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앞잡이, 철부지 초년생"…한동훈 때리는 홍준표의 속내 [정치 인사이드]

지난 대선 경선서 尹 향해 "보수 궤멸 주범"
2년 뒤 한동훈 향해 "문재인 앞잡이 사냥개"
차기 노리는 홍준표 '보수 적통' 어필 행보
사진=한경DB, 연합뉴스
지난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고배를 마시고 낙향한 홍준표 대구시장이 연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해 비난에 가까운 비판을 쏟아내고 있어 그 이유와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정치권은 차기 대권을 노리는 홍 시장이 자신이 '보수 적통'임을 어필하면서 가장 강력한 경쟁자 견제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홍 시장은 4·10 총선이 끝난 뒤 페이스북에서 연일 한 전 위원장을 노골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이번 총선 참패 원인은 한 전 위원장의 역량 미달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동훈이 대권 놀이하면서 정치 아이돌로 착각하고 셀카만 찍다가 말아먹었다", "전략도 메시지도 없는 철부지 정치 초년생, 총 한 번 쏴본 적 없는 병사", "다시는 우리 당에 얼씬거리지 마라" 등이다.홍 시장이 한 전 위원장을 공격하는 근거로 한 전 위원장의 검사 시절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수사를 든다. 문재인 정부 초기 국정농단 수사 실무책임자로 참여했던 한 전 위원장이 보수 진영을 무너뜨리는 데 앞장섰다는 주장이다. 홍 시장은 "2017년 문재인 앞잡이로 철없이 망나니 칼춤 추던 거 생각하면 송신하다", "문재인 사냥개"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 윤석열 대통령 / 사진=연합뉴스
홍 시장은 지난 대선 경선에서도 윤 대통령의 서울중앙지검장 재직 시절 적폐 청산 수사를 언급하면서 "보수 우파를 궤멸시킨 주범"이라며 지금과 비슷한 공격을 펼친 바 있다. 또 지금 홍 시장이 한 전 위원장을 "깜도 안 된다"고 깎아내리는 것처럼 그때도 홍 시장은 "국회의원 5선에 경남도지사에, 야당 대표에, 야당 대권후보까지 지낸 나와 (윤 후보는) 급이 안 맞는다"고 했었다.

홍 시장의 반복되는 이런 공격은 자신이 '보수 적통'이라는 점을 어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평소 홍 시장이 "당을 지켰다"는 표현을 종종 쓰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차기 대권 도전이 기정사실인 홍 시장이 현재 한 전 위원장을 가장 강력한 대권 경쟁자로 보고 경쟁자 견제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홍 시장은 총선 패배 이후 어수선해진 텃밭 민심을 향한 구애에도 열심이다. 지난 17일에는 수도권 당선인들을 중심으로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에 일반 국민 여론조사를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자 "현행 '100% 당원 투표'를 바꿀 필요 없다"고 했다. 지난 16일에는 윤 대통령과 비공개 만찬 회동을 한 사실도 노출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홍 시장은 지금 한 전 위원장을 때리면서 자기 체급을 키우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 전 위원장이 무시하고 있어 대결 구도가 성립이 안 되고 있다"고 했다. 홍 시장이 윤 대통령을 만난 이유에 대해선 "현직 대통령은 누군가 대선후보를 시킬 순 없지만, 누군가 대선후보가 되는 건 막을 수 있다"며 "그걸 알고 있는 홍 시장이 윤 대통령 편에 서면서 한 전 위원장을 공격하는 것으로 본다"고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텃밭 보수 지지층의 마음을 얻고자 당원 투표 100% 유지를 주장한 것"이라며 "대통령과 거리를 좁히는 것도 같은 취지다. 그런데 지금 같이 민심이 등을 돌린 상황에서 홍 시장의 이런 행보가 적절한지는 의문이 든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보수 적통 여부를 어필하는 것보다 먼저 자기 위상을 높이는 게 더 급해 보인다"고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 / 사진=한경DB
실제로 한 전 위원장과 홍 시장의 차기 여권 대권주자 선호도 지지율 격차는 크게 벌어져 있는 상태다.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지난 13~15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4명 중 국민의힘 지지층 353명에게 차기 여권 대권주자 선호도를 물은 결과에 따르면 한 전 위원장 52.9%, 홍 시장 11.9% 등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사항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정옥임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은 지난 18일 YTN 라디오에서 "홍 시장이 한 전 위원장을 경계하는 이유는 그만큼 한 전 위원장의 지지세가 깊고 넓다는 걸 보여주는 방증"이라며 "본인의 대권 가도의 가장 막강한 경쟁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원색적인 비난이 나오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김상일 정치평론가는 지난 18일 MBN 방송에서 "홍 시장은 사리사욕이 너무 과하다고 생각한다. 차기 대권 욕심 때문에 한 전 위원장을 저렇게 공격하는 것"이라며 "현재 살아있는 권력인 대통령을 자기편으로, (윤 대통령의) 일부 지지층이 꽤 있으니까 그 지지층을 본인이 좀 가져오려고 하는 욕심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유승찬 정치컨설턴트는 지난 17일 YTN 라디오에서 "홍 시장은 전략적인 분이다. 그냥 감정적으로 그러는 것 같지 않다. 역시 대권 경쟁 아니겠냐"며 "한 전 위원장이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아예 이참에 보내버리자' 이런 생각일 수도 있는데, 홍 시장이 적당히 해야 하지 않고 너무 심하게 하니까 오히려 다시 한 전 위원장을 살려주는 효과를 내고 있다"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