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 조선 불공정무역 조사"…韓 조선주 반사이익 보나

주가 일제히 치솟아

USTR, 불공정 확인 땐
중국산 선박 수입 제재
"영업이익률 5%P 하락"

강달러도 조선사 수혜
외국인·기관 매집 나서
미·중 무역갈등과 고환율 장세의 영향으로 조선주 주가가 치솟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실적 개선 기대까지 겹쳐 강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4월 15~19일) HD현대미포는 16.3% 상승해 국내 주요 조선주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같은 기간 한화오션은 14.7%, 삼성중공업은 8.0%, HD현대중공업은 4.6% 올랐다. 지난주 코스피지수가 3.3% 하락한 점을 고려하면 조선주 강세가 두드러졌다.

지난 17일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중국 해운·물류·조선업을 겨냥한 불공정 무역 조사를 개시한다고 발표하면서 국내 조선주 주가가 들썩였다. 미국 정부가 중국 조선업체를 제재하면 국내 조선업체들이 ‘어부지리’를 얻을 것이란 기대가 커졌기 때문이다. 미국 무역법 301조에 따라 불공정 무역이 확인되면 미 정부가 미국 선주들의 중국 선박 수입을 제재할 수 있다. 이 밖에 미 항만에 중국산 선박이 입항하면 컨테이너당 50달러 수준의 항만 이용 수수료를 걷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배기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항만 이용 수수료 부과 방안이 도입된다고 가정하면 중국산 컨테이너선사의 영업이익률은 5%포인트 하락한다”며 “글로벌 해운 시황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중국 컨테이너선 운용에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달러 강세가 이어지는 점, 조선업계 업황 지표가 상승 중인 점도 국내 조선사들의 주가를 밀어 올리고 있다. 수출 비중이 높은 조선업체들은 달러 강세 국면에서는 원화로 환산한 수출 실적이 늘어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조선업계 업황 지표인 클락슨리서치 신조선가지수는 작년 4월 167.3에서 최근 183.5로 최근 1년간 9.5% 올랐다.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유가 상승도 해양플랜트, 유조선 발주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쌓아놓은 수주 실적 또한 탄탄하다. 지난 1분기 국내 조선사 선박 수주액은 136억달러로 작년 1분기 대비 41.4% 늘었다. 2분기에도 수주 낭보가 이어지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 9일 6319억원 규모 대형 암모니아운반선(VLAC) 네 척을 수주했다. 한화오션도 지난 17일 초대형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 한 척을 1764억원에 수주했다고 공시했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조선업 업황 지표가 강세를 보이는 점,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 잔액이 연간 목표치의 상당량을 채운 점을 고려하면 최근 조선주 급등은 단순 과열로 볼 수 없다”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