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불안에 출렁…"일시적 충격, 조정 길지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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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증시 동반 하락이스라엘의 이란 보복 공격 소식에 19일 코스피지수가 3% 넘게 떨어지다가 낙폭을 줄여 1%대 약세로 마감했다. 최근 미국 국채 금리, 원·달러 환율, 중동 분쟁 등 대외 변수가 연일 불거지고 있고 그때마다 국내 증시는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큰 폭으로 출렁이는 모습이다.
코스피지수 장중 한때 3% 급락
이란 "즉각 대응 없다" 낙폭 줄여
외국인 3500억·기관 6600억 던져
삼성전자 2.5%·하이닉스 5% 뚝
"다음주 기업 실적 발표가 변수"
증권가에서는 중동 분쟁 위험은 남아있지만 국내 증시는 단기적으로 바닥을 다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다음주 미국과 한국의 주요 기업 1분기 실적 발표와 미국 3월 개인소비지출(PCE) 지수 등에 따라 시장이 반등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전쟁 불안에 2550선까지 출렁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63% 내린 2591.86으로 장을 마쳤다. 한때 3.08% 떨어지며 2550선까지 밀렸지만 오후 들어 낙폭이 줄었다. 코스피지수가 장중 2560선 아래로 내려온 건 지난 2월 2일(2559.39) 후 처음이다. 일본 닛케이225지수(-2.66%), 대만 자취안지수(-3.81%), 홍콩 항셍지수(-1.20%) 등 아시아 증시가 동반 하락했다.장 초반 하락세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론이 다시 불거지며 미 국채금리가 오른 점이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대만 반도체기업인 TSMC가 1분기 호실적에도 콘퍼런스콜에서 향후 반도체 업황에 대한 기대치를 낮춘 점이 반도체 관련주에 타격을 줬다. 이날 삼성전자(-2.51%), SK하이닉스(-4.94%), 한미반도체(-4.35%) 등 주요 반도체 종목이 급락했다.장중에 증시 낙폭을 키운 건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소식이었다. 이스라엘이 이란 영토에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재보복 공격에 나선 것이 알려지면서 증시의 하락 압력이 더 커졌다. 이후 추가적인 사태 악화 요소가 나타나지 않은 데다 이란 측이 “즉각 대응 계획이 없다”고 밝히자 하락세가 둔화했다.
외국인 투자자(-3489억원어치)와 기관투자가(-6665억원어치)는 순매도했다. 개인 투자자가 1조원가량 사들였지만 하락세를 막지 못했다. 특히 외국인은 코스피200 선물을 1조5194억원어치 팔았다.
○다음주 실적 발표, 지수 반전 ‘기대’
증권가에서는 이스라엘·이란 충돌 관련 위험으로 인한 증시 불안정성은 점차 축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유가 상승, 전쟁 확대 등에 부담을 느낀 미국 측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이란 전망에서다.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9·11 테러, 걸프전,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4차 중동전쟁 등 대형 지정학적 사건급으로 이번 사태가 격상되지 않는 이상 증시의 충격 강도는 세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충돌도 정황상 평균 정도의 조정만 받고 끝날 것”이라고 분석했다.코스피지수는 추가 하락 가능성보다는 다시 회복을 도모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국 나스닥지수와 S&P500지수는 고점 대비 5%, 한국은 8% 하락했다”며 “미국과 비교하면 한국은 충분히 조정받았다고 볼 수 있고, 중국 증시가 개선 흐름을 보이는 점이 한국 등 아시아 증시의 바닥을 지지해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다음주 국내외 주요 기업의 실적 공개와 미국 3월 PCE 지수 발표가 증시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오는 24일 미국 메타가, 25일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가 각각 1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국내에서도 HD현대일렉트릭(23일), SK하이닉스, 포스코퓨처엠, 삼성SDS(25일), 현대자동차·기아(25~26일) 등이 실적을 내놓는다. 유명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국내 기업의 수출 호조와 안정적 신용지표를 고려하면 국내 증시 하락세가 과도하다”며 “다음주 이후 ‘깜짝 실적’을 발표한 기업들을 중심으로 주가가 반등을 시도할 것”이라고 했다.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증시 회복에 대비해 낙폭과대주, 소외주, 성장주 중심으로 투자하는 것을 추천했다. 그는 “다음주 PCE 지수가 나오면 물가, 통화정책과 관련한 불안심리가 줄어들 것”이라며 “순환매 차원에서 그동안 소외된 2차전지, 인터넷 등 성장주를 주목해야 할 시기”라고 설명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