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윤찬 "첫 음부터 심장 강타하려 연습 또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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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m In“근본 있는 음악가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강하고 두려움 없이 표현하면서도 때론 유머를 던질 줄 알거나, 귀로 좋은지 나쁜지 판단할 새도 없이 첫 음부터 심장을 강타합니다. 특히 후자는 시대가 내린 천재, 축복받은 음악가만이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쇼팽: 에튀드' 발매한 피아니스트 임윤찬
어릴 때부터 함께한 쇼팽
하루 12시간 연습하며 앨범 준비
"용암을 밖으로 토해내듯 연주"
19일 화상으로 만난 피아니스트 임윤찬(20·사진)은 “평균적으로 하루에 6시간 정도 연습하지만,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는 하루에 12시간씩 연습에 몰두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저 같은 평범한 사람은 매일매일 연습하면서 진실하게 사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도 했다.이날 기자간담회는 임윤찬이 세계적 음반사 데카와 전속 계약을 맺고 작업한 첫 번째 앨범인 ‘쇼팽: 에튀드’를 발매한 것을 계기로 마련됐다. 이번 앨범에는 쇼팽 ‘에튀드 작품번호 10’ ‘에튀드 작품번호 25’가 담겼다. 한 작품당 12개, 총 24개 에튀드로 구성됐다.
미국에 체류 중인 임윤찬은 “쇼팽 에튀드는 어렸을 때부터 귀로 듣고, 손으로 연습해온 작품”이라며 “10년 동안 속에 있던 용암을 인제야 밖으로 토해내는 느낌”이라고 했다. 명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소프로니츠키가 제1회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우승한 밴 클라이번의 연주를 보고 “진정 위대한 예술은 일곱 겹의 갑옷을 입은 뜨거운 용암과 같다”고 한 말을 인용한 표현이다. 이어 임윤찬은 “꼭 이 나이에 이 산(쇼팽 에튀드)을 넘고 싶다는 의지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임윤찬은 악보를 보면 자연스레 심상이 떠오르는 편일까, 음 하나하나를 꼼꼼히 해석하고 분석하는 편일까. 그는 “나는 음악에 대해 철저하게 연구하고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깊이 고민하는 사람”이라며 “블라디미르 호로비츠가 남긴 ‘음표 뒤에는 항상 숨겨진 내용이 있는데, 음악을 해석하는 사람은 언제나 음표 너머에 있는 내용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음표 너머의 내용을 찾는 과정이 굉장히 힘들고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그 일은 마땅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임윤찬은 앨범 레퍼토리 중 쇼팽 ‘에튀드 작품번호 25-7(첼로)’이 가장 연주하기 까다로웠다고 털어놨다. “첫 두 마디를 연습하는 데 7시간 넘게 매달렸습니다. 제가 느낀 감정을 온전히 싣는 데 집중했고, 첫 음을 눌렀을 때 심장을 강타해야만 그다음 음으로 넘어갔습니다. 음을 눌렀을 때 심장을 강타하지 않았다면 그건 연습이 아닌 거니까요.”
쇼팽 ‘에튀드 작품번호 25-9’에선 그만의 해석을 담아 악보와 다른 음(왼손)을 치는 구간도 있다. 그는 “이그나즈 프리드먼이 왼손을 완전히 다른 음악처럼 치는데 그게 너무 매력적이어서 저도 녹음할 때 다르게 쳐봤다”며 “레코딩 프로듀서 존 프레이저가 원래는 다른 음을 귀신같이 잡아내는 편인데, 그때만큼은 ‘굉장히 특별한 왼손 연주’라고 해줬다”고 전했다.
그에게 2022년 밴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최연소로 우승했을 당시와 지금 음악적으로 변한 점이 있느냐고 묻자 이런 답을 들려줬다.“사실 2년 전 연주는 제 진짜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콩쿠르라는 힘든 환경에서 너무 딱딱해져 있었고, 스스로 갇혀 있다는 느낌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그때보다 더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고 하고, 무대 위에서 약간의 여유도 생겼습니다. 많은 일이 있었던 만큼 음악은 달라져야만 하죠. 제 입으로 얘기하긴 그렇지만 좋게 변화하고 있습니다(웃음).”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