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저성장…'미지근한 20년대'로 가는 세계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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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화기금(IMF)이 향후 10년간 세계 경제 성장이 정체될 것이란 전망을 제기했다. 인플레이션 탓에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며 성장 동력이 약화할 것이란 지적이다. 지정학적 갈등으로 세계화도 정체되며 경제에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IMF가 발간한 세계 경제전망(WEO)을 인용해 글로벌 경제 성장률이 향후 10년간 정체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IMF는 지난 10일 WEO를 통해 세계 경제가 향후 5년간 성장률이 3.1%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수십 년간 내놓은 중기(향후 5년) 전망치 중 가장 낮은 수치다. IMF는 2029년 말까지 세계 경제성장률은 코로나 팬데믹 이전 20년(2000년~2019년) 평균값보다 1%포인트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도 지난 17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세계은행(WB)과의 춘계회의에 앞서 "각국의 경제 정책이 극적으로 달라지지 않으면 세계 경제는 '미지근한 20년대(The tepid Twenties)'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물가 상승 압력이 다시 증가하며 미국 중앙은행(Fed)이 고금리 기조를 고수할 가능성이 커졌다. 고금리로 달러화 강세가 이어질 경우 신흥국의 외화부채 부담이 커진다. 경제 성장을 이끌 신흥국 경제 성장세가 둔화할 것이란 관측이다.유럽연합(EU) 등 선진국의 생산성은 갈수록 둔화할 전망이다. 노령화로 인해 노동력이 감소하고 있어서다. IMF는 2030년까지 세계 노동 공급 증가율이 코로나 팬데믹 이전 평균값보다 0.3%포인트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정학적 갈등으로 인해 세계화도 정체된 모양새다. 각국이 보조금 정책을 활용해 보호 무역주의를 다시 추진하며 세계 무역이 둔화할 것이란 관측이다. 지난해 각국 정부가 보호주의 정책을 통해 시장에 개입한 횟수는 약 2500건에 달했다. 이 중 중국, EU, 미국 등이 절반을 차지했다.

기타 고피나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탈(脫)세계화로 인한 손실이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7%에 육박했다"며 "올해 곳곳에서 선거를 앞두고 보호주의 정책이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