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인 홀로서기] ③ 열에 서넛은 자립원하지만…집·일자리 태부족(끝)

예산 부족에 자립주택 적고, 입주 기회도 얻지 못한 장애인 수두룩
중증 경우 우선 채용 안 돼…'가치창출' 공공일자리 시행 움직임도
"자립하고 싶어도 못 하는 장애인들도 많아요.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자립 주택은 장애인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고, 개인적인 비용을 들여 독립하려고 해도 안정적인 일자리가 없으면 지속할 수 없는 상황이죠."
삶의 오랜 시간 특정 시설이나 가정에 머무르며 살아온 장애인 중에는 홀로서기를 꿈꾸는 이들이 적지 않다.

2022년 한국장애인개발원이 발표한 '거주시설 장애인의 자립생활 지원체계 강화 방안 연구' 보고서를 보면 전국 장애인 거주시설 628곳 입소 장애인 약 2만5천여명 중 33.5%가 자립 욕구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립 욕구가 있다고 답한 경우 자립 희망 시기는 '잘 모르겠다'가 42.4%, 자립 희망 거주지로는 53%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제공하는 공공주택'을 꼽았다. 함께 살고 싶은 동거인은 가족(32.5%)이, 자립 시 필요한 것은 돈(34.7%)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반면 시설에서 나가고 싶지 않은 이유로는 '이곳에서 사는 것이 좋아서'가 69.5%로 집계됐는데, 한국장애인개발원은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자립생활에 대한 제도를 체험하지 못했거나 기본적인 정보 부족 때문에 이같이 답한 것으로 분석했다.

결국 열에 서넛은 '탈시설'을 꿈꾸지만, 현실에서 마주하는 거대한 성벽으로 인해 자립까지 이어지기란 녹록지 않다.
실제 자립을 희망하는 장애인 수에 비해 자립 주택 수가 턱없이 부족하고, 그마저 있는 주택도 특정 지역에서만 이용이 가능한 실정이다.

2018년 장애인을 대상으로 자립 관련 전수조사를 처음 실시한 강원도는 그 결과를 토대로 예산을 확보, 2019년 춘천 1채, 원주 2채, 동해 1채 등 총 4채의 자립 주택을 마련했다.

현재는 춘천에서 2채가 더 늘어 총 6개의 자립 주택을 운영하고 있다. 도내에 거주하기만 하면 입주가 가능했던 자립 주택은 현재 해당 지역에서 거주하는 장애인만 입주할 수 있을 뿐,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장애인들의 입주 기회조차 얻을 수 없다.

강원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에 따르면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한 이유는 자립 주택 예산 지원 주체가 도에서 각 지자체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김서현 협의회 사무처장은 "도비로 자립 주택을 운영하면 강원 지역 어느 곳에 살아도 입주가 가능하지만, 현재는 시비로 100% 운영하기 때문에 춘천, 원주, 동해 지역 거주민이 아닌 이상 자립 주택에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적장애인과 달리 신체장애인의 경우 주택 시설 개조를 위한 추가 비용이 들기 때문에 예산 부족 문제로 운영에 발목이 잡히기도 한다.

김 사무처장은 "신체장애인이 거주할 주택의 경우 엘리베이터, 무장애길 등 편의시설이 갖춰져야 하므로 이동의 제약이 없는 지적 발달장애인과 비교해 비용이 더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립 주택에 들어가지 않고 사비를 들여 집을 마련하더라도 양질의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 이상 자립생활의 지속도 어렵다.

염금희 강릉시지적장애인자립지원센터 과장은 "시의 사업비가 없는 탓에 매번 기업체 등의 공모사업으로 장애인 자격증 취득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며 "공예 보조강사로 일하려고 해도 민간 자격증이 있어야 하는데, 지속적인 지원이 뒷받침돼야 자격증 취득도 안정적으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정부와 지자체의 일자리는 많지만, 대부분 장애 정도가 심하지 않은 경증 장애인이 우선 채용되는 탓에 중증 장애인이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문제점도 있다.

이에 장애인들의 일자리를 '이익 창출' 개념에서 벗어나자는 새로운 움직임도 있다.

김 사무처장은 "사회에 참여하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도 일자리가 될 수 있다는 차원에서 장애인 일자리를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강원 지역에서는 올해부터 시작한 권리 중심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본사업을 통해 춘천, 원주, 고성, 강릉 지역에서 장애인 41명이 권익옹호, 문화예술, 인식개선 직무 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은 장애 종류에 따라 하루 3시간가량 캠페인, 강연, 전시, 인식개선 모니터링 활동을 하며 한 달에 70여만원의 수입을 얻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