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들 안 돌아온다지만…증원 축소에 의료계 '균열' 가능성

전공의들 "돌아갈 일 없다" 반응 속 "일부 복귀할 것" 전망
"정부, '증원 자율조정' 의견 수용은 합리적…교수들도 전공의 설득할 것"
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 규모를 최대 절반까지 대학 자율적으로 줄일 수 있게 하면서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에 복귀할 가능성이 커졌다.그동안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온 전공의들은 계속해서 "돌아가지 않는다"고 단단한 '벽'을 세우고 있지만, 조용히 사태를 지켜봐 온 전공의 일부가 복귀함으로써 그 벽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더욱이 정부가 증원 규모에서 한 걸음 물러난 만큼 향후 면허 정지 등 처분에 적극적으로 나서 전공의 대상 압박 수위를 높일 수 있는 점도 전공의 복귀를 앞당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 의대 증원분 최대 50%까지 자율 조정 방침에 "주먹구구" vs "합리적 선택"
21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달 19일 "국립대 총장들의 건의를 수용해, 증원된 인원의 50∼100% 범위 안에서 2025학년도에 한해 신입생을 자율적으로 모집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고 밝혔다.증원 규모가 큰 거점국립대 외에 지방 사립대들까지 적극적으로 감축에 동참하면 의대 증원 규모는 최대 1천명 가까이 줄어들 수도 있다.

이를 두고 의사 법정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임현택 차기 회장은 "기존에 의대 정원 결정 과정이 얼마나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졌는지 알 수 있다"며 "정부 발표로 이번 사태가 정상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반면일각에서는 정부의 '자율 조정' 방침이 합리적인 결정이라고 환영했다.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는 "정부가 총장들의 의견을 수용한 건 굉장히 합리적인 선택"이라며 "의료와 달리 교육은 자치가 중요하므로 총장들이 현실적 검토 끝에 안 되겠다고 판단했다면 존중해주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계에서 주장하는 '원점 재검토'는 옳지 않다고 본다"며 "정부가 정원의 결정을 대학의 자율에 맡기겠다고 하면, 의료계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대표성을 주장하는 의사단체들의 목소리가 전체 의사를 대변하는 게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권 교수는 "대표성을 가지고 얘기하는 사람들과 나머지 사람들이 다 똑같은 의견을 가진 건 아니다"며 "교수 중에서는 정부가 물러서고 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한다면 수용해야 한다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승연 인천의료원장은 "(정부로서는) 이번 결정이 최선책이면서도 마지노선과 같다"며 "이번 발표에서 정부가 더 물러나는 건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 앞장선 전공의들, '복귀 불가' 확고…일각에선 "돌아올 전공의 있다"
그동안 대정부 투쟁에 앞장서 온 전공의들은 이번 정부 발표에도 여전히 복귀 불가 방침을 고수했다.

최근 보건복지부 장·차관 고소 기자회견에서 마이크를 잡았던 정근영 전 분당차병원 전공의 대표는 "조정된 숫자는 의미 없다"며 "나 자신도 복귀 생각이 없고, 다른 전공의도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사직 전공의도 "나를 포함한 대부분 전공의가 같은 생각일 것"이라며 "전면 백지화가 아니면, 증원 규모가 500명으로 줄어도 돌아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정부가 '양보'한 만큼 그간 관망하던 전공의들 사이에서 일부 복귀자가 생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권용진 교수는 "정부가 이 정도로 물러서면 전공의들에게는 돌아올 명분이 될 수도 있고, 교수들 입장에서도 복귀하라고 전공의들을 설득할 명분이 생긴다"고 분석했다.

한 서울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도 "미미하긴 하지만, 최근 한두명 전공의가 돌아왔다"고 전했다.

정원 자율 조정 방침을 밝힌 뒤 정부가 '유연한 처분'에서 다시 '기계적 처벌'로 유턴할 수 있다는 점도 전공의들을 흔들 수 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정부는 지난달 말부터 당의 건의에 따라서 (면허 정지) 처분 절차 유보 등으로 유연하게 접근하고 있다"며 "현재로서 처분 절차 재개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향후 의료계와의 협의 과정 등 상황 변화를 고려해서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 다시 면허 정지 절차를 밟을 가능성을 시사한 셈이다.조승연 원장은 "의료계에서 (자율 조정마저) 못 받아들이면 정부로서는 면허 정지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