현희·이언주 전 의원과 박주민 의원이 하마평에 올랐다.
이들은 "최선을 다하겠다"(전현희), "주어진다면 제대로 해보고 싶다"(이언주), "여러 가지 고민을 하고 있다"(박주민)는 말로 법사위원장직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반면,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 심판을 받은 당정은 '제대로 반성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연속으로 총선에서 참패했지만, 당내에서 긴장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수도권 당선인들이 모여 '2024 총선 참패와 보수 재건의 길 세미나'에서는 "선거에서 지고도 역동적인 모습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는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국민의힘에겐 험지인 인천에서 5선 고지에 오른 윤상현 의원은 "192석을 야권에 갖다 바치고도 이렇게 한가해 보일 수가 있는가. 국민들의 호된 질책을 듣지 않는다"며 강도 높게 당을 비판했다. 당 일각에서 '103석을 얻은 지난 총선보다 108석은 얻은 이번 총선이 그래도 낫다'는 얘기가 나온 것을 꼬집은 것으로 보인다.
○당내 갈등도…與 책임론에 갈리고, 野에선 '개딸' 득세
이러한 갈등적 분위기는 각 당내에서까지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원톱'으로 선거를 이끌었던 한동훈 전 총괄선대위원장 겸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해 험한 말이 나온다.홍준표 대구시장이 가장 앞장서서 한 전 위원장의 책임론을 거론했다. 그는 "셀카만 찍다가 말아먹었다", "다신 우리 당 얼씬도 마라", "문재인 믿고 사냥개가 돼 우리를 그렇게 짓밟던 애 데리고 와서 배알도 없이 그 밑에서 박수치는 게 그렇게도 좋더냐", "주군에 대들다 폐세자 된 것"이라는 등의 격한 발언도 참지 않았다.
그러나 다수의 여권 지지자들은 당의 만류에도 국회 앞으로 한 전 위원장의 복귀를 촉구하는 화환을 보내며 그를 응원하고 있다. 이런 혼란한 상황이 지속하며 국민의힘은 총선이 끝난 지 열흘이 다 되어가도록 '수습의 방향'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당내에서 전당대회 룰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나오자, '당 대표를 뽑는 것보다 참패 원인을 분석하는 백서부터 만들어야 한다'는 등의 논의가 이제 시작됐을 뿐이다.
반대로 이번 총선을 거치며 '친명' 색채를 강화한 민주당에서는 이재명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개딸'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살벌한 분위기가 읽힌다. 특히 같은 야권이라 하더라도, 이재명 대표의 잠재적 경쟁자로 거론되는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에 대해서 이들은 바짝 경계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사실상 '비명계'를 거의 다 쳐낸 만큼, 이 대표를 중심으로 한 이러한 분위기는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15일 조국혁신당을 찾아 '슬기로운 의정생활'을 주제로 강연에 나섰다 개딸들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이들은 각종 커뮤니티를 통해 정 최고위원에게 "해당 행위나 다름없다", "이재명 대표님이 동의하신 거냐", "당 지도부로서 신중하지 못한 행보였다"는 비난을 쏟아냈다.
이에 정 최고위원은 이재명 대표 지지 카페인 '재명이네 마을'에 해명글을 올리기까지 했다. 그는 해당 글을 통해 "여러분께서 걱정하실 내용도 없고, 혹시 오해할 내용도 없다"며 "본의 아니게 걱정을 끼쳐드렸다면 그 부분은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제 잘못"이라고 사과했다. 원내 입성에 성공한 '제3지대' 정당들도 명확한 '반윤'을 추구하면서 갈등적 분위기에 불을 붙이고 있다. '3년은 너무 길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이번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킨 조국혁신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행보에 사사건건 비판하고 있고, '범여권'이라는 평가를 극구 부인하며 "선명한 반윤"이라고 스스로 정의한 개혁신당은 조국혁신당과 함께 기자회견을 여는 등 이들에게 힘을 싣고 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지난 19일 '채상병 특검법'(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법) 처리를 촉구하기 위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들이 '반윤 전선'임을 명확히 했다.
○尹·이재명, 총선 이후 첫 통화…"내주 회동" 협치 물꼬 될까
이러한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은 야당이 요구해온 영수회담을 제안했다. 영수회담이 그간 단절됐던 여야 협치의 물꼬를 틀지 주목된다.윤 대통령은 지난 19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통화하며 내주 만남을 제안했다. 이도운 홍보수석은 이날 오후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윤 대통령이 이날 이 대표와 약 5분간 가진 통화에서, 이 대표를 포함한 민주당 인사에게 총선 당선 축하 인사를 건네며 만남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도 별도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은 이 대표를 포함한 민주당 당선인에게 축하 인사를 전하고 이 대표의 건강 및 안부를 물었다. 이 대표는 감사의 뜻을 표했다"며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고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의 어려움이 있다며 '가급적 이른 시일 내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두 사람의 만남이 이뤄진다면, 이는 윤 대통령 취임 후 야당 대표와의 첫 영수회담이 된다. 이에 대해 한 여권 관계자는 "그동안 윤 대통령이 영수회담을 거부해왔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번 총선 대패를 계기로 전향적 태도를 보인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면서 "대통령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여소야대' 정국이 계속될 것인 만큼 허심탄회한 대화가 오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